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죽이는 것 - 이유없는 미움의 화살

사람을 죽이는 것 - 이유없는 미움의 화살

주서택 목사 (청주 주님의교회 담임, 내적치유사역연구원장)

인간은 인간을 눈으로 죽일 수 있다. 미움을 가득 담아 눈총을 쏘는 것이다. 이 눈총을 맞은 사람은 시름시름 앓다가 자기도 모르게 합병증에 걸려 죽어간다. 만일 어린 아이가 부모에게서 이런 미움의 눈총을 맞았다면 그 아이는 죽을 때까지 그 가슴에 박힌 미움의 눈총에서 만들어지는 독으로 인해 합병증에 시달릴 수 있다.

이 그림에서 보듯이 사람들이 쏘아대는 화살 중에서 가장 잔인한 것은 아무 이유 없이 상대를 미워하는 화살이다. ‘네가 이렇기 때문에 내가 너를 싫어한다’가 아니라 ‘그냥 나는 네가 싫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 화살은 직격탄이 되어 그대로 상대방에게 죽음의 독을 퍼뜨린다.

41세의 주부는 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항상 나를 판단하고 정죄했다. 정죄감이 들 때마다 열심히 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기에 더 열심히 달릴 수밖에 없었다. 기도도 봉사도 모임도 모두 열심히 했다. 하지만 무언가 나를 짓누르는 기분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졌다. 죄책감이 심해지면서 신앙생활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이럴 때 ‘내 마음속에 울고 있는 내가 있어요’라는 책을 접하게 됐다. 그 책을 읽으면서 나를 돌아보았다. 잠시 잠깐도 놀지 못하고 무엇인가를 계속해야만 하는 나,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야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이라고 믿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우리 애들은 날보고 ‘엄마는 이상해, 왜 노는 걸 싫어하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노는 걸 싫어하는 사림이 있겠나! 난 정말 놀 수 있다면 마음껏 놀고 싶었다.

이 문제를 가지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내가 왜 이런 사람이 됐는지 생각해보았다.

기도하는데 내게 비쳐진 것이 있었다. 눈이었다. 많은 눈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저 눈들에게 나는 잘 보여야 되고 잘 돼야 하고 열심을 내야하고.... 그 눈들을 느끼며 이런 마음이 가득했다. 그런데 그 많은 눈 속에서 유난히 나를 노려보는 눈이 있었다.

‘하나님! 저 눈은 누구의 눈이예요?’ 나는 너무 섬뜩해서 하나님께 이렇게 물었다. 즉시 내 마음속에 답이 왔다. 그 눈은 엄마의 눈이었다. 심부름을 시키면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심하게 꾸짖으며 나를 째려보는 눈이었다. 나는 지금도 엄마의 눈이 싫다. 선하게 생긴 눈도 많고 날카롭게 생겼어도 째려보지 않고 좋게 말을 할 수 있을 텐데 왜 우리 엄마는 그냥 할 말도 째려보며 하는지 모르겠다. 하나님은 그 눈을 나에게 보여주셨다. 책에서 보면 엄마를 용서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너무 너무 무서웠다. 내가 이제 아이들의 엄마가 됐는데도 내 기분은 어릴 때 그대로였다.

나는 주님께 엄마의 마음에 안 들게 한 것을 용서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도해도 마음의 꺼림칙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고 내 기도는 하나님에게서 너무 멀리 있다는 절망적 느낌만이 들어 기도를 계속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깊은 곳에서 깨닫게 해주시는 것이 있었다.

주님의 눈은 엄마와 다르다는 마음을 주셨다. 주님은 엄마처럼 나를 보지 않으신다. 나에게 눈을 흘기지 않으시고 날카롭게 말을 하지도 않는 나의 진짜엄마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순간 그토록 나를 붙들고 사라지지 않던 정죄감이 안개가 걷히듯 사라졌다. 그리고 그 평안함... 나는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내가 왜 그렇게 놀지도 못하고 일만을 해야 했는지...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엄마의 그 눈을 의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이렇게 컸는데도 내 속사람은 여전히 그 눈을 무서워하는 아이였던 것이다. 잠시도 편히 있을 수 없고 내 힘에 지나치게 열심을 내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을 만큼 불편하고, 그리고 어느 새 세상 모든 사람들의 눈도 덩달아 다 무섭게만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주님께서 당신의 눈길을 내 가슴에 느끼게 하시면서 나를 둘러싼 그 눈들이 일시에 사라졌다. 그 눈들 속에서 유난히 귀신처럼 파랗게 보이던 엄마의 눈도 이젠 보이지 않는다. 나는 정말 자유함을 얻었다.

앞으로 어떤 사건이 터질지라도 나는 사람들의 눈들 대신 하나님만을 생각할 것이다.”

상대방이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할 때 더구나 그 상대가 나의 가까운 가족인 경우 그는 자신의 존재에 수치심을 느낀다. 미워하는 이유가 살면서 발생되는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는 네가 그냥 싫어’하는 식이 될 때 그 상처는 더욱 크다. 미움과 증오를 가지고 벌레를 보듯 쳐다보는 사람의 눈총 안에 들어있는 독은 상대방을 실제로 벌레로 만들어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런 독을 어떻게 해독시킬 수 있을까? 이 세상에서 이 독을 해독시킬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 뿐이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쳐다보는 것이다. 예수님을 쳐다본다는 것은 예수님도 이런 미움의 화살을 수없이 맞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깨닫는 그 순간 나를 찌르는 고통은 힘을 잃는다.

사람들은 정말 이유 없이 예수님을 증오하고 미워했다. 벌레를 대하듯 예수님을 미워했다. 그래서 주님은 자신이 벌레처럼 느껴진다고 고통스럽게 탄식하시고 있는 것이다.

“나는 사람도 아닌 벌레요, 사람들의 조롱거리, 백성의 멸시거리일 뿐입니다. 나를 보는 사람은 누구나 나를 빗대어서 조롱하며, 입술을 비쭉거리고 머리를 흔들면서 비아냥댑니다”(시편 22:6-7).

예수님은 이런 취급을 당할 인격도 아니고 그런 짓을 한 적도 없으셨다. 하지만 사람들은 예수님을 무조건 배척하고 무시했다.

“그는 주 앞에서, 마치 연한 순과 같이, 마른 땅에서 나온 싹과 같이 자라서, 그에게는 고운 모양도 없고, 훌륭한 풍채도 없으니, 우리가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모습이 없다. 그는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고, 버림을 받고, 고통을 많이 겪었다. 그는 언제나 병을 앓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에게서 얼굴을 돌렸고, 그가 멸시를 받으니, 우리도 덩달아 그를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이사야53:2-3).

이와 같이 우리를 찌르는 이유 없는 미움의 화살이 예수님의 가슴도 무수히 찔렀음을 알게 될 때, 즉 예수님도 나 같은 취급을 당하셨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나는 예수님과 하나가 되고 나의 고통은 더 이상 개인적인 경험이 아니라 예수님의 수난을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소재가 되며 그것이 내가 곧 예수님을 먹는 것이요 예수님을 쳐다보는 것이다.

이것이 이유 없는 미움의 화살이 나를 파괴시키지 않게 하는 이 세상에서 찾을 수 없는 유일한 길이며 다시 살아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해독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