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에도 꿈꾼 사명, 14년간 지킨 사랑

개쳑 1주년 맞아, 다음세대 사역자들 배출 꿈꿔

인천 너나들이교회 김신웅(사진 왼쪽·42) 목사, 김혜정(오른쪽·41) 사모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김 목사는 희귀 유전질환인 척수성 근위축(SMA)으로 오른손 엄지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다. 2010년 그와 결혼한 김 사모가 언제나 그의 손과 발이 돼 주고 있다.

4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김 목사 부부를 만났다. 미소가 끊이지 않았던 김 목사의 유쾌했던 말솜씨가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신대원 재학 중 좌절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다는 말을 하면서도 담담했던 그가 울컥한 건 아내 이야기를 할 때였다.

“아내에게는 고마움이나 사랑과 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벅찬 감정이 있습니다. 큰 축복을 받았습니다. 제가 어디에 있든 온종일 함께 있고 앞으로도 그런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김 사모는 김 목사가 청년부 사역을 하던 교회에서 목회자와 성도로 처음 만났다. 수련회에서 인격적으로 예수님을 영접한 뒤 김 목사가 앞으로 하게 될 목회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결혼 직후엔 남편을 옮겨주다 넘어지면서 남편이 크게 다칠 뻔한 적도 있었어요. 지금도 힘든 건 욕창을 막기 위해 2시간마다 체위변경을 해주느라 통잠을 자지 못하는 거예요. 하지만 남편이 목회에 충실할 수 있어 감사하죠. 무엇보다 남편과 같이 있으면 항상 웃게 되고 행복해요.”(김 사모) 

너나들이교회는 이달 개척 1주년을 맞았다. 김 목사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마우스를 움직여가며 설교를 준비한다. 모든 책은 스캔해 노트북으로 읽고 음성을 문자로 바꾸는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그는 불편하고 힘들다는 이야기 대신 “과학이 발달해 문제없이 설교를 준비하고 전할 수 있다”며 감사 메시지부터 전했다.

김 목사는 너나들이교회를 통해 다음세대 사역자를 많이 배출하는 걸 꿈꾼다. 이제는 신체 일부와 다름없는 김 사모와 함께라면 가능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는 “사역자들이 마음껏 훈련받고 성장하는 교회, 그리고 교회 이름처럼 성도들이 터놓고 지낼 수 있는 가족 같고 친구 같은 교회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11.09.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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