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예배당 뜰을 밟으며...

어느 시인은 꽃이 지는 소리에 잠 못 이루었다 하더니... 뒷마당에 나가 한 여름의 땡볕에도 싱싱하고 푸르게 서있는 나무들을 바라본다. 머지않아 저 나무들에도 튼실한 열매가 맺혀질 텐데.... 

사람들은 열심히 산다. 아니 열심히 사는 것에다가 또 최선을 다해 산다. 그래서 한번 시작한 일은 죽기 살기로 해낸다. 하나를 그렇게 고갈시켜야 뭐가 나와도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죽을힘을 다해서 사는 사람들 속에 그나마 열심히 사는 것조차 무의미한 현실의 폭풍이 몰아 닥쳤다. 그야말로 손 놓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해서 오직 주만 바라볼 때가 온 것 같다(대하20:12).

서로 상처받고 또 서로 치유 받으며 그렇게 한 세상을 살면서 미워했다가도 또 사랑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 또 아파하고 용서하고 서로가 불쌍해 보여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우리네들... 그렇게 함께 어우러져 반평생을 함께 살아온 우리였는데... 그런 우리가 예배당 문을 잠시 닫았다. 코로나 때문이다. 이전에도 없고 이후에도 없을 그런 놀라운 일 앞에 두려워 떨고 있는 사람들... 그런 성도님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안쓰럽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은 좋은 일뿐 아니라 어려운 때나 아픈 때에도 또 어떤 때는 턱없이 모자라는 재정 앞에서도 우리의 가진 작은 것들을 아낌없이 나누고 쪼개어 옥합을 깨는 마음으로 함께 애써온 날들과 눈물의 기도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이제 다시 예배당 뜰을 조심스레 밟으며 그동안 너무 무디어져서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감사로 감격으로 가슴이 울컥한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를 연거푸 내뱉으면서도 환경에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날들... 너무 놀라고 두려웠던 시간들 때문에 오히려 이젠 쬐끔은 영적 어린아이의 일을 버리고 건강한 성진지기들이 다 되어 다시 예배당 뜰을 밟는다.

이제 다시 너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예수님 이야기로 꽃피울 아름다운 만남을 그리며 그동안 너무 익숙해져서 함부로 대했던 모든 것들에 사과하는 맘이 되어본다. 늘 우리가 드린 것에 비해 너무나 많은 은혜를 주시는 그 주님의 사랑에 아직도 한없이 빚진 마음이지만 그래도 은혜가 아니면 살아 갈 수 없는 우리이기에 오늘도 겸허히 주님 앞에 은혜를 구하며 머리를 조아린다. 

요즘처럼 진하게 맞이하는 찬란한 고독과 맞닥뜨리면서도 그래, 인생이란 원래 고독한 거라고... 그렇게 느긋하게 외로움에 맞서는 사람은 인생을 조금은 더 담대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남이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 삶은 늘 피곤하다. 외부에서 자기감정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환경이 생기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자신을 더 많이 알아감으로 내 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기르며 이 어려운 때와 담대히 맞설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면 좋겠다.  

 

changsamo1020@gmail.com

06.05.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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