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이 보이는가 사람이 보이는가

최해근 목사 (몽고메리교회)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에서 매년 발표하는 것으로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가 있습니다. 한 국가가 완전하게 청렴하면 100으로 하고 완전히 부패하면 0으로 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대체로 2015년 통계를 보면 미국은 100점 만점에 76점으로 청렴도 순위 16위에 해당되었으며 대한민국은 56점으로 청렴도 순위 38위에 올랐습니다. 기업경영자들로 하여금 사업을 하면서 한 국가의 공무원과 정치인이 얼마나 부패했다고 느끼는지를 수치화한 것입니다. 부패인식지수가 최하위에 해당하는 국가일수록 공무원들이 뇌물을 요구하고 공공업무의 진행속도가 뇌물에 의해 결정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최하위 국가들로써는 북한,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수단, 이라크와 하이티 등의 국가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교와 복음사역을 감당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간단한 행정적인 서류 하나라도 외국인이 신청하게 되면 복잡하고 불공정한 과정을 겪거나 십중팔구 뇌물을 요구받게 됩니다. 신앙인의 양심으로 인해 한두 번 거절하지만 결국 사역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그 사회의 부패 속으로 함께 묻어가면서 적당하게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아픔을 만나게 됩니다. 눈앞에 보이는 영적인 필요들과 깨어진 삶의 모습으로 인해 사역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가슴으로 울지만 공공 사무실의 분위기는 사역자들의 마음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습니다.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어린 아이들을 보며 모든 것을 기꺼이 헌신하고자 하는 선교사님들의 마음과는 정반대로 현장에서는 부정한 뇌물이나 가짜 서류에 서명을 요구하는 비성경적인 상황들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합니다. 그런 현실을 감당하다 못한 어떤 사역자는 눈물을 머금고 사역을 중단하고 후방으로 철수해야 하는 쓰라린 현장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태복음 13장에서 예수님께서 좋은 씨를 자기 밭에 뿌린 사람의 비유를 말씀해주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천국은 좋은 씨를 제 밭에 뿌린 사람과 같으니”라고 말씀하시면서 하나님 나라, 곧 천국의 실상을 비유로 제자들에게 말씀해주셨습니다. 분명히 주인이 자기 밭에 ‘좋은 씨’를 뿌렸지만 가라지가 함께 자라게 됩니다. 알고 보니 밭주인을 미워하는 원수가 밤중에 와서 가라지를 덧뿌린 것입니다. 일꾼들은 그렇게 생겨난 가라지들을 단 번에 제거할 것을 권하지만 주인은 가라지를 제거하다 곡식까지 다칠까봐 추수 때까지 그냥 두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흔히 이 말씀을 보면서 세상에는 가라지와 곡식이 섞여 있다거나 교회에도 가라지와 곡식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르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이런 내용도 보여주지만 좀 더 촘촘히 본문의 말씀을 읽다보면 본문이 가르치는 것이 그 이상임을 알게 됩니다. 주님은 천국에 대한 비유를 들면서 천국은 마치 가라지와 곡식이 섞여 있는 '밭'과 같다고 하지 않고 '천국은 마치 좋은 씨를 제 밭이 뿌린 사람과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의도적으로 '사람'을 들고 계십니다. 왜 천국을 '사람'과 같다고 하셨을까? 밭과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여러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차이라면 '마음 혹은 감정'이 될 것입니다. 가라지와 곡식이 섞여 있는 밭을 보면서 가라지를 뽑아 버리자고 제안하는 종들과 그렇게 하면 곡식을 다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주인과의 차이는 바로 '마음'입니다. 한 포기, 한 알의 곡식이라도 포기할 수 없다는 주인의 깊은 연민의 마음을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이나 교회를 보면서 '가라지와 곡식이 섞여 있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그 말은 정확히 맞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가라지와 곡식이 섞여 있는 곳이 세상이며 교회다' 라고 하지 않으시고 '가라지와 곡식이 섞여 있는 그런 세상과 교회를 보는 주인의 마음'이 바로 천국의 마음, 즉 천국을 소유한 자의 마음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주인은 분명 좋은 씨만 뿌렸는데 가라지가 남으로 인해서 그 마음에 아픔이 저려 있습니다. 가라지로 인해 고통 받고 제대로 자라지 못하거나 생명을 잃고 있는 곡식들의 희생을 보기 때문에 주인의 마음에는 언제나 눈물과 아픔이 서려 있습니다.

오늘 우리 신앙인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천국백성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눈과 마음에 주님이 가지고 계신 그 눈물과 아픔이 서려 있는지요? 부패한 국가에서 진리를 나누기 위해 가슴에 품고 있는 충성스런 전도자들의 눈물과 안타까움! 그 눈물과 아픔이 없이 세상이라는 밭을 볼 수 있고 그 밭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이론가일 수는 있지만 주님의 제자일 수는 없습니다. 당신의 눈과 마음에는 무엇이 서려 있는지요.... thec`hoi82@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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