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사건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미국에서 교사들이 총기를 소지한 채 학교로 출근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 통과됐다. 총기 소지를 규제하는 대신 교사들에게 보안관 역할을 맡긴 것이다. 민주당과 교육계는 그러나 이 법이 총격사건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학생들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의회 하원은 1일 ‘코치 애런 파이스 가디언 프로그램’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NBC방송이 보도했다. 애런 파이스는 지난해 2월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고교 총격사건으로 숨진 풋볼 코치다. 그는 당시 총을 난사하는 범인을 막아서다 희생됐다. 당시 교사, 학생 등 17명이 숨졌다. 사건 직후 만들어진 법안은 교사를 제외한 교직원들에게 교내 총기 소지를 허가토록 했지만 이번 개정으로 교사도 총기를 소지하게 했다.
법안은 교사들이 총기를 소지한 채 출근할 자격을 얻으려면 사전에 약물검사와 심리평가를 받고 144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도록 규정했다. 교육에는 80시간의 총기 설명 교육과 총기 공격 시나리오를 상정한 8시간의 실전 훈련이 포함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지난해부터 교사들을 무장시켜 학생을 지키자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이스 코치를 거론하며 “만약 그 코치가 라커에 총을 가지고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는 그 녀석을 쐈을 것이고 그러면 사건도 끝났다”고 말했다.
당초 공화당과 민주당은 이 법안 통과를 놓고 첨예하게 맞섰지만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주도로 법안이 통과됐다. 법안은 공화당 소속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법안에 서명하면 정식으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공화당 소속 척 브래넌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은 “좋은 사람이 나쁜 사람을 막도록 허용하기 위한 법”이라고 말했다.
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교사가 오히려 총기로 학생을 공격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소속 마이크 고틀리브 하원의원은 “우리는 학교에서 더욱 교육적인 환경을 조성해 학생들이 괴물로 자라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공화당은 미국을 경찰국가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내 여러 학교와 교원노조들도 이 결정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에선 최근에도 종교시설, 학교 등에서 연달아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져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유대교 회당에서는 유대인들을 노린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피츠버그의 회당에서 총격사건으로 11명이 사망한 지 불과 6개월 만이었다. 학교에서도 총격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롯의 노스캐롤라이나대 캠퍼스에서는 지난달 30일 총격사건이 벌어져 2명이 사망했다. 아칸소주에선 중학생이 권총을 숨긴 채 등교해 동급생을 쏘는 일도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