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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없는 인생, 기도가 대책이다”

정암 박윤선에게서 교회 갈 길 찾다

“기도에 살길이 있다”, “대책 없는 인생, 기도가 대책이다”, “돌아다니는 똑똑이가 되지 말고, 기도하는 바보가 돼라.” 정암 박윤선(1905~1988) 목사가 생전 강조한 기도 철학이다. 한국의 대표적 1세대 칼뱅주의 신학자인 정암의 기도론과 성경론 등이 오늘날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를 고찰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합동신학대학원대(합신) 정암신학연구소(소장 안상혁 교수)가 5일 서울 양천구 목동동로 지구촌교회(김형석 목사) 사랑채플에서 연 제36회 정암신학강좌이다. 주제는 ‘정암 박윤선의 변증과 기도’였다. 합신 총장을 지낸 정창균 교수는 먼저 “현대의 신자들, 특히 목회자들과 교회 지도자들이 ‘기도’를 내려놓고 ‘기획’에 몰두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매우 잘못된 현상이다”며 “신자들이 감동적인 간증이나 찬양행사 등에 관심을 쏟으며 무엇인가 마음을 짜릿하게 해주는 감동을 추구하면서 정작 하나님께 나아가 마음을 쏟아놓고 기도하는 것을 소홀히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고 현 세태를 지적했다.

정 교수는 앞선 정암의 외침을 소개하며, “정암이 강조했듯 이 시대에도 기도에 살길이 있으며, 대책이 없을 때도 기도가 대책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암은 기도의 사람임과 동시에 기도를 강조하고 가르친 사람으로 규정할 수 있다”며 “정암이 펼친 개혁 운동의 핵심적인 방편은 바른 목회자를 양성하는 것이었으며 정암은 기도는 이것을 실현하는데 필수적인 동력이라고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어 생전 정암이 강조하고 실천하려 했던 ‘전제(專制)주의적 변증’이 이 시대에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전제주의적 변증은 코넬리우스 밴틸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 교수가 주장한 기독교 변증학의 하나로 기독교 믿음이 이성적 사고를 위한 유일한 기초라고 믿는다. 이 변증은 정암이 주장한, 계시로서 성경만을 의존해 신학적 사고를 만들어낸다는 계시의존사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교수는 현시대를 “넓게는 절대적 진리를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 태도가 성행하고, 좁게 변증에서는 밴틸 교수가 그렇게 변증해서는 안 된다고 하던 소위 ‘고전적 변증’이 주류가 된 시대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박바울 합신 교수가 스위스와 독일에서 활동한 신학자 칼 바르트(1886∼1968)의 신론, 기독론, 창조론에 관한 정암의 비평이 갖는 의미를 살펴봤다. 

이번 세미나를 주관한 합신 총동문회장 안두익 목사는 “그동안 한국교회는 바른 신학보다는 번영신학의 노예가 됐고, 바른 교회보다는 기복주의에 젖어서 세상에 영향력을 상실했으며 바른 생활이 아닌 교역자들과 교인들이 영적·도덕적·윤리적으로 타락된 길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며 “이때 우리는 우리의 스승이신 정암이 남긴 삶의 흔적을 함께 기억하며 이 혼란스러운 시대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를 돌아봐야 한다”고 개최 취지를 밝혔다. 

 

11.09.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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