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직 내과전문의
혈중 중성지방 수치 높으면 심혈관 질환 위험 현대 의학 지식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고 이런 새로운 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환자치료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지침들이 제공되고 있다. 그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역학과 통계다. 역학은 과거에는 전염병의 원인을 알아내서 예방법을 제시하고 치료에 도움을 주던 것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여러 질병의 인과 관계를 규명해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방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의학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다. 예를 들면 고혈압과 심혈관 지환의 연관 관계는 끊임없이 반복된 연구의 결과로 이제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흡연과 폐암의 연관성도 역학 조사로 밝혀졌다 이런 과학적인 연구 결과들이 없었다면 현대인들 사이에서 흡연습관이 줄어들지 않았을 것이고 고혈압 치료에 대한 약물 개발이 미진해 인간의 수명은 지금처럼 길지 않았을 것이다.
실예) 공과대학 교수로 일하는 50대 중반의 박 모씨는 정기 건강검진에서 중성지방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박 씨는 지금까지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중성지방에 대해서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담당 의사는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도 각종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평소 즐기던 술을 끊고 칼로리를 높일 수 있는 밥이나 국수 같은 탄수화물 중심의 식단을 채소 중심의 식단으로 바꿨다. 또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했고 의사의 처방대로 중성지방을 떨어뜨리는 약물을 복용했다. 3개월 후 박 씨의 혈중 중성지방 수치는 정상으로 떨어졌다.
중성지방은 혈중 전체 콜레스테롤을 구성하는 일부로 우리가 섭취하는 당분을 재료로 간에서 합성된다.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지는 질환인 고중성지질혈증은 과거에는 상반된 연구 결과로 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성지방 수치가 200mg/dl 이상이면 높다고 보는데 500mg/dl 이상이면 췌장염 등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고중성지질혈증이 나타나는 원인은 선천적으로 중성지방이 높은 가족력을 지닌 경우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 비만, 갑상선저하증 등 내분비 질환, 여성 호르몬 등이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는 위험인자로 알려졌다. 흔히 사용되는 피임약도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높일 수 있다. 치료는 비약물요법인 금주와 식사조절을 하고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병행해서 체중조절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약물요법이 실패할 경우는 약물치료를 시작하는데 최근에 개발된 약들은 매우 효과적이고 부작용도 적은 편이여서 널리 쓰이고 있다. 박 씨의 증례처럼 비약물요법과 약물 치료를 잘 병행하면 심한 고중성지질혈증도 효과적으로 치료되는 사례를 자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