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교회서 정치적 쟁점 말할 필요 없다

2% 부족...교회서 정치적 쟁점 말할 필요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종교자유 행정명령(Promoting Free Speech and Religious Liberty)에 서명했다. 동 행정명령은 교회처럼 세금이 면제되는 조직이 정치적 발언과 행동을 하는 것을 금지한 ‘존슨 수정헌법(Johnson Amendment)’을 폐기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공약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연방국세청(IRS)이 이와 관련된 집행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존슨 수정헌법이 폐기되려면 아직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믿음은 우리 역사와 국가, 우리의 기반, 국가의 영혼에 깊게 내재해있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교회들에 그들의 목소리를 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행정명령은 적지 않은 논란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전날 미국시민자유연맹과 인권운동의 변호사들은 이 행정명령이 알려진 대로 발표된다면, 이에 대해 즉각 법적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행정명령이 그대로 이행될 경우 고용주들이 의료보험에서 피임과 같은 혜택을 거부할 수 있으며 동성애자와 소수 종교인을 차별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크리스처니티투데이(CT) 역시 동 행정명령은 복음주의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종교자유에 2%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고 해석한다(Trump’s Religious Liberty Order Doesn’t Answer Most Evangelicals’ Prayers: Prayer breakfast pledge to ‘totally destroy’ Johnson Amendment comes up shy; conscience exemptions from LGBT anti-discrimination rules missing).]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기도의 날’에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기독교 지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종교자유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의 핵심 내용은 성직자와 종교단체의 정치활동 제한을 완화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가 너무나 오랫동안 국가를 신앙인들에 대한 무기로 사용해왔다”며 “이제는 절대로 신앙인들이 표적이 되고, 괴롭힘을 당하며, 침묵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는 종교 지도자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누구도 설교를 검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60년 전 제정된 ‘존슨 조항’이라는 미 연방법 때문에 성직자들의 정치활동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존슨 조항”은 1954년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주도한 세제법을 근거로, 성직자들의 정치활동을 제한한 것이다. 성직자가 설교할 때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나 반대 발언을 하면, 해당 종교단체는 면세혜택을 박탈당할 수 있게 된다. 이 존슨 조항을 완전히 폐지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조치가 필요하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행정명령을 통해 조항을 완화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성직자가 “존슨 조항”을 어기고 정치적 견해를 나타내더라도, 단속 기관이 이를 눈감아줄 수 있게 된다.

즉 세금을 걷는 국세청이 ‘최대한의 행정적 재량권’을 발휘해 정치적 견해를 나타내는 종교단체를 적극적으로 조사하거나 추적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방어 장치를 했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이번 종교자유 행정명령에는 지난 8년간 계속 끈질긴 법정 공방을 해온 고용인의 피임에 대한 보험제공 문제가, 이제는 종교단체나 기업들이 종교적 이유로 피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이와 관련된 건강보험혜택은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으로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에서 지나친 총애를 받았던 “성적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 종교적 자유라는 이름으로 가속화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결혼, 혼전 성관계, 낙태, 트랜스젠더 등을 반대하는 개인이나 단체들에 대한 법 적용 면제 조항이 신설돼, 사실상 성소수자 등 약자에 대한 합법적 차별의 길을 열어두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오바마 정부의 성소수자 보호정책과 정반대로 가는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4년 7월 21일 성소수자 차별 금지에 관한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

결국 이번 행정명령은 연방정부가 앞장서 성 소수자와 약자를 차별한다는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진보 활동가들은 정부가 앞장서 차별을 합법화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을 하는 당일, ‘국가 기도의 날’에 모인 복음주의 진영의 목회자들은 이번 행정명령이 지나치게 보수우익의 입장만을 반영하는 한계가 있다고 비판한다. 즉 대선 후보 당시부터 지금까지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는 제리 팔웰 Jr.나 토니 퍼킨스(Family Research Council) 측 진영의 요구에만 충실하게 응답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복음주의 진영 전체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모르고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복음주의 진영은 성직자의 종교 활동이 사역에 있어서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본다. 미복음주의협회(NAE)에 따르면 올 초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동 협회에 가입된 목회자 중 90%가 강단에서의 특정 후보의 지지나 후원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Pastors Shouldn’t Endorse Politicians: Nearly 90 percent of evangelical leaders do not think pastors should endorse politicians from the pulpit, according to the February Evangelical Leaders Survey). 또 다른 설문 조사에서도, 복음주의 진영의 3/4가 교회의 정치 활동에 반대하고 있다.

라이프웨이 설문 결과 역시 현재 보통 미국인들의 정치적 입장을 말해준다. 지난 9월 설문 결과에서 미국인중 불과 29%만이 목회자의 특정 후보 지지를 수용하고 있다. 또 복음주의 목회자들 중 14%만이 이에 찬성한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나 학자들은, 성직자의 정치 참여는 강단에서만이 아니라 어떠한 장소에서도 자신의 신념이나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말하는 것에 있지, 꼭 꼬집어서 교회에서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한다. 즉 목회자라는 이유로 교인들에게 특정 후보 지지나 후원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행정명령 서명을 축하하기 위해 백악관에 초대된 백인일색의 성직자들만을 보더라도 일방적으로 한쪽에만 치우친 경향이 있다는 복음주의 진영의 비판이 맞아 보인다. 일단 종교 자문인격인 폴라 화이트와 로버트 제프리스 그리고 기도를 한 잭 그래함 등등 종교자유의 실제적인 자유보다는 다분히 상징적인 성격을 갖는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가장 큰 문제는 과연 주일에 교회 가서 예배를 드리는 교인들이 강단에서까지 정치적으로 민감한 쟁점들을 들으려고 하는가? 라는 점이 묵과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 하나님의성회(AG)나 CMA(the Christian and Missionary Alliance)는 NAE에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왜냐하면 주일에 교회에서 정치적 쟁점을 이야기함으로 말미암아 복음을 선포해야하는 교회의 근본적인 책임과 의무가 희석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2월에 국회에 상정된 “존슨 수정”안 대안 법안(the Free Speech Fairness Act)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들도 제기되고 있다. 동 법안은 존슨 수정안을 다시 개혁한 것으로, 목회자들이 자신들의 사역 범위에서 자유롭게 정치적 의견이나 설교를 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의도해서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교회는 종교적인 사역이 우선이지, 정치 헌금의 장소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결론으로, NAE는 이례적으로 성명서(Responding to Religious Freedom Executive Order)를 통해 이번 행정명령이 국회와의 긴밀한 협조와 보완을 통해 모든 미국인들의 종교적 자유가 신장되고 지켜질 수 있는 보다 완벽한 명령이 되기를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