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자’의 힘

송찬우 목사(시애틀 임마누엘장로교회 원로목사)

"대청소하자" 

 

중학교 3학년 때 저를 담임하셨던 김호식 선생님의 이 한 마디 때문에 제 생의 좌우명이 되었던 말입니다.

김 선생님은 언제나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시켜야 할 일이 있을 때, 늘 "해라"가 아니라 "하자"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하자고 하신 그 일을, 우리가 하고 있는 그 현장에 함께 하시면서 어린 우리들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일은 선생님이 해주시곤 하셨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 담임선생님은 여타 "청소해라"하고 교무실에 가서 앉아 있다가 청소가 끝났다고 보고드리면 와서 검열하고 가시는 여타 다른 선생님들과 다르시다는 것을 그 때 알았습니다.

그런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나도 선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생이 되는데,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 제가 고등학교, 대학을 거쳐 정말 선생이 되었습니다. 저 시골에 있는 작은 중학교 선생이 되어 한 1년을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김호식 선생님 흉내를 냈습니다.

아이들에게 청소를 시키지 않고 제가 먼저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 하나 둘이 빗자루를 들고 제 옆에 와서 청소를 함께 했습니다.

그렇게 1년 동안 교편생활을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예수님이 말씀해주신 섬김이라는 것을...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하나님은 저를 목회의 현장에 세우셨습니다. 그렇게 세워주신 목회의 현장에서도 저는 같은 모습으로 섬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회에서는 그렇게 섬기는 것이 긍정적으로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목사님이 그렇게 하시니까 우리가 쪽팔린다, 목사님이 그렇게 하시니까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에 없다..."고 불평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렇게 섬기는 목회를 하려고 힘을 기울였습니다. 대접을 받으려고 권위를 내세우거나, 없는 권위를 있는 것처럼 가장하지 않았습니다. 부족하지만,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보려고 나름 시늉을 내다가 사역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렇게 사역을 내려놓은 지가 이제 8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8년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섬겨온 사역을 돌아보면 그렇게 섬겼던 지난 사역이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온전하지 못한 시늉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대접을 받거나 인정을 받으려고, 군림하려고 하지 않고 섬김을 흉내 내려고 했다는 제 자신이 대견하게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에 젖어있는 제게 하나님은 이런 위로로 제게 다가오셨습니다.

“13) 너희가 나를 선생이라 또는 주라 하니 너희 말이 옳도다. 내가 그러하다. 14)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 15)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 16)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종이 주인보다 크지 못하고 보냄을 받은 자가 보낸 자보다 크지 못하나니 17) 너희가 이것을 알고 행하면 복이 있으리라”(요 13:13-17). 

10.19.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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