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저 새파란 김선생은 서리집사를 임명하면서 왜?
나는 집사 임명을 안하는 겁 니까? 제가 나이가 작습니까?
경험이 부족합니까?’
제직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빠진 조 선생의 격분에 찬 음성이 내 귀에 들렸습니다. 그 분은 당시에 40대 후반의 가장이었고, 지방 고등학교 음악교사 출신 이었습니다. 찬양대 지휘자였 고, 청년부를 지도하던 교사였 습니다. 교인들은 그분을 집사 님으로 불렀습니다. 그런데 신 년도 제직원 명단에 그의 이 름이 빠졌습니다. 동시에 나는 겨우 스무살이었는데 서리집 사로 임명을 받았습니다. 그러 니 조선생이 섭섭하고 흥분할 만했습니다. 화가 가득 찬 그 분은 ‘교회가 여기 밖에 없는 줄 압니까?’ 최후통첩을 날리 고 문을 세게 닫고 교회를 떠 났습니다.
예전에 한국교회들은 신년 첫 주일에 제직원 임명을 하 고 주일 밤에는 제직원 헌신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날 밤에 조선생은 옆 동네 교회에 갔 습니다. 그 교회에 제직원 헌 신예배에 외부 강사가 초청되 어왔습니다. 그 강사 목사님이 강단에 나오자마자 첫 마디… ‘이 자리에 오늘 낮에 직분을 받지 못해서 시험에 든 사람 은 회개하시오!’ 본성이 온순 한 조선생은 그 말씀을 하나 님의 음성으로 듣고 다시 교 회로 돌아왔습니다. 월요일 새 벽기도회가 끝난 후 담임전도 사님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전도사님은 받아 주셨고 모든 상황은 이틀 동 안에 다시 평상으로 돌아왔습 니다. 나는 이 일의 과정을 지 켜보면서 서리집사 직분을 반 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일에 임명받고 수요 일에 사표를 냈으니 내 생애 첫 3일 집사를 경험했습니다. 비록 직분은 반납했지만 오히 려 홀가분한 맘으로 교회 섬 김에 더욱 매진하고 있었습니 다.
내 생각으로는 그 다음 주일 에 그분을 추가 임명할 줄로 알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 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분 역시 더 이상 집사임명을 받지 못 했지만 여전히 맡은 일에 충 성했습니다. 나를 손자처럼 사 랑해주시던 담임 전도사님에 게 물었습니다. ‘왜? 그분을 추 가 임명을 하지 않으십니까?’ 그러나 담임전도사님은 고개 만 저을 뿐 아무 말씀이 없이 4개월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조선생은 형 사들에게 체포되어 감옥에 가 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참 놀 라운 일이었습니다. 사연은 공 금을 횡령한 후 숨어 지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야-! 이 내 막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순 간적으로 온몸이 얼어붙었습 니다. 어떻게 담임전도사님은 미리 알고 집사로 임명하지 않 았을까? 서울 변두리 개척교 회 서리집사 한 사람 임명하 는데 경찰청에 신원조회를 했을까? 결코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임명을 하 지 않았을까? 내가 직접 여쭤 봤을 때 대답은 매우 간단했 습니다. ‘기도해보면 안다’는 대답을 듣는 순간에 난 몽골 이 송연해졌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보잘 것 없는 개척교회 서리집사 한 사람 임 명하는 것도 교회의 머리되신 주님께서 직접 지시하신다는 이 놀라운 일을 체험한 후에 오늘날까지도 교회의 직분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한시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신년도 1월이 끝나기 전에 어느 직분 이든지… 직분 문제로 시험에 빠진 자들이 있다면 이 ‘3일 집사’ 사건을 참고하여 본래의 겸손한 자리로 돌아가 진실하 게 섬길 수 있기를 기도해 봅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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