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편지

헝가리

안녕하십니까? “선교의, 흐뭇한 꼬달리(Caudalie)”를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드리며~ 때론 좀 허무하지만, 늘 더 흐뭇한 것은? 이런 것입니다. 봉사, 희생, 헌신, 선교...! 아니, 사람인 것같네요. 음미할수록 흐뭇한 “꼬달리!” “꼬달리(Caudalie)”란, 와인을 삼킨 후에도 입 속에 향이 머물러있는 시간을 말한대요. 1꼬달리가 1초라고 하네요. 30꼬달리, 60꼬달리, 100꼬달리...를 갖게 하는 사람들! 작년 봄에 제가 오른쪽 팔목을 다쳐 6개월간 깁스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희 급식 밴을 저 대신 운전해준 러이(Lai)가 지름길인 집시 슬럼가를 가르쳐주더군요. 바로 우리 이웃에,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우범지인, “회쉬(Hős) 거리”가 있었다니! 그렇게 알게 되어, 집시 슬럼가 사역을 노숙자 사역과 함께 겸하게 된 것입니다. 그동안 물벼락, 돌멩이질, 도둑질, 성적 희롱을 당하면서... 무섭고, 낙망도 많이 되었지요. 하지만 단기선교팀이 다녀갈수록 호전적이던 그들이 차츰 저희를 환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들과 함께 축구, 춤, 게임과 공작, 찬양, 드라마, 태권도 등 여름성경학교를 하면서 말입니다. 아이들에게는 ‘함께 놀아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선교사역인지 알게 되었어요. ‘놀이’ 속에는, 질서와 차례를 기다리는 인내, 지혜, 순종, 사랑... 온갖 메시지가 다 들어있음을! 그런데 ‘헌신된 새벽이슬 같은 주의 청년들’이 떠난 뒤면 저희 부부와 피떼르 전도사가 남습니다. 요즘은 “회쉬 거리”에 가면,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와서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있습니다. “끼나이(Kinai, 중국인) 언제 또 와?” “코레아이(Koreai, 한국인)야!” 아이들은 아시아에 여러 나라가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거죠. 그들이 마음의 문을 많이 열었지만 여전히 못된 아이들이 있습니다. 두 주 전만 해도 한 꼬맹이가 저희 부부 얼굴에 침을 뱉는 바람에 속이 상했습니다. 사탕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눈높이를 맞추려고 한껏 무릎을 낮췄는데, 더 안준다며.... 한 명이 그러면 또 우루루 따라하고, 그래도 안아주려고 다가가면 기세가 더욱 등등해집니다. 그 주간의 수요일엔 다른 집시 슬럼가인 “킨(Kén) 우짜”에서 아이들이 저희 핸드폰을 훔쳐가고... 그런데 지난 주일이었습니다. 침 뱉았던 그 꼬맹이가 흥부선교사의 가방에서 마이크를 훔쳐갔어요. 요즘은 동네 이장격인 “임레” 집에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찬송과 성경 동화, 기도를 하는데, 조무래기 열댓 명이 들락날락 합니다. 그중 “자스틴”이 우리 손을 잡아끌며 말합니다. “우리 같이 마이크 찾으러 가요.” “진짜?” 이제 일곱 살이 된 자스틴도 우릴 참 많이 훼방했고, 찬양할 때면 팬티부터 벗던 애였지요. 그런 미운 일곱 살배기가, 지난 여름성경학교 때 플라스틱 의자로 기타연주 흉내를 내더니 변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일행은 마이크를 찾아서 돌아왔습니다. 그 살벌한 아파트의 긴 난간을 지나고, 또 아래층으로 내려가 옆 동으로 건넌 뒤 꼬맹이로부터 마이크를 빼앗아서 우리에게 돌려주려고 오는 한 청년을 만났던 것입니다. 모두 신기하고 기쁜 얼굴로 서로 번갈아 봅니다. 기적입니다. 돌아오는 길은 의기양양하게 앞서 행군하는 장군 자스틴을 따라 우리부부도 몇 조무래기들 속에 섞여 개선문을 통과하는 군인들처럼 뽐냈습니다. 완전 기뻤어요.^^ 마이크를 찾은 것보다 언제부터인지 조금씩 우리 편이 된 이 의협심 강한 꼬마친구들로 인해... “이 떡은 내 몸이라... 나를 기념하라... 이 포도주는 내 피로...”(눅22:19-20). 우리는 성찬식 때, 떡과 포도주를 먹음으로 예수그리스도를 기념하지요. 그렇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가 우리 입에, 우리 마음에... “영원한 꼬달리”이듯이, 조금씩 기특하게 변화하는 자스틴의 향내가, 제 입 속에서 한 “365꼬달리”쯤 되는 것 같습니다. “여보! 우리 내일 또 ‘회쉬 거리’ 가요. 자스틴 보고 싶어요. 로띠, 버나샤도...” 부다페스트에서 흥부선교사네 김흥근&서명희 선교사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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