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오래전에 떠나온 고향을 많이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고향은 마음속에 그리움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때로는 그곳에서 온 음식으로 그리운 고향을 달래기도 합니다. 우리 이민자들이 떠나온 고향에 대한 향수는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선교사로 있을 때 주변의 서구 선교사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집에서 부쳐온 소포를 받고 그 안에서 그리웠던 치즈를 발견하면 모두를 불러서 함께 왁스로 봉해진 치즈를 열 때가 있습니다. 저희 부부도 미국 출신이라고 그런 자리에 어울릴 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봉한 것을 열고나면 냄새가 지독하며 그들의 썩은 냄새와 느끼한 맛에 반응이 "I feel like at home!"(집에 온 것 같다)라고 말하지만 미주 1.5세인 저희 부부는 그 냄새에 완전 적응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분위기를 맟춰 주기 위해서 나눠주는 치즈 조각과 크래커를 기쁘게 받아먹습니다. 때로는 인도네시아 명절인 "이둘휘트리"가 되면 현지인들과 둘러앉아 그들의 냄새나는 토속음식을 나눠 먹습니다. 반면에 추석 때가 되면 한국 선교사들과 송편과 떡국을 나눠먹습니다. 그러다가 감사절 때가 되면 칠면조를 현지에서 찾아 서구 선교사들과 다 함께 모여 감사절 만찬을 합니다. 그러면서 생각하기를 저희에게는 아직 치즈나 고기보다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가 고향의 맛을 더 많이 느끼게 한다는 것입니다.
한번은 한국에서 인도네시아에 선교팀이 오면서 선교본부에서 제가 있던 지역의 한국인 선교사님들에게 조그만 고향의 맛 선물들을 다 돌렸습니다. 그 안에는 김, 미역, 고추장, 된장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가정에 오는 것만은 빠져 있었습니다. 단순 실수겠거니 하고 넘어가기에는 한국음식이 그리운 지역에서 무척 아쉬웠습니다.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언젠가 한국본부와 전화할 일이 있을 때 기억이 나서 물어보았습니다. 왜 선교사님들에게 보내주는 고향 선물에 우리 것은 없나요? 그랬더니 본부에서 반색하며 물어오는 말, "미주 출신인 선교사님도 그런 것 드시나요?" 우리부부는 어릴 때 한국을 떠났기에 빵과 치즈만 먹는 줄 알았다는 말에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그보다 토속 한국인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모습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다양한 문화 속에 섞여서 내 고유문화가 상실되었고 혼합된 문화를 소유한 사람으로 살아온 지가 어연 반세기가 되어옵니다. 선교지에서도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삶을 살아가지만 어떤 문화 배경이건 그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는 장점을 터득하게 하신 것도 기쁨입니다. 성경을 보면 바울도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헬라문명의 영향을 받았지만 유대인으로 살아갔습니다. 그러다가 예수님을 영접하고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삶이 아니라 모든 문화를 포용하는 적극적인 삶으로 바뀌었습니다. 유대인에게는 유대인과 같이, 헬라인에게는 헬라인처럼 된 이유는 너무 분명합니다. 그는 복음을 위해여 모든 사람처럼 된 것은 복음에 참여하여 많은 영혼을 얻고자 했던 것입니다.
저희 부부도 살아오면서 세 가지 문화를 소유했고, 세 개의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신 것은 하나님의 분명한 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더 많은 사람을 얻고자 하는 바울의 마음을 가지려고 합니다. 앞으로 미주 한인교회의 다음 세대도 이런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포용하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많이 나올 수 있어서 여러 가지 언어구사를 통해서 복음이 전해지는 교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민자들의 장점이 우리 자녀세대에 나타나서 교회공동체가 많은 영혼들을 얻는 교회가 되는 것이 교회를 향하신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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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7.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