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투병기

코로나19 투병기

황순원 사모 (CMF선교원)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들을때만해도 그러다가 지나가겠지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지 확진자가 상상을 초월하리만큼 늘어가고 마스크, 거리두기, 영상예배, 거리에 사람들이 뜸해지고 모두 가정으로 들어오는 일들을 보면서 보이지 않은 작은 바이러스의 위력이 이렇게 큼을 새삼 느끼며 익숙하지 않은 현실을 적응해왔습니다.

어느 날 목이 따끔하면서 기침이 날 때만 해도 감기겠지... 오후부터 열이 오르기 시작할 때만해도 그러다가 내려가겠지.... 그래도 혹시나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갔는데 양성판정이라는 말에 여느 때 같으면 심장이 뛰고 정신이 없을 텐데 너무 큰 충격이어선지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6월 26일 코비드19 양성판정을 받고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며칠 동안의 고열, 심한 가래, 온몸에 알 수 없는 통증, 구역질과의 투쟁 속에서도 "그래도 먹어야 산다" 생각하고 일어나려해도 일어날 수 없어 침대에 누어서 한 숟갈의 밥을 입에 넣고 씹어 삼키려 할 때마다 바이러스들은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철저히 막고 있는 것을 느낄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소식을 듣고 좋은 약이나 식이요법들을 알려주었지만 하나도 먹을 수 없었습니다. 안타까워서 주는 정보들조차 나에게는 유익을 주지 못하였습니다. 의사조차도 약이 없다고 타이레놀이나 먹고 쉬라고 합니다. "나는 이렇게 해서 나았습니다" 이런 소식들도 끊이지 않고 들려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소식들이 아무 유익을 주지 못했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전능하신 손, 나를 예기치 못한 혼수 속에서도 건지셨던 그 손, 심한 출혈로 응급실행을 하던 그 속에서도 살리셨던 바로 그 손. 이 손만이 밤바다 순간마다 나를 어루만져 주시려고 내 침상 곁에 함께 누워 나를 안아주시던 그 손만이 유일한 소망이요 한줄기 빛이었습니다. 침대를 떠나지 못하고 고열과 진통으로 모든 에너지를 빼앗기고 나니 에너지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저는 20여년전 간경화증으로 간 이식 대상자로 준비하고 있다가 전능하신 의사이신 하나님의 손길로 간 이식 대상자에서 밀려나와 회복되어가는 중에 아직은 면역력이 충분하지는 않고 고혈압과 당뇨라는 기저질환을 가진 자입니다. 

외출도 금하고 철저히 위생을 지켜왔기에 저에게는 걸리지 않으리라 생각을 하고 있던 사실이 현실로 닥쳐왔을 때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항상 우리에게 최상의 것을 주고 싶어 하시는 분이라고 외쳐오던 나에게 왜 또 "이런 일을 하실까?"

죽음의 선상에서 오락가락할 때마다, 갑작스런 남편의 소천 앞에서 오열할 때마다 찾아오셔서 새로운 일들을 하시고 결국에는 날개도 달아주시더니 오지에서 힘겹게 사역하시는 사모님들의 친구가 되게 하시려고 공중을 날아 이곳저곳을 다니게 하시던 그 좋으신 분이 이번에는 "코로나가 웬 일입니까?" 그러면서도 최고의 것으로 주신다고 약속하신 아버지를 기대하면서도 견디기에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주님의 따뜻한 손길을 그토록 간절히 원하여 부르짖을 때마다 어김없이 찾아오신 주님과의 밀회를 하는 시간들은 더 없는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이 은혜는 건강할 때에는 결코 느껴볼 수조차 없는 것입니다.

제 힘으로 걸어 다닐 수 있고 제힘으로 앉아있을 수 있는 때는 주의 도움이 절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순간순간을 주의 힘이 아니면 그 어떤 동작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상태에 직면할 때에야 비로소 만나볼 수 있는 주님이 한없이 고맙고 감사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고통 속에서 아우성 치고 있을 때에도 사랑의 고백을 하시면서 "조금만 더 견디거라 내가 너 곁에 있을게" 수없이 속삭여주시는 주의 음성은 언제나 변함없이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셨습니다.

