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현장과 화합의 현장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의 불만과 두려움은 분노의 대상을 찾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했고 그로인해 자신이 고통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군중심리까지 더해져 중국인과 외모가 비슷한 모든 아시아 유색인종들에게 인종차별적 언행과 폭행들이 확산되고 있었다. 특히 노약자와 여성들이 타겟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흑인들이 범법자로 오해받아 민간인과 백인 경찰들에 의해 살해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미국 도처에서 발생했고, 응어리졌던 흑인들과 시민들의 분노가 특히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방화와 약탈, 폭도화의 조짐까지 보이며 번지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역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기저질환 환자들을 별도의 중환자실에서 돌봐오고 있는데, 최근에는 한 80대의 백인 환자가 40여일 만에 완쾌되어 퇴원하면서 자신을 정성껏 간호해준 흑인 간호사에게 선물과 카드를 전하며 지역신문에 그 감사한 마음을 인터뷰한 기사가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의 마음을 흐뭇하게 하였다. 그 퇴원하는 환자의 요청에 따라 기도해주었던 기회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의 입에서 자신은 흑인들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부끄러운 기독교인이었다는 고백을 들었다. 평생을 지니고 살았던 생각과 편견은 한 중환자실 흑인 간호사의 정성과 사랑으로 무너져 내렸고 눈물을 흘리며 주님께 용서와 감사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흑인들을 중심으로 한 데모가 전 도시적으로 확산되고 저녁 통금까지 시행되는 상황에서도 경찰과의 대치가 계속되는 요즈음 병원응급실은 또 다른 전쟁을 치루고 있다. 최루탄과 화염병, 진압과 저항 속에서 부상당한 시위자 및 경찰들이 실려 오고 있다. 엊그제 응급실로 온 젊은 흑인 청소년은 신분증도 없어서 가족에게 연락조차 안 되었지만 자정이 넘어 몇 시간 동안 수술 끝에 상처도 잘 봉합되고 저녁근무 전담 간호사였던 어머니뻘의 백인 간호사의 정성어린 돌봄이 있어서 다음 날 아침 소식을 듣고 도착한 부모들은 병원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며 안도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많은 사망자들을 통해 유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충격적이고 두려운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교만함과 탐욕, 이기심과 방종을 깨우쳐주시는 하나님의 경종의 시간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곪아있던 사회와 가치관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고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교육과 훈련의 장이었다. 예배당에 모여 주일 예배조차 마음껏 드리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하나님과의 일대일 관계를 생각하게 되고 신령과 진정의 예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입술로만 사랑을 말하던 그리스도인들조차 진정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를 직접 체험하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분열의 모습 속에서 우리 인간의 죄성과 타락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면 화합과 감사의 모습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을 인류의 소망을 엿볼 수 있게 되었던 고마운 시간이었다. 

tdspark@gmail.com

06.06.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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