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계가 일찌감치 2020년 대선 준비 모드에 들어갔다. ‘트럼프 저격수’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은 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텍사스주 국경도시에서 올해 첫 선거 유세를 벌이며 재선 캠페인에 돌입한다.
워런 의원은 보스턴 북부 로런스에서 “모두를 위한 미국을 건설하겠다”고 밝히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섰다. 그는 연설에서 “이것은 구조적인 변화와 우리의 삶을 위한 싸움이며, 꿈이 이루어지는 미국을 만들기 위한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 대표적 진보 성향 인사인 워런 의원은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주로 언급했다. 그는 “‘중산층 쥐어짜기(middle-class squeeze)’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고, 수백만 가족들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며 “부자들은 책임지지 않고 모두에게 너무 적은 기회가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연설 장소인 로런스는 여성과 이민자들이 이끄는 노동운동이 처음 시작됐던 곳이다. 워런 의원의 고향이기도 하다.
워런 의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했다. 그는 “국민의 가치관을 반영하면서도 지금과 다른 선택을 하는 정부를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름은 언급하지 않은 채 “그 사람은 파탄의 원인이 아니다”며 “미국이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극단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워런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인종차별적 발언을 할 때마다 “역겹다”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비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천적인 워런 의원의 출마 선언에 곧바로 반응했다. 그는 “오늘 내가 종종 ‘포카혼타스’라고 불렀던 워런이 대선 레이스에 합류했다”며 “그가 미국의 첫 아메리카 원주민으로 대선 후보에 출마할지 지켜보자. 선거 유세에서 보자. 리즈(Liz·엘리자베스의 줄임말)!”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런 의원의 원주민 혈통을 의심하며 ‘가짜 포카혼타스’라고 조롱해 왔다. 이 때문에 워런 의원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DNA 검사 결과를 공개했지만, 원주민 후손이 입증될 만큼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트럼프 대통령도 오는 11일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주제로 연설하며 재선을 위한 행보를 시작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집회를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도시에서 개최하는 이유는 국경장벽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국정연설에서 “폭력범죄율이 높은 엘패소는 미국 내 가장 위험한 도시였지만, 강력한 국경장벽이 세워진 후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가 됐다”고 언급했다. 그가 국경장벽 이슈를 계속 부각하는 이유는 반(反)이민 정책을 강조했던 국정연설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스타 정치인 베토 오루크 전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 연설 장소 부근에서 국경장벽 건설 반대 시위로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오루크 전 의원은 “대통령은 이민자들이 위험하다는 거짓말을 반복할 것”이라며 “‘진실을 위한 행진(March for Truth)’이라는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맞붙은 오루크 전 의원은 2020년 대선 유력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민주당의 잠룡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지세도 만만치 않다. 최근 7년간 샌더스 의원에게 소액 후원한 사람은 210만명에 달한다고 뉴욕타임스가 후원금 모금사이트 액트블루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민주당 성향 후보자에 대한 소액 후원자를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한 수치다.
지금까지 민주당에서는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 코리 부커 상원의원,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털시 개버드 하원의원 등이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