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칼럼

선교 칼럼

강성철 선교사 (브라질)

2015년 2월 10일부터-24일까지 주브라질 한국문화원(O Centro Cultural Coreano Brasil)에서 텅빈 충만 전시회(Plenitude Vazia)를 가졌다. 우리의 전통한복을 입고 한국음식도 시식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고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 현대 미술의 물성과 정신성 전을 개최하였는데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소개함으로써 한국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려고 하였다. 특별히 문평의 달 항아리가 대표작으로 소개되었는데 물성 그대로 화폭에 드러나는 작품으로서 자연 본연의 풍부한 빛과 색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백색의 미를 품은 달항아리를 통하여 오히려 충만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미적 특징은 무위의 삶을 즐겼던 조선시대의 선비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회에 많은 사람들이 참관하였는데 꼴레지오 디아스포라 학생들도 전시회에 참관을 하였다. 꼴레지오 디아스포라는 2014년부터 한국어과를 신설하고 중학교 전교생으로 하여금 한글을 정규과목으로 배우게 했다 학생 가운데 왜 우리가 한국말을 배워야 합니까? 질문을 하는 학생이 있다 그러면 대답하기를 “지금 세계는 글로벌시대이기 때문에 한 나라 언어라도 배워두는 것이 살아가는데 유익할 것으로 안다. 특히 한국과 브라질은 좋은 관계 속에 서로 무비자 협정을 하고 경제교류를 하면서 정치 사회 문화 교육 등 다방면에서 서로를 인정하며 배워가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나누게 될 것이다. 요즘 한국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늘고 있고 한국의 기업에 들어가 일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한국말과 글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 학교에 감사하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꼴레지오 디아스포라는 학생들이 한국과 좀 더 친밀해지기를 원하면서 한글교육과 동시에 한국의 무술인 태권도를 가르쳤다. 쌍파울 주 행정국(PREFEITURA DA CIDADE DE SAO PAULO SECRETARIA DO GOVERNO MUNICIPAL)과 리베르다지 아카데미(단장 김요진)와 협약에 의해 태권도를 보급하기로 했는데 꼴레지오 디아스포라가 선정이 되어 전교생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래서 태극기가 새겨진 도복을 입고 한국말로 된 구령을 외치면서 태권도를 배우며 한국의 예절도 배우게 되었다.

한편 소리나라 주장호 원장이 한국의 동요와 노래와 한류바람을 타고 들어온 한국의 일반가요 팝 그리고 찬양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브라질에 진출한 대기업인 현대자동차, LG공장 등을 방문하여 한국기업의 실체와 규모 그리고 최신 시설을 갖추어 로봇과 함께 일하며 생산되는 자동차, 세탁기 TV 등을 보며 거기에서 일하는 브라질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현장학습을 할 뿐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많은 도전을 받고 한국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생겨났다. 또한 쌍파울교육(오석진 원장)의 주선으로 코트라에서 주관하는 엑스포박람회에 초대를 받았다. 코트라가 준비해준 3대의 버스를 타고 박람회에 도착한 학생들은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에서 나오는 값진 상품들이 자기들이 그토록 갖기를 소망하는 제품들임을 텔레비전 광고에서만 보았던 제품들을 직접 만져보고 작동해 보면서 한국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었으며 꿈과 비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브라질에 살면서 열대문화 초기 동인인 황운헌 시인(2012년5월 세상을 떠남)은 “때로 문화 문화 하는데 과연 문화가 무엇일까? 아무래도 문화라는 것이 어떤 관념이나 사상의 형태는 아닌 것 같다며 새로 사들인 모던한 디자인의 새 가구보다도 그럭저럭 3대쯤 물려받아 내려온 이조공예품인 오래된 문갑과 같은 케케묵었지만 무언가 내밀하고 친밀한 느낌이 드는 허름한 가구같은 것 우리의 손으로 확실하게 만져볼 수 있고, 더듬어 볼 수 있고, 쓰다듬을 수 있는 그 무언가 우리의 주변에 실재하는 것 그런 것이 문화인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에 동감한다.

