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루이스와 문학적 성경읽기 (1)

C.S. 루이스와 문학적 성경읽기 (1)

C.S. 루이스는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문학 교수를 지낸 영문학자다. 게다가 그는 평생 글을 읽고 쓰는 작가로 살았다. 그가 회심한 후에 영문학자와 작가의 눈으로 성경을 읽으며 하나님 말씀을 받았다. 이런 C.S. 루이스의 눈에는 성경비평가들이 성경의 문학적 특징을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성경을 비평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비평가들이 성경의 고유한 문학적 특징도 모르면서 성경을 맘대로 비평하는 것을 문학적 상식이 부족하다고 비난했다.

루이스는 성경이 다양한 문학적 장르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음식으로 말하면 메뉴가 다양하다. 성경에는 시(詩)도 있고, 보고 문학(報告 文學)도 있고. 역사(歷史)도 있다. 그런데 성경의 모든 장르를 같은 방식으로 읽고 해석하는 것은 문학적인 몰상식으로 보았다.

C.S. 루이스는 ‘시는 시로 읽고 역사서는 역사서로 읽어야 한다. 이것은 불어는 불어로 읽고 영어는 영어로 읽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성경비평가들이 성경의 문학적 특성을 무시한 채 마구잡이로 읽고 성경의 오류를 비평하는 행태를 루이스는 “천박한 무감각”이라고 비난했다.

C.S. 루이스의 성경관을 연구한 드루대학교 (Drew University)의 교수인 크리스텐슨(Christensen) 박사는 C.S. 루이스의 성경관이 독특하다고 강조한다. 크리스텐슨 박사는 루이스의 성경관을 <문학적 영감론(Literary Inspiration)>이라고 불렀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루이스는 성경을 영감 된 문학의 모음으로 보았다는 것에 주목했다.

크레스텐슨 박사는 C.S. 루이스가 성경에 등장하는 문학적 요소들(이미지, 상징, 신화, 그리고 은유 등등)을 영적 실재의 구체화로 보았다는 것이다. 즉 이런 문학적 요소는 하나님 계시 (Divine revelation)의 전달 수단(vehicle)이었다. 성경을 문학으로 읽어야 한다는 루이스의 말은 성경의 문학적 특성을 인정하고 읽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경이 문학이라는 C.S. 루이스의 주장이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고 과격하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는 상당한 일리가 있다. 성경이 메시지를 담은 문서라는 점에서 문학이다. 루이스의 주장대로 성경이 다양한 문학적 장르로 구성되었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문학을 장르별로 읽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이다. 시를 소설처럼 읽는다고 핵심 메시지를 놓치지는 않지만, 시를 소설처럼 읽는 것은 많은 것을 놓칠 수 있다.

C. S. 루이스는 성경을 일반 글과 다른 방식으로 읽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성경을 읽을 때도 일반 글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건전한 비평적 읽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루이스가 “건전한 비평적 읽기”로 성경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성경 텍스트에 집중하여 성경의 다양한 문학적 형태들과 그 해석학적 함의를 존중하는 것이다.

C.S. 루이스는 <시편 사색>에서 독자들에게 성경에 흠뻑 빠지라고 권면한다. 성경을 읽는 독자가 성경의 논조나 기풍에 흠뻑 적시고 성경의 스토리가 전해주는 종합적인 메시지를 듣고 배움으로써 하나님의 말씀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성경의 문장과 구조 그리고 성경의 문학적 향취에 흠뻑 젖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C.S. 루이스는 주장한다.

성경을 문학적으로 읽는다는 무슨 의미일까? 루이스의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해 적용해 본다. 첫째로 성경을 문학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성경 문학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시편을 읽으며 시를 즐기고, 사무엘상, 하를 읽으며 이스라엘 역사와 사무엘, 다윗 등과 같은 인물을 만나는 것을 즐겨야 한다.

<순애보>를 읽을 때 최문선과 윤명희를 만나고, 그 둘의 사랑에 푹 빠진다. 마찬가지로 거룩한 문학인 성경 이야기에 몰입해서 성경의 인물들을 만나야 한다. 그런데 성경을 읽는 독자는 성경을 읽기 전에 ‘하나님 말씀이라는 전제가 있다. 이 전제 때문에 성경 문학이 주는 감동과 재미를 놓쳐서는 안 된다.

둘째로, 성경을 문학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성경을 문학적 장르에 맞게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성경을 하루에 몇 장씩 읽으려는 목표를 정하여 성경을 읽는 독자는 성경을 권별로 읽지 못한다. 성경 완독의 목표를 위해 독자 편의대로 성경을 끊어서 읽으면 성경의 장르를 무시한 성경 읽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성경의 장르를 무시한 채 읽는 것은 성경이 문학이라는 기본적 사실의 몰각이다. 헤밍웨이의 소설에 이어서 워즈워즈의 시를 동일한 장르로 읽지는 않는다. 워즈워즈의 시를 읽다가 같은 시선과 기준으로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지도 않는다. 시편은 시답게 읽어야 한다. 서신은 서간문학이다. 당연히 편지를 읽듯 서신서를 읽어야 한다.

셋째로, 성경을 문학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성경을 통째로 읽고 성경 전체의 메시지에 주목하는 것이다. 성경을 거시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심청전을 읽고 심청의 작은 행동이나 짧은 대화에 주목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심청이 어떤 인물이며 행하는 일에 주목한다. 마찬가지로 사무엘서의 메시지와 등장인물의 스토리에 주목하고 전체적인 메시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습관적으로 성경을 끊어서 읽고 세부적인 정보나 메시지에 지나친 관심을 쏟는다. 설교나 성경공부를 통해서 성경을 배운 우리는 성경의 짧은 구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성경의 구절과 단락에 집중하는 것은 성경을 지엽적으로 접근하여 성경을 곡해할 위험이 있다. 몇 구절의 메시지에 집중하지 말고 성경 각 권 전체가 주는 메시지와 교훈에 집중해야 한다.

C.S. 루이스의 글을 읽으며 적어도 문학적으로 성경을 읽지 못했다는 것을 반성했다. C.S. 루이스처럼 문학적 식견이 탁월하지 못해서 온전한 문학적 성경 읽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지만, 문학적 성경 읽기를 실천하며 쏠쏠한 재미를 누린다. 특히, 시편을 시로 읽으며 누리는 기쁨이나 서사(Narrative)를 읽으며 전체 스토리를 즐기고 거대 담론에 주목하는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Kangtg1207@gmail.com

07.27.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