2주가 되는 어느 날 식사를 하는데 음식이 잘 넘어가는 것을 느끼자 체온도 정상, 산소량도 정상수치로 오르고 가래와 기침도 사라지자 아 이제 바이러스가 내 몸에서 물러가는구나 느끼며 감사하고 있는데 체중이 더 줄기 시작하고 기운은 어제보다 더 없어져서 꼼짝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건 또 뭐지?" 바이러스가 없어졌으면 정상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했더니 후유증과 부작용이 따라올 수가 있다고 하는 말에 넘어야할 고비가 아직 남아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 후부터 에너지가 더 없어지는 것이 그 어떤 고통보다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에너지와의 투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몸에서 기운은 다 빠져나갔는데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죽을힘을 다하여 주님께 부르짖게 되었습니다. "주님 언제까지입니까?" 언제까지 견디어야 하는 것입니까? 더 이상은 버틸 힘이 없어요, 누워 있을 힘조차 모두 빼앗긴 고통 속에서 마침내 십자가 위에서 절규하는 아들의 모습을 외면하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아버지의 마음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순간 부르짖는 소리가 온방에 가득 하였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어떻게 견디셨나요? 얼마나 아프셨나요? 나를 살리시려고 어떻게 이런 일을 하실 수 일단 말입니까? 눈물이 앞을 가리워 더 이상 견딜 수 없더니 어느새 단잠이 들었습니다.

에스겔47장에 에스겔에게 보여주신 환상으로 찾아오셨습니다. 성소에서부터 흐르는 생수의 강물이 내게도 흘러들어오더니 가슴을 울리기 시작합니다. 죽은 사해바다가 살아나는 광경을 보여주시며 " 너와 접촉하는 이들마다 생명이 살아나리라 약속하셨습니다.

어느새 내 몸에서는 힘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합니다. 새벽을 깨우시는 아버지는 그토록 원하시는 생수의 강물로 나의 뱃속을 가득 채우시고 "주께서 두고 가신 기쁨"을 선물로 푸짐하게 주셨습니다. 그날 아침 검사결과로 음성 판정!!! 항체까지 생김!!! 떨리는 심장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 글자가 잘 보이지 않은 채 7월의 막을 내리기 전날인 30일 오전!! 받은 기쁨을 기도의 동역자님들과 나누기를 원하여 한자 한자 적어 내려갔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항체는 아무나 생기는 것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지금 건강한 청년들도 항체가 생기지 않아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으로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도 점점 늘어나 병원에서 혼수로 사선을 넘나드는 분들의 소식이 이어질 때마다 새로운 감사의 샘물이 솟아납니다. 그리고 간절히 이전보다 더 애절한 마음으로 그들에게도 주님의 능력의 손으로 속히 살려주세요 간절하게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사모님들 중에 왜 하필 황 사모님이 걸렸나요?" 의아해하면서 질문하시는 분들에게 이렇게 대답을 할 수 있습니다. "70세가 넘은 자로서 여러 가지의 기저질환을 가진 자를 고르시다가, 가장 취약한 조건에 있는 여인, 그 어떤 약도 복용할 수 없는 조건인 여인을 골라 뽑으신 것이라고... 그러기에 순전한 하나님의 전능하심이 역역히 드러나게 하고 싶으신 창조자 그분의 또 하나의 작품이라"고 담대히 외치고 싶습니다.

이 모든 것은 LA 본부 CMF선교원 가족들을 비롯하여 LA에이레네, 달라스 에이레네 사모님들과 세계로 흩어져서 사역하시는 사모님들의 생명을 짜 받치는 기도의 힘, 사선의 고비 고비마다 넘게 했던 힘은 바이러스보다 더 강력했음을 절실히 느껴봅니다. 피흘림의 희생적 중보기도가 없이는 기적의 축복은 누릴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었기에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특별히 각처에서 사랑의 소식들을 전해주시고 음식을 공급해주시느라 수고의 땀을 흘려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지금 코로나로 투병하고 있는 자들에게와 끝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온 지구촌에 공포와 염려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모든 일은 오직 살아계셔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계시는 전능하신 하나님이 하셨기에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아멘!!!

09.26.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