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

유효정 목사 (한부모 모임 대표)

모임에 새로운 분이 참석하는 경우, 돌아가면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번에는 친정집 오는 마음같아 계속 온다고 하는 여성들이 여럿이었는데, 아무래도 이민자로서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배우자 없이 살아가는 힘겨운 상황이라, 가정집 거실에 모여 예배드리고 얘기 나누는 시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날씨가 차가워지면 따뜻한 음식과 푸근한 장소를 찾게 되는데 이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집’ 일 겁니다. 그중에서도 ‘친정집’은, 결혼한 여성들에게 고단한 몸과 마음을 추스릴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으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곳이라 생각됩니다. 꼭 여성에게만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기에 토속 음식 식당중에 ‘친정집 돼지 곰탕’이니 ‘친정집 추어탕’이라는 간판들이 걸리는 것을 보아도 그 단어가 주는 친밀감이 큰 것 같습니다. 더 재밌는 것은 남자운동선수들 간에는 전에 소속된 단체를 ‘친정집’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에선지 한 여성의 경우, 남편과의 헤어짐과 더불어 외아들을 잃게 되는 쓰라림을 겪은 후 수년이 지났음에도 무척이나 힘들어하던 중,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마음의 평안함을 찾게 되었고 또한 신앙의 회복을 통해 새롭게 교회에 열심으로 다니게 되면서 환한 얼굴로 바뀌었구요, 남성들의 경우, 혼자된 후에는 홀로 교회에 출석하는 것을 무척 힘들어합니다. 그런데 모임에 참석하면 한 달에 한 번일지라도 예배를 드리는 만큼 성냥불 같은 온기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신앙의 맥을 이어가다가 신실한 여성 파트너들을 만나면서 열심을 다해 믿음생활 하는 것을 볼 때 우리의 작은 섬김이 헛되지 않구나하며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이렇게 평안함을 얻을 수 있고 느슨해진 신앙의 줄을 단단하게 붙들어 맬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한 발 더 나가 병원이나 교도소 혹은 프로 운동팀에 있는 채플린쉽 (chaplainship, 교목, 원목등) 을 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들 단체에 채플린이 있는 이유는, 병원이라면 삶과 죽음이 오가는 곳이고 교도소에는 후회와 묶임이 있는 곳이고 프로운동팀이면 승리라는 억압 속에 늘 긴장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부모들 역시 사회적 고립 속에 단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에 다양한 단계의 영적, 정서적, 관계적 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끼는 마음과 관심을 가지고 그들에게 다가가서 세심하게 경청한 후 대화를 이어갈 때 그들 스스로 근본적인 문제의 발견이 있게 됩니다. 그리고 사랑 안에서 진리를 전할 때 마음의 평화와 믿음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궁극적으로 정서적 안정과 상황에 맞는 영적 돌봄을 통하여 신뢰 속에 동반관계가 형성될 수 있게 됩니다. 그를 통해 여성에게는 친정집같고 남성들에게는 누님댁같은, 훈훈하고 끈끈한 정이 있으면서 진정한 신앙의 회복이 존재하는 굳건하고 건강한 믿음의 공동체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고…” (시편 133:1)

hyojungyoo2@yahoo.com

 

10.26.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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