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 사모
사모가 받는 스트레스의 요인 및 관리
사모가 받는 스트레스는 오늘날 목회(선교)사역의 위기를 가져올 정도로 심각하다. 특별히 목회사역의 일선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모에게는 그 스트레스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모든 환자의 50-80%가 스트레스 때문에 병이 온다”고 보도하고 있다. 즉 스트레스가 사모의 정신 건강뿐 아니라 육체적인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과연 사모가 받는 스트레스의 요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그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을까?
1. 사모가 받는 스트레스의 유형 및 요인 목회는 한마디로 ‘관계성’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첫째는 하나님과의 관계요 둘째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남편, 자녀, 성도들)요, 셋째는 자신과의 관계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별로 없고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문제가 된다.
1)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1)목사인 남편과의 관계 첫째, 목사인 남편의 스트레스가 간접적으로 사모에게 미친다. 목회자의 재해 생명보험의 통계에 의하면 목사들은 일주일에 평균 70시간 동안 일한다고 한다. 이것은 그의 아내가 교회의 일에 소비한 시간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목사는 목회자, 설교자, 성직자, 교사, 행정가, 상담자, 조직자가 되어야 하며 많은 목사들이 이 일을 위해 일주일에 7일,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사용한다고 한다. 목사는 성직자이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다. 그리고 목사는 다른 사람들처럼 어디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 수 없어서 자신의 스트레스를 사모에게 간접적으로 투사하기 때문에 다른 부인들보다 목회자 사모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사모는 주일 아침에 설교하는 남편 목사 못지않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간혹 손님목사가 와서 설교하는 주일이면 사모의 어깨도 홀가분함을 느낄 정도다. 보통 여자가 남자보다 평균 연령에 7-8년을 더 오래 산다고 한다. 그러나 목사 사모는 목사 남편보다 3년 더 일찍 죽는다고 한다. 사모가 받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교인들은 목사의 생각과 의중과는 달리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오해하는 일도 많다. 첫째, 목사가 어떤 일에 대해 약하게 말하면 사람들은 목사가 기도하지 않고 자존감이 작다고 한다. 또 목사가 강하게 말하면 구약적인 제사장의 권위를 가지고 목회하는 교만한 목사라고 한다. 목사가 교우들을 보고 웃으며 친절하게 대하면 목사가 너무 가볍고 인간적이라고 하고, 눈을 한 번이라도 맞추지 않으면 뭔가 켕기는 게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누군가의 잘못을 용서하자고 하면 그 사람을 감싸준다고 하고,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면 사랑이 없다고 한다. 선교 지역을 방문하거나 대외적인 일이 많아지면 목사가 자기의 명성만을 추구한다고 한다. 그러니 이런 가운데서 사모는 자동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살게 되는 것이다. 둘째, 목사와 사모 사이에 남편과 아내의 관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 사모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목사는 목사이기 이전에 한 여자의 남편이요, 사모는 사모이기 전에 한 남자의 아내이다. 가정에서 남편과 아내 사이에 기본적인 신뢰의 관계나 애정관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심각한 가정의 문제를 가져온다. 목사가 교회에서는 참 훌륭한 목회자로서 역할을 잘 하나 가정에서는 남편으로서 아내에 대한 애정관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사모는 큰 상처를 받게 된다. 그리고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되어 목회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셋째, 사모들은 교회안과 밖에서 보는 남편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볼 때 갈등을 느끼며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2) 목회자 자녀들과의 관계로부터 첫째, 목회자의 자녀들이 교회적으로 주시를 받기 때문이다. 목회자의 자녀가 잘못되면 목회에까지 문제를 가지고 온다. 그래서 사모는 항상 자녀들이 잘못 나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염려로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이다. 그러나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시127:3)임을 믿고 그들을 위하여 중보기도하면서 너무 교인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말자. 둘째, 자녀들과 충분한 시간을 가지 못하는데서 오는 미안함과 죄책감 때문이다. 바쁜 교회일 때문에 자녀들과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는 현실이 사모들의 마음에 아픔과 갈들을 가져온다. 미국 교회들과 달라서 한인교회들은 금요일에 금요철야기도회 등으로 바쁘고 또 토요일은 목사님이 주일 설교 말씀 준비에 바쁘다.
필자 부부가 동부에서 목회했을 때 일이다. 그때 우리는 종종 이웃에 사는 미국인 가정에서 아버지가 자녀들과 같이 주말에 뒤뜰에 나와 야구공을 던지며 노는 모습을 보곤 했다. 또한 휴일이 낀 주말에는 온 식구가 캠핑을 가거나 낚시를 간다고 자녀들과 즐겁게 떠나는 모습을 종종 봤다. 그러면 그 당시 어린 아들 재민이가 집 안으로 뛰어 들어와서 아빠를 조르면서 우리도 놀러가자고 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자녀들과 충분한 시간을 함께 지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늦도록 심방하고 제자훈련과 전도폭발, 수요예배, 금요철야기도회 등 교회 프로그램으로 바쁘다가 집에 들어오면 자녀들이 소파에 쓰러져서 자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사모는 어머니로서 미안함과 죄책감까지 들 때도 있었다.
(3) 여러 종류의 성도들과의 관계로부터 첫째, 교회는 말이 많은 곳이다. 교회는 여러 종류의 성도들이 모인 곳이라서 말이 많은 곳이다. 특히 어느 교회든지 성도들은 자기 교회의 목사와 사모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며, 옷차림이나 성격 그리고 사역이나 활동을 주시하며 평을 한다. 이 평가는 사모 자신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남편 목사님 목회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모는 항상 매사에 신경을 쓰며 조심하다보니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사모는 어항 속에 금붕어이다”(사생활이 없다는 뜻), “사모는 도마 위에 있는 생선과 같다”(성도들이 사모를 칼로 마구 친다는 듯)는 말은 필자가 목사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에 경고한 친구들의 편지 내용이었다. 옷을 좀 산뜻하고 입고 나가면 “사모가 사치스럽다”라고 하고 좀 검소하고 입고 나가면 “사모가 촌스럽다, 구질구질 하다, 세련되지 못하다, 초라해 보인다”라고 한다. 새 옷을 입고 나가면 “사모님 너무 멋지다 어디서 샀어요? 얼마 줬어요?” 하면서 호들갑을 떨면서 야단들이다.
김모 사모는 최근 안경테를 바꿨다가 큰 낭패를 봤다고 한다. 5년 만에 새 안경테를 장만했는데 성도들이 “사모님, 안경테가 또 바뀌셨네요!” 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기 때문이다. 김 사모가 다른 사모들이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에구, 새 옷하나, 새 신발하나 사서 입고 신을 때마다 성도들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라고 했단다. 사모가 아니었으면 받지 않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털어 놓았다. 설문조사에서 사모들은 성도에게서 스트레스 받는 이유로, 무심한 말투와 차가운 눈길, 사모에 대한 지나친 기대, 험담, 다른 사모와의 비교, 불순종, 성도들 간의 불화 등을 꼽았다. hslee39@sbcglob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