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소재 한 교회 청년부를 출석하는 A씨는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터지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또 자신의 얼굴이 나온 사진도 삭제했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으로 기존의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나 영상을 진짜처럼 만들어 내는 기술을 의미한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우리의 일상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최근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2018년 4월부터 8월 25일까지 약 6년 4개월 동안 딥페이크 피해 지원에 나선 건수는 총 2154건으로 집계됐다. 2018년 기준 69건에서 올해 781건(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약 11배로 늘어난 수치다. 이에 교육 당국을 비롯해 경찰청과 국회 등에서는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해 엄격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한국교회 역시 딥페이크 성범죄 사태에 적극 대응·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교인들의 얼굴 및 행사 사진 등이 딥페이크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딥페이크 범죄는 10대 사이에서 주로 이뤄졌는데, 특히 ‘일상적인 공간’에서 마주치는 지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같은 사태에 원인은 무엇일까. 이수인 아신대 교육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딥페이크를 범죄가 아닌 일종의 ‘놀이’로 생각한다는 경향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청소년 등 저연령층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온라인 소통과 미디어 환경 등에 익숙하다”며 “특히 이들은 아직 가치관이나 절제력, 윤리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생성형AI·미디어 범죄 유혹에 쉽게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에서도 AI나 미디어 활용에 관한 기독교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사이버 세상 속에서 저작권 침해나 보이스피싱, 온라인 그루밍 등 다양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지만, 교회는 단순히 ‘분별하며 절제하라’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지적하면서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성경적인 세계관 가치관에 맞게 기술과 미디어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기독교적 윤리관을 적극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딥페이크 성범죄가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지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회가 딥페이크와 관련해 적극 대응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단·사이비 단체가 딥페이크 등 AI 기술을 통해 이단 교리 옹호에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이억주 목사)는 논평을 통해 “이런 첨단 산업과 문화는 무조건 긍정적인 것만을 주지는 않는다”면서 “가령 기독교계 유명 목회자를 흉내 내어 이단의 교리나 잘못된 말씀 전달을 하게 될 경우, 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대로 믿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09.07.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