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선교 스케치

동남아 선교 스케치

임지석 목사 (나성세계로교회)

3월 한 달은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 일정으로 동남아 선교를 다녀올 수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지구를 거의 한 바퀴 도는 거리에 비행기만 아홉 번을 갈아타면서 일본, 필리핀, 인도를 다녀오게 된 것이다. 이번에는 3개국에서 해야 할 사역들이 현지의 상황에 따라서 다르다보니 이를 준비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았음을 생각해볼 수 있다. 특별히 가는 곳마다 날씨가 다르고 시차가 제각각인 관계로 현지에서 적응을 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함께 교우 및 여러 믿음의 권속들의 기도에 힘입어서 사역을 잘 마칠 수 있게 되었음은 무엇보다도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1. 일본에서의 여정 이번에 동경을 중심한 지역에서 한인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가질 수 있었다. 대부분 일본 선교 10여년의 연륜을 가진 분들이었는데 일부는 사역에 보람도 있다지만 많은 분들이 자신들의 사역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세미나는 선교의 현실이나 전략적인 측면을 떠나 사역 대상인 일본인들을 효율적으로 알아가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무거운 주제 대신에 선교사 자신들로 하여금 지난날의 사역을 점검하고 잠시나마 휴식을 가져보도록 하는데 의미를 두고자 했던 것이다. 특별히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 사역은 영성회복과 치유가 생명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일본은 선교사들에게 있어서 수수께끼 같은 나라라고 한다. 한국인들에게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도 있지만 한인 선교사들의 사역 환경이 녹녹치 않다는 것을 많은 곳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좀처럼 속을 들러내 보이지 않는 그들을 상대하면서 문화적인 갈등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말이다. 특별히 세미나를 마치고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에서 한 선교사님이 했던 코멘트는 충격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분은 일본에서 대학교부터 다니면서 30년 가까이 일본을 경험했는데 결론적으로 그들은 표리부동하다 하면서 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보여주는 행동이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자신이 일본인 동료 목회자들에게 당한 따돌림(이지메)으로 인해서 가슴이 새까맣게 타 들어갔던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일본선교가 더욱 의미 있고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을 만큼 정서가 너무 다르지만 그들에게 복음이 들어가는 날 이러한 벽이 조금씩 무너져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신도 사상’으로 무장한 정신세계 그리고 한국인에 대한 뿌리 깊은 민족적 적대감이 있지만 그들이 예수를 받아들이면 분명히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힘들고 어려운 사역의 현장에서 오늘도 땀과 눈물로 헌신을 다하고 있을 여러 선교사님들에게 주님의 위로와 평강이 있기를 빌어본다.

2. 필리핀에서의 여정 서울에서 주일을 보내고 다음날인 월요일 오전 8시 인천공항에서 마닐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필리핀은 3월인데도 한국날씨로 따지면 한여름이었다. 공항에 마중 나온 일행과 함께 네 시간 넘게 차를 타고 목적지인 Subic이라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도시는 예전에 다녀보았던 필리핀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서 경제적으로 발전된 곳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는데 미 해군 기지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사역지인 International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 신학교에서 여정을 시작했는데 강의실과 숙소 등이 부족함 없도록 잘 갖추어져 있었다. 화요일에 시작해서 금요일까지 Intensive Class(집중강의)를 진행했는데 50여명의 학생들이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필리핀은 영어권이기 때문에 통역 없이 강의를 할 수 있어서 강의를 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매달 한 번씩 진행하는 강의에 차를 타고 네다섯 시간씩 걸리는 곳에서도 찾아오는 학생이 있다고 한다. 기숙사나 강의실에서 만나는 학생들마다 배움에 대한 관심이 대단한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그러한 이유로 강의를 진행하면서 적지 않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여건이 허락만 된다면 자주 와서 강의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 채 싱가포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다음 목적지인 인도를 찾았다.

3. 인도에서의 여정 인도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찾아오는 나라인데 인도의 남서쪽 끝에 위치한 Kerala State의 Trivandrum이라는 곳이 목적지이다. 이곳에서 Counseling Center를 운영하고 있는 현지인 사역자 (보안상 이름을 밝히지 않음)의 초청으로 목회자 및 교회 지도자를 대상으로 Conference를 가질 수 있었다. 도착하는 날부터 인도의 열악한 경제 사정을 곳곳에서 경험할 수 있었는데 첫날 묵었던 호텔에서의 경험은 가히 충경적인 것이었다. 외국인이 인도를 방문하면 정부의 정책에 따라서 보통 며칠은 호텔에 머물러야 한다기에 호텔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손님이 없어서 직원을 쓸 수가 없고 직원이 없는 관계로 한동안 청소도 하지 못했는지 도저히 침대에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날씨마저 섭씨로 40도를 훨씬 웃도는데다 습도까지 엄청난 바람에 그야말로 찜통더위를 경험해야 했다.

호텔에서 하루를 보낸 후 호텔에서 양해를 구하고 Counseling Center로 숙소를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사역을 시작할 수 있었다. 원근 거리에서 찾아온 목회자 및 사역자가 100명 가까이 참석하는 참으로 성령이 인도하신 행사였다. 현지인 사역자의 말을 빌리면 외국에서 강사가 와서 Conference를 인도하는 일은 카운슬링 센터가 생긴 후 처음 있는 일로서 참가자 중 일부는 센터의 고객들이고 나머지는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이라 한다. 주최 측이 이번 행사를 위해서 얼마나 기도와 열정으로 준비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별히 본인의 식사를 위해서 매 끼마다 정성을 다해서 준비해 준 현지인 선교사 가정의 섬김은 두고두고 기억될 일이다. 멀지 않은 곳에 Church of St. Thomas가 있는데 잘 아는 대로 도마는 예수님의 열 두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특별히 이곳은 이슬람과 힌두교도 사이에 분쟁과 테러가 심한 곳으로서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그리 안전하지 못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도 흔들림 없이 믿음을 지키는 그들을 보면서 주님이 마지막 날을 위해서 인도 땅에 남겨두신 그루터기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열악한 경제 환경, 불안한 치안 상태, 인륜을 저버린 성범죄 등이 이들의 삶을 더욱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복음의 봄은 오고 있는데 필자의 자작시를 통해서 이러한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트리반드룸’에서 만난 꽃 꽃은 꽃이로되 이름조차 알 수 없구나 나그네를 대하기가 어색했는지 살포시 잎으로 가리고 돌아앉았네 인고의 세월이 그다지도 무거웠을까 고개를 들기조차 힘이 드는 구나 꽃은 꽃이로되 본래 네 모습이 아니구나 사람들의 관심을 잊고 살았는지 저만큼 멀리 자리하고 있네 삶의 아픔을 견디기가 버거웠을까 빛바랜 몸으로 한 날을 이어가는구나 트리반드룸의 꽃이여 이제는 활짝 피어나라 네 이름 가지고 네 모습 그대로 부족함 없이 넉넉히 피어나라 어둠에 찌들었던 기억이 걷히고 이 땅 구석구석에 생기가 돋거든 너만의 화려한 봄을 맞이하라 만민에게 사랑받는 꽃으로 태어나라 *인도의 남서부 Kerala 주에 위치한 도시로서 복음의 꽃이 다시 피어날 그날을 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