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서로 지라!

아는 목사 한 분이 있는데 유럽에서 이민교회를 목회하면서 선교도 열심히 했다. 처음에는 그 교회가 참 은혜로웠는데 나중에 매우 어려워졌다. 그래서 교회일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그만 너무 감당하기가 힘들었는지 도박장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사모도 모르게.... 처음에는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한번 두 번 갔다가 나중에는 깊게 빠져서 심지어 선교비까지 손을 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돈을 다 잃고 거의 폐인이 될 지경에 이르렀다. 급기야 그는 양심의 가책을 이기지 못하고 자백을 하였다. 당시 교회가 발칵 뒤집힌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가 속한 교단에 큰 문제가 되기까지 하였다. 다 돌을 던졌다. 선교비도 다 끊어졌다. 본국에서 소환하여 목사직을 정직시키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그분을 지도하여 선교를 보냈던 선교단체의 대표되는 분이 그에게 다가갔다. 그때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금 목사님은 깨진 꽃병과 같습니다. 결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깨진 꽃병이라 해도 아교풀로 붙이면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은 아닐지라도 더 튼튼한 꽃병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완전히 실의에 빠져 절망 가운데 있는 친구 목사를 매주 한 번씩 거의 일년간 만나면서 상담해 주었다. 그렇게 만나면서 격려해 주었기 때문에 그 목사는 더 튼튼한 꽃병이 되어 지금도 하나님의 일을 열심히 감당하고 있다.  

시카고 윌로우크릭교회의 빌 하이벨스 목사는 지금은 개인적인 실수로 명성을 잃었지만 다른 사람의 짐을 져주는 것으로 소문이 난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 교회는 3만명 이상이 출석하는 대표적인 대형교회다. 하이벨스 목사가 목회할 때 그 교회의 설교를 1/3 정도 감당했던 리 스트로벨 목사는 원래 예수를 믿지 않던 잘 나가는 기자 출신의 사람이었다. 그런데 아내의 인도로 그 교회에 출석하면서 회심을 하였는데 하이벨스 목사가 그를 목회자로 양육해준 것이다. 갑자기 설교사역을 하니 하이벨스 목사의 생각에 부족해 보이는 것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고 그를 도와주기 시작하였다. 그는 일주일에 그 한 사람을 위해서 20시간을 투자했다고 한다. 그런 노력을 기울일 때 그 교회의 출석인원은 만 명이나 될 때였다. 설교를 하고 나면 그 원고를 수정해주고 다시 격려해주고 무려 2년반 동안 그렇게 사역을 했다.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짊어지고 갈 짐이 있다. 우리는 그 짐을 회피하지 말고 짊어져야 한다. 가정의 가장에게는 식구들을 부양해야 할 짐이 있다. 부인이라면 안살림을 감당해야 할 짐이 있다. 자녀라는 짐은 어떤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 어려운 자신이 짊어질 짐이다. 그런 짐들은 각자 짊어지고 나아가야 한다. 누가 대신 짊어질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인생의 어느 시기에 자기 혼자의 힘으로는 도무지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져야 할 때가 있다. 그런 짐을 짊어지고 지치고 낙심하여 무너져버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다윗은 꽤 오랜 기간 사울을 피하여 도망 다녔다. 그가 어떻게 그렇게 긴 기간 지치지 않고 지혜스럽게 처신하여 결국은 이스라엘의 왕으로 등극했을까? 성경을 보다가 우연히 이런 대목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다윗이 도피하여 라마로 가서 사무엘에게로 나아가서 사울이 자기에게 행한 일을 다 전하였고 다윗과 사무엘이 나욧으로 가서 살았더라”(삼상19:18). 이 말씀으로 비춰보건대 다윗은 자신이 사울에게 당한 일들을 다 사무엘에게 털어놓았고 심지어 일정기간을 함께 지내면서 상담을 받은 것이다. 다윗은 그런 탁월한 멘토링이 원동력이 되어 유대 광야를 헤매는 그 긴 기간 지치지 않고 살아남지 않았을까?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갈6:2). 내 삶에도 이렇게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지고 허덕일 때 나를 도와준 고마운 분들이 몇 분이 있었다. 그분들의 탁월한 지도 덕분에 부족하지만 나의 오늘이 있다. 이제는 내가 그런 자리에 서기를 요구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내게 그렇게 대신 짐을 져주는 스피릿도, 능력도 부족한 것을 느낀다. 지금도 내 주변 누군가는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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