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종교

종교란 무엇인가? 인간은 아득한 옛날부터 궁극적인 문제에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해답을 추구해 왔다. 이는 종교가 싹트는 시발점이었다. 종교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간은 근본적으로 종교적 존재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무엇을 믿든, 인간은 믿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존재다. 인간은 존재 자체가 파생적이며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유로 “이성적 인간”이라 하기보다 “종교적 인간”이라 해야 한다. 심지어 종교를 갖지 않는 자도 나름대로 “무신론”이라는 강한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과 종교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생명의 씨를 뿌리기 위한 전 단계이다.

 

1. 종교의 기원

    

종교는 인류에게 수수께끼와 같은 신비한 것이다. 이는 원시시대에는 물론이고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종교의 기원은 3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진화론적 관점이다. 인류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영국의 타일러(Edward B. Tylor)는 종교의 기원을 원시시대 정령숭배사상에서 찾는다. 저들 “원시인들은 모든 만물에는 영혼이 있으며 그것은 육체를 벗어나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프레이저(James Frazer)라는 종교학자 역시 인간의 의식은 주술, 종교, 과학의 단계를 통해 진화한다고 보았다. 

또한 심리학적 관점이 있다.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드(Sigmund Freud)는 인간이 종교를 만든다고 보았다. 종교란 인간 생각의 투영(Projection)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불안하고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어릴 적 보호자였던 아버지와 같은 존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학적 입장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뒤르껭(Emile Durkheim)은 “종교는 인간 사회의 필요성 때문에 생기고 계속 존재한다. 종교는 주술과 달리 처음부터 개인적 이익보다 공동적 선과 그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도덕적 가치관을 형성하고 실천하는 방식으로 사회가 통합된다”고 보았다.

 

2. 종교에 대한 학자들의 정의

 

고대로부터 종교는 신과의 관계 속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현대 시대에 와서 종교는 신과의 관점보다는 인간의 내재적 요소 속에서 종교의 본질을 찾으려고 한다. 학자들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무한한 존재를 지각하는 것, 이것이 인간의 덕성을 감화시킨다(뮬러). 영적 존재에 대한 숭배와 신뢰이다(타일러). 종교를 성스러운 것들과 관련된 믿음과 실천의 통합된 체제라고 한다(듀크하임). 의지 곧 실천 이성에 기초를 두고, 종교를 이성의 한계 안에 가둔다(칸트). 종교의 자리가 지성 속에 있다고 본다(헤겔). 종교가 없는 사람은 없다(흄). 종교란 무한자에 대한 절대 의존 감정이다(슐라이에르마허). 엄청나며 동시에 매혹적인 신비의 체험이다(오토). 종교란 내적 요소들을 정화하는 믿음의 힘이다(화이트헤드). 최종적이거나 최상의 관심사이다(유진 니다). 종교는 인간 생활에 있어서 가장 깊은 근원과 접촉하고, 인간의 사상을 지배하며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고 인간의 행동을 지도하는 것으로 말한다(벌코프). 물질적인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관계가 종교의 핵심이다(윌리엄 제임스).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리처드 도킨스).

3. 인간이 종교를 갖는 이유

    

종교가 탄생하는 주된  요인은 무엇일까? 첫째는 인간의 한계성 때문이다. 인간은 죽음을 향하여 나아가는 유한한 존재이다. 이러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인간으로 하여금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실체, 즉 영혼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결국 인간은 자신들의 유한함을 극복해줄 수 있는 궁극적 존재에 대한 질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둘째는 인간의 공허함 때문이다. 인간은 영적인 것을 사모하며 영적인 갈증을 느끼는 존재이다. 문제는 인간이 영적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 세상의 모든 것으로 시도하지만 그 어느 것도 만족을 주지 못한다. 이로서 인간은 영적인 공허감과 삶의 무의미함에서 벗어나게 해줄 궁극적인 존재를 찾게 된다. 

셋째는 인간의 죄의식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죄인이다. 일생동안 수많은 죄를 짓는다. 이로서 인간은 죄의식을 갖게 되고 심판을 두려워한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선한 행위가 보상받고, 악한 행위가 심판을 받기 위해서라도 하나님의 존재가 요청된다고 주장했다. 바로 이러한 죄의식은 인간으로 하여금 사죄의 차원에서 종교를 갈망하게 된다. 

넷째는 인간의 불안함 때문이다. 인간은 매우 불완전한 존재다.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주관할 수 없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불안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는 결코 떼어낼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러기에 인간은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하면 자기도 모르게 그 어떤 절대적인 존재나 힘을 의지하고자 한다. 

종교의 3대 요소는 교주(敎主), 교리敎理), 교단(敎團)이다.

지금 세계는 16%의 무종교인과 84%의 종교인으로 구분된다.

종교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없는 선교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되기 쉽다. 

 

 

4. 세계의 종교 현황

     

세계에는 얼마나 많은 종교들이 있을까? https://www.theregister.com 자료에 의하면 약 4,300의 종교가 실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향 길에 있는 종교들까지 합친다면 약 2만개로 어립잡기도 한다. 종교인구비율은 어떠한가? 미국 유명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The Pew Research Center)는 2015년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글로벌종교상황(The Global Religious Landscape)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인구의 84%가 각종 종교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교별로 나눠보면 기독교(개신교, 가톨릭, 동방정교)가 가장 많은 31.2%이다. 이슬람교는 24.1%로서 가장 빠른 추세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어 힌두교 15.1%, 불교 6.9% 순으로 나타났다. 유대교0.2%이다. 

아프리카 중국, 전통 미국 원주민 오세아니아 원주민 등 각 지역의 토속종교도 인구의 5.7%를 차지했다. 그 외 바하이 신앙(Baha'i faith), 인도 자이나교(Jainism), 시크교(Sikhism), 일본 신도(Shintoism), 도교(Taoism), 천리교(Tenrikyo), 위카(Wicca), 조로아스터교(Zoroastrianism) 등 기타 종교도 소수이지만 0.8%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전혀 종교가 없거나 “무신론”인 경우는16%로서 12억 이상이다.

    

결론

    

인간은 피조물이다. 피조물은 유한하며 불완전하다. 그러므로 인간은 창조주를 찾고 의존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며 종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가 진행되면서 인간은 자기중심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인간이 주인이 되었고 신은 인간을 돕는 필요적인 존재가 되었다. 수많은 인간집단들은 자기들 욕구대로 다양한 종교들을 창안해 냈다. 이것이 오늘날 여러 종교가 성행하는 근본 이유이다. 

진정한 종교란 어떤 것인가? 아래서 위로 올라가는 노력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서 내려오는 은총이어야 한다. 피조물이 만든 우상은 결코 인간을 구원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참 종교란 절대자에 의해 계시된 진리만이 인간을 복되게 하고 평강을 줄 수 있다. 그러한 종교가 있는가?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롬1:20).

jrsong007@hanmail.net

09.19.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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