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남섬의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모스크) 2곳에서 15일 극우 테러범들의 총기난사로 최소 40명이 사망하고 20명 이상이 중상을 입었다. 테러범들 중 1명은 범행 현장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17분간 생중계한 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까지 해 충격을 주고 있다.
뉴질랜드 헤럴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총격은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알 누르 사원과 인근 마스지드 모스크에서 발생했다. 알 누르 사원에서 30명이 사망했고, 마스지드 모스크에서 10명이 사망했다.
자신을 호주 출신의 브랜든 테런트(28)라고 소개한 테러범이 알 누르 사원에서 범행 순간을 페이스북에 실시간으로 중계했는데, 헬멧에 부착한 카메라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는 사람들이 총을 맞고 쓰러지는 장면들이 그대로 담겨있다. 이 테러범은 사원 안으로 들어가면서 입구에 서 있던 사람을 쏘기 시작해 사원 안에서 무작위적으로 총격을 가한다. 총격 후 모스크를 빠져나온 테러범은 차에 오르면서 “겨냥할 시간도 없었다. 타깃이 너무 많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테러범은 페이스북에 테러의 이유를 밝히는 선언문을 남기기도 했다. 반무슬림, 반유색인종에 대한 주장으로 가득찬 이 선언문에서 테리범은 “우리의 땅이 침략자들(이민자들)의 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공격하기로 했다”면서 “딜런 루프를 포함해 많은 사람에 대한 글을 읽었지만 베링 브레이비크로부터 진짜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루프는 2015년 미국 흑인 교회에 침입해 9명을 총기로 살해했으며, 브레이비크는 2011년 노르웨이 집권 노동당의 청소년 캠프에서 총기를 난사해 모두 77명을 숨지게 했다.
호주인인 그가 뉴질랜드에서 테러를 저지른 이유에 대해 “침략들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고 훈련하는 동안 잠시 살기 위해 뉴질랜드에 왔다”면서 “뉴질랜드에도 서구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목표물(이민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뉴질랜드 경찰은 현재 3명의 남성과 1명의 여성을 용의자로 간주하고 구금한 상태다. 테런트도 체포됐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또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차량에 부착된 폭발물 2개를 발견해 해체했다. 경찰은 순식간에 소셜미디어에 퍼져나간 이 영상을 삭제하고 있다.
저신다 아던 총리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은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참담한 날 중 하나가 됐다”면서 “이민자들과 난민들이 오늘 테러 공격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뉴질랜드를 집으로 선택한 사람들이지만 우리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03.23.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