오래전에 노인대학을 다니다 미국을 간 하덕례 학우가 조그만 자개상을 주고 갔다 그런데 그 상이 쓸수록 정감이 가고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이것이 문화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가끔 먹는 청국장에서 어머니의 향내가 나고 고국의 정취를 느끼는 것도 음식이 문화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다. 아내는 해마다 매실을 한 자루 사서 매실주를 만든다. 포도나 매실 등은 자연의 멋이다. 그것을 잘 가꾸어 좋은 상품을 만들고 그 향내를 즐기며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면서 옛 어른들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그리워하는 것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포도 매실 등 과실주를 만드는 것을 자세히 관찰하여보면 그 사람의 소질과 개성과 교양의 관계를 찾아볼 수 있다. 쏟아지는 빗물은 금새 홍수를 이루듯이 많은 지식이 홍수를 이루며 쏟아져 나와 우리 주변에 깔려 있다 해도 그 지식이 각자의 소질과 개성을 바탕으로 하여 정신적으로 승화하지 않으면 우리의 것이 될 수 없다 그냥 바쁘게 지나가고 아무런 의미도 느끼지 못하고 시끌법적 대는 훼라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아무와도 관계를 이루지 못하고 지나면 그것은 문화가 될 수 없다. 아무리 많은 양의 재료를 들여 비싼 돈을 지불하였다 할지라도 그것은 문화일수 없으며 많이 마시고 주고받았다 할지라도 문화인이라 할 수 없다.

살다보니 벌써 나그네 이민자의 삶이 33년이나 되었다. 이제는 아버지의 바통을 받아 마지막 주자가 되어 꼴인 지점을 가고 있는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고민해본다. 현실의 문화와 상황을 수용하고 오래 동안 우리의 선조들이 지켜온 역사와 전통을 소중히 여기며 변치 않고 유지하므로 우리의 후손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줄 것들을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브라질에는 크게 나누어 세 가지의 기층문화가 있다 하나는 폴투갈이 브라질에 들어오기 전부터 남미의 이곳저곳에 산재하여 살고 있는 진짜 원주민인 인디오 문화이고, 또 하나는 광활한 이 땅을 개간하기 위해 수도 없이 붙들려온 흑인 노예들과 함께 들어온 아프리카 문화, 그리고 나머지는 포르투갈의 리베리아 문화가 거대한 브라질 땅을 받쳐 들고 있는 기층문화이다.

여기에 세계 각국의 문화가 채색되어져 현란하기 짝이 없는 다양한 문화를 이루고 있는 것을 해마다 섬바 축제를 보면 알 수 있다 얼마 전에는 한국의 문화가 삼바축제에 주제로 소개된 적도 있다. 문제는 다양한 문화 속에 한국의 뿌리를 찾고 한국인의 얼과 말 그리고 글과 그림 음악으로 표현된 문화 활동을 열심히 함으로 한국인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 이 땅에 사는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된다고 본다. 다양한 문화 속에 파묻혀 살고 있지만 우리의 정서를 십분 살리어 누리며 즐길 뿐 아니라 타 종족들과도 공유하며 우리의 말과 한글을 장려하여 보급하므로 우리들의 자손은 물론 세계 모든 민족이 한글을 배울 의욕을 갖도록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보자. 싸이의 강남스타일, 태권도를 비롯한 한국인이 개발한 게임,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뛰어난 문화를 세계인과 더불어 나눔으로 한국의 말과 글 그리고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브라질 안에서 문화를 즐기며 살자.

세계 역사를 뒤적이다보면 말을 잃어버린 종족들이 수도 없이 역사의 무대 밖으로 사라져버려 쇠망한 예를 볼 수 있다. 비록 디아스포라 이민자로 브라질땅에 살고 있을지라도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값진 유산인 한국말과 글을 잘 가르치며 우리의 문화를 잘 보존하면서 그 가치를 깨달아 사랑하고 자랑하며 긍지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1세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우리의 후손에게 넘겨줄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 하지 않을까?

어느 사회학자가 지적했듯이 오늘날은 복합적 아이덴티티 시대다. 이 말은 한국과 브라질에 동시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그것이 서로 모순되지 않고 서로 배척하지 않는 상황을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바람직한 디아스포라 한국인이 가져야 할 자세이다.

흔히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상황을 포스트 냉전기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21세기 글로벌시대를 살아가는 차세대들에게는 아이덴티티를 하나만으로 한정지우는 사고방식은 아무래도 냉전시대의 낡은 생각이다 우리는 브라질이라는 광대한 땅에서 세계 모든 민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살아가려면 복합적이고 개방적인 문화상황 속에서 한편으로는 브라질에 동화되어 저들과 아미고 사회를 이루어가며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좋은 것을 누리며 브라질인들에게 알리어 함께 공유해야 된다고 본다. 약간의 혼란이 있을지라도 우리의 옛것을 연구하여 장점을 살리고 개혁하여 멋과 맛을 동시에 살리는 가운데 여유를 즐기며 사는 지혜를 모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브라질 안에 살면서 한국문화를 즐기며 살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