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정은 지난 4월 10일부터 5월 30일까지 선교사 안식년으로 한국을 방문하였습니다. 4년마다 한국에 안식년으로 한 달 반 동안 방문하는데 이 기간 동안 건강진단을 받고, 후원 교회를 방문하여 선교보고를 하다보면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한국에 가서 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시간이 부족하여 우선적인 일에만 집중하고 시간이 되면 다시 선교지로 돌아옵니다. 한국 경제가 어렵다보니 선교지에서도 쉽게 실감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바쁜 일정 가운데 우선순위는 사람들을 만나 교제 하고 선교지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때가 가장 기쁜 일입니다. 열약하고 외진 선교지에서 24년 넘게 사역하다보면 많이 지치고 몸이 약해지는데 늘 건강의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서남단 잠보앙가 지역의 따우숙 종족의 복음화를 위해 사역할 때 늘 기도로 함께 동역해 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2019년 새학기
2010년 새희망 학교를 처음 시작하였을 때 학생들이 40명이었는데 9년이 지난 2019년 새 학기에는 165명의 학생이 등록을 하여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학교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어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2019년 새 학기가 6월 10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4월에 한국에 안식년으로 갔을 때 예원교회 방 목사님이 특별히 신경을 써주셔서 많은 악기를 기증해 주셨습니다. 우쿨렐레 5개, 오카리나 6개, 실로폰 15개, 멜로디언 15개, 피리 10개를 가지고 와서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우리 새희망 학교가 외진 곳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새로운 악기를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기에 학부모들이 좋아하고 있습니다. 가끔 교육청 사람들이 와서 학교행사에 참여하여 학생들이 악기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감동을 받는다고 합니다.
음악과 미술, 체육 과목이 ‘마패’라는 한 과목으로 포함되어 있다 보니 음악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며 대부분의 선생들이 악보를 보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필리핀 초등학교, 고등학교 행사 때 제일 많이 하는 것은 춤추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새희망 학교는 3년 전부터 악기를 조금씩 가르쳐 와서 학교의 수준을 올리고 있습니다.
캠벌리 여학생
안식년을 다녀오니 저희가 후원을 해오던 5학년 여자아이 캠벌리가 학교에 등록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또래 아이들보다 3살이 많은 캠벌리는 모슬렘 여자 아이입니다.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함께 살고 있고, 할머니와 함께 사는 캠벌리의 형편을 잘 알기에 3년 전부터 조금이나마 후원을 했습니다.
한국으로 가기 전에 캠벌리가 공 선교사에게 이런 질문을 하였습니다. “방학동안 이모가 있는 바실란 섬에 방문하기 때문에 주일 예배와 여름성경학교에 참석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예배에 참석 못해도 후원을 계속 해줄 수 있냐고?” 공 선교사는 “물론이니 아무걱정 없이 다녀오라”고 말했지요. 한국에서 돌아와 보니 캠벌리의 이모가 캠벌리를 데리고 갔다고 말하면서 할머니께서 공선교사와 학교 선생들에게 “학교 관련된 서류를 내어 주지 말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우리도 캠벌리가 돌아오면 아이를 돌려보내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캠벌리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캠벌리의 이모가 도리(결혼 지참금)를 받고 캠벌리를 결혼시킨 것 같습니다. 정말 마음이 무겁고 많이 아팠습니다. 성경 말씀을 열심히 외우고, 착한 아이였고 어려운 가정 상황 가운데서도 열심히 공부하려고 노력하는 여학생이었는데 지켜줄 사람이 옆에 없다보니 이모가 데려간 것입니다. 모슬렘 여자 아이들의 실상은 늘 너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어느 곳에 있든지 주님께서 함께 하여주시길 기도합니다.
오정윤 선교사
ohgongtak@daum.net
08.10.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