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로마의 아파트는 항상 편안함을 갖게 한다. 일층인데(우리로는 2층) 창문마다 밖으로 두꺼운 철재로 안전망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안으로 열수 있는 창문과 더불어 이중으로 된 철제 창문이 버티고 있어, 혹 창문을 닫지 않아도 안전하기 때문이다. 요즈음처럼 코로나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처럼 안정감을 주는 것은 삶의 평안을 위해 꼭 필요한 도구다 싶다.
하물며 국가의 안전은 모든 국민들에게 절대적 요소가 된다. 그래서 제정 로마시대에 수많은 주변의 약한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로마의 그늘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래서 황제와 원로원에서는 천천히 들어오도록 제재할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로는 최고의 힘을 구사했던 로마의 그늘로 들어가면 로마의 안전망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주변 나라의 침략에서 자유하게 되고 국민들이 평안하게 된다. 물론 그 대가를 지불해야 되겠지만 그보다 침략으로 인한 피해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한번 전쟁이 일어나면 패한 쪽은 국가가 사라질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현대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싶다. 힘이란 본능적으로 개인이든 국가든 언제나 그 힘의 내용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이런 욕망은 성서적으로 보면 부패한 속성일 수 있다. 사람들은 그 욕망을 존재의 본능으로 미화하기도 한다. 그런 욕망이 있기 때문에 힘을 증진시키려고 노력하고 그 노력을 통해 인간은 보다 나은 삶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튼 개인이나 국가는 힘이 없을 때 무시당한다. 북한에서 탈출한 외교관의 말에 의하면 국제 대회에 참석하게 되면 각 나라의 대표들이 모두 자신을 피하고 상대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고백했다. 혹 무엇을 달라고 요구하던지 아니면 피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일이야 말로 힘없는 자의 비애가 아닐 수 없다.
개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교회도 비슷하다. 대 교회의 담임에게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작은 교회의 담임은 찾는 이가 없다. 그래서 개인이나 국가는 힘을 가지려고 발버둥 치게 된다. 사실 특정인이나 국가에게 강한 힘을 지니게 하는 것은 약한 자 및 국가를 도우라는 섭리가 있다. 그러나 부패한 인간들이기에 욕망대로 행동하기에 세상은 요란하게 된다.
개인이나 국가가 일정한 힘을 가졌다고 판단할 때 슬슬 옆 나라에게 시동을 건다. 그건 사실 한번 붙어보자는 신호임을 개인이나 국가들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21세기의 모든 나라는 가장 강한 무기를 소유하려고 힘쓰고 있다. 그 힘의 가장 하이라이트가 핵이라고 여긴다. 핵은 한방으로 엄청난 괴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은 최후 마지막 순간, 너 죽고 나죽자고 달려들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몇 년 전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점령했다. 그리고 그 땅을 지금까지 돌려주지 않는다. 온갖 제재를 당하고 있지만 말이다. 내 생각이지만, 만약 우크라이나에게 당시 핵이 있었다면 어쩠을까 싶다. 함부로 러시아가 군사작전을 행사할 수 있었을까? 본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유럽을 대항하기 위해 설치한 엄청난 전술핵들이 있었다. 그런데 러시아에서 독립할 때 우린 필요 없으니 모두 가져가도록 했다고 한다. 만일 그 때 우리 땅에 설치된 핵을 우리가 관리하겠다고 했다든지, 혹 다 가져가지 말고 일부는 남기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이스라엘은 적은 인구와 작은 땅을 지니고 그래도 5억의 인구를 가진 중동국가들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고 있는 것은 가공할 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 두 개가 아닌...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 최대의 강대국인 미국에 철저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것이 이스라엘로 하여금 주변 국가들을 향해 당당할 수 있게 한다 싶다.
인류 역사에서 존재했던 약한 나라들은 어쩔 수 없었다. 강한 나라에 빌붙어 살아가는 수밖에. 그래야 백성들은 발을 뻗고 평안하게 살 수 있다. 이것은 실낙원이후 지구촌 약소국가들이 생존할 수 있는 법칙이다 싶다. 힘없는 개인이나 국가가 공의를 외칠 때, 그것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다. 어떻게 하면 개인이나 국가가 안전함을 누릴 수 있을까?
chiesadiroma@daum.net
05.29.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