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를 겪으며 우리는 계획이 무색하다고 느꼈다. 2020년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은 변경돼야 했을 뿐 아니라 중간중간 수정했던 계획들조차 한 달, 아니 한 주 심지어 하루 만에 바꿔야 하는 일도 자주 발생했다. 그렇다면 2021년 계속해서 계획을 세워가야 할 교회 리더십들은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베스트셀러(“Do Less”) 작가 케이트 노스럽(Kate Northrup)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를 통해 불확실성을 전제한 계획수립에 대해 말한다. 그녀에 따르면 계획은 원래 안정감을 준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더 미래를 짐작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계획을 세울 때 얻는 장점까지 놓쳐서는 안 되며, 다만 시간과 목표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바꾸기만 하면 된다고 조언한다(How to Plan Your Life When the Future Is Foggy at Best).
과거에는 계획이 공동체에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선한 수단으로 작용했는데, 팬데믹 상황 속에 계획은 더 이상 ‘확정적인 목표’가 아니며 ‘언제나 바뀔 수 있는’ 것이 됐다. 계획의 장점은 사라지고 오히려 에너지만 소모하는 듯 보인다. 이런 상황 속에 어떻게 계획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까?
노스럽은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로 플래닝을 제시한다. 급변하는 상황 속에 필요한 것이 적응력인데, 이 적응력은 상황에 수동적으로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 자체에 변화를 포함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새로운 정보나 상황 변화에 따라 계획을 변경시킬 중간 검토 지점을 미리 정한다면, 변화하는 상황 자체가 우리의 계획 아래 있게 된다. 이것을 마이크로 플래닝(Micro-planning), 즉 미시 계획 수립이라고 한다.
마이크로 플래닝은 간단하다. 포괄적인 비전을 세운 뒤 년, 분기, 월, 주, 일 단위로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계획을 세우고 조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마이크로 플래닝의 여섯 가지 요소에 따라 판데믹 시대에는 계획을 어떻게 세우면 되는지 살펴본다.
1. 목적을 파악하라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큰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해야한다. 지금까지 우리 공동체의 계획과 발걸음을 뒤돌아보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어떤 맥락이 있다. 이 맥락을 파악한다면 우리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장 큰 목적을 명확히 제시하기 쉽다. 이 목적을 실행하는 방법은 상황 변화에 따라 바뀌더라도, 목적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여전히 우리 공동체의 목적이 불확실하다면, 우리 공동체가 가장 보람차고 행복했던 경험들을 나열해보고, 이 경험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라. 그 공통점이 우리의 가장 큰 목적을 알려주는 단서가 될 것이다.
2. 연간계획을 수립하라.
대부분 교회공동체는 연간계획을 필수적으로 세운다. 팬데믹으로 작년 한 해 연간계획이 어그러진 기억 속에서 올해의 연간계획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과거처럼 너무 원대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공동체의 목적과 일치하는 작은 목표 세 가지를 우선 세워본다. 너무 원대하거나 다양한 목표를 세우려 하지 말고, 목적에 집중할 수 있는 세 가지 목표만 우선 세우도록 한다.
3. 분기별 계획을 세우고 검토시기를 확정하라
연간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더욱 세부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시기다. 연간 목표 세 가지를 이루기 위해 먼저 준비해야할 세부 목표를 계획하고 실천한다. 이 역시 최대 다섯 가지를 넘지 않도록 제한한다. 목표가 적을수록 에너지를 집중하고 변화에 대응하기 용이하다.
중요한 것은 계획을 재검토할 타이밍을 미리 설정해야 한다. 가령 매 분기 초에 재검토 시간을 정기화해 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
목적파악 후 연, 분기, 월, 주간 계획 세워...감사일기로 하나님 의지
계획 수립 과정 세분화로 효과적 사역하고 목표 이뤄내는 기쁨 느껴
4. 월간계획은 각 목표의 단계별 진척을 확인할 수 있게 하라
분기별 목표를 단계별로 다시 나눌 수 있다. 한 목표에 착수해 원하는 결과를 달성하려면 계획 수립, 준비, 진행, 완성, 피드백이라는 네 가지 단계를 거칠 수 있다. 각 단계별 진척 상황을 구분하고 가시화하여 계획을 변경해야 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단계의 계획을 변경하면 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단계를 구분하는 것은 해당 목표를 실행할 때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더 구체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황이 변화할 때 계획을 변경해야 할 포인트를 더 특정 지을 수 있게 된다.
5. 주간계획은 완료/표기할 수 있는 할일 목록으로 만들라
많은 사람들이 일일 할일 목록을 만든다. 하지만 할일 목록은 주 단위가 적절하다. 일일 목록은 할 일을 다 마치지 못하고 하루가 끝날 때 패배감을 느끼게 한다. 이와 달리 주간계획을 세우면 예정된 일을 더 넓은 시각에서 볼 수 있고 일반적인 할일 목록보다 더 유연하게 계획을 짤 수 있다.
명심할 것은 주간 할일 목록은 업무만 포함하는 것이 아니다. 휴식, 식사, 모임, 예배, 상담 등 공동체의 목표를 달성해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일을 모두 포함된다. 공동체의 상황을 최적화하는 모든 과정이 주간 할일 목록에 포함된다.
6. 매일 감사일기를 쓰라
마지막으로 매일 하루를 마감하며 공동체의 감사를 담은 감사 일기를 작성한다. 오늘은 공동체가 무엇을 했고, 일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무엇이 잘됐고, 무엇이 잘못됐으며, 무엇을 배웠는지), 무엇보다 무엇이 감사한지 적는다. 매일 5분간 이렇게 기록을 하면 더 신중하게 주간, 분기, 연간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특히 매일 감사를 기록하는 것은 변화하는 상황에서 불안감을 잠재우고 이 일을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을 의지할 수 있게 한다.
팬데믹 시대는 우리가 더 이상 5개년 계획과 같은 장기 프로젝트를 세우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계획 수립 과정을 더욱 세분화해 사역을 효과적으로 하고 세운 목표를 이뤄내는 기쁨을 여전히 누릴 수 있다. 불확실함이 우리를 멀리 보지 못하게 한다면 가까운 곳을 자세히 보는 기쁨을 찾으면 된다. 매월, 매주, 매일 작은 계획을 이뤄감을 통해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쁨을 누려보자.
05.08.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