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맡겨 놓으셨나요?

유효정 목사 (한부모 모임 대표)

한 남자분이 참석하셨습니다.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살던 중 아내가 먼저 세상 떠난 후로 힘들어하자 자녀들의 권유로 재혼의 기회가 좀 더 있을 이곳 대도시로 이주한 분이셨습니다. 우리 모임을 소개하신 분과 또 본인과 직접 이야기 나누어 보니 성실하게 사신 분 같았습니다. 그 분의 첫 질문은, ‘재혼할 대상을 찾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겠느냐’였습니다. 배우자를 찾는 모임은 아니지만 매달 있는 정기모임과 한 해에 두세 번 있는 수양회에 참석하다 보면 각 사람들의 대인관계며 성품을 알게 되고 혹시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면 건강한 커플이 될 확률이 높을 것이니 여유를 갖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하지만 두어 번 참석 후 어떤 분의 연락처를 알 수 있겠냐고 연이어서 문자와 전화를 하셨는데 운전 중에 전화가 올 때면 마음이 힘들어지면서 ‘언제 맡겨놓으셨나요?’하고 되묻고 싶어졌습니다.

에리히 프롬은 ‘삶에 기술이 필요한 것처럼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며 사랑은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행위’라고 말합니다. 특별히 부부 사이가 가까웠던 분들은 서로 간에 하나되지 못할 때 많이 힘들 수 있다는 것에 상상을 못하고 그저 내가 잘해주면 무난하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요사이는 법적인 혼인 과정없이 동거 형식을 취하는 커플이 많아서인지 재혼의 실패율이 80-90%라고 합니다. 또한 각자의 스타일로 굳어져 있는 늦은 나이인 만큼 서로 맞추며 살려는 것은 모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우리 모임에서는 건강한 홀로서기에 초점을 맞추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성공적인 재혼의 전제조건이 무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한 성경말씀은 이렇게 조언하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 나리라“(요 7:37, 38) 여기서 '목이 마르다'는 인간의 절실한 갈증을 의미하는 것으로 혼자된 분들의 외로움에 의한 갈증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게로 와서 마셔라’는 말씀을 굳게 믿고 하나님께 나가 마음을 털어놓아라. 그러면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생수의 강이 흘러나와 남을 품을 수 있게 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금 더 이해가 쉽게 상상의 그림을 그려보도록 하지요. 유리컵에 물이 반 정도 있는 상태를 누군가가 나머지 반, 곧 나의 부족을 채워주길 바라는 그림으로 해석한다면 물이 가득 찬 컵은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은혜가 더해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때가 돼서야 사랑을 흘러넘치게 할 수 있고 상대방의 다름을 감쌀 수 있을 겁니다. 곧 나의 필요를 위해 파트너를 찾으려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대한 마음을 가질 때 지속적이고 건강한 만남이 될 것입니다.

성경에 "내가 결혼하지 아니한 자들과 과부들에게 이르노니 나와 같이 그냥 지내는 것이 좋으니라. 만일 절제할 수 없거든 결혼하라 정욕이 불같이 타는 것보다 결혼하는 것이 나으니라."(고전 7:8-9)라는 바울사도의 말씀이 있습니다. 한 부모 인도자께서는 이혼이나 사별 후 재혼을 원하는 참가자들에게, 우선 하나님과의 관계를 친밀하게 해서 주님 한 분으로 족하다는 고백이 있은 후에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전해야 할 것입니다.

hyojungyoo2@yahoo.com

11.23.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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