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영성 통해 기독교적 덕목 재건한다!

공동체 영성 통해 기독교적 덕목 재건한다!

[소위 “후기-크리스천 사회”에서 신실한 크리스천으로 살아갈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은 무엇일까? 특히 낙태와 동성애 운동으로 그나마 영향력을 발휘했던 교회의 가치나 덕목들마저 위협받는 세상 문화에서 크리스천의 생존 방법은 어떠한 형태를 가져야 하는지, 복음주의 진영에서는 고민한지 오래다. 이에 “베네딕트 옵션(The Benedict Option)”이라는 전략이 소개돼, 찬반 논쟁으로 복음주의 진영 안팎에서 그 논란의 파장이 만만치 않게 진행되고 있다. 보수주의 진영에서도 우익에 속하는 사람들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베네딕트 옵션”은 바로 현재 인간사회, 특별히 교회공동체가 직면한 도덕적 기준의 위기 앞에서, 6세기 경 베네딕트를 통해 도입된 엄격한 규율과 노동을 통한 공동체 생활을 영위함으로 기독교적 가치나 덕목을 회복 또는 재건하자는 운동이다. 이에 대해 복음주의 진영의 새로운 대변인격인 “복음연합(Gospel Coalition)”은 훌륭한 발상이자 전략이지만 조금은 부족하고 빈약한 자세라고 비판한다(The Benedict Option: Good Strategy, Bad Posture).]

2015년부터 “베네딕트 옵션” 논란은 미국사회에서 진행됐지만, 대통령 선거라는 빅 이슈에 묻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 논란의 장본인이 된 로드 드레어(Rod Dreher)가 드디어 이 운동의 핵심이 담긴 책(The Benedict Option: A Strategy for Christians in a Post-Christian Nation)을 지난 3월 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논란이 재점화 됐다. 물론 미 언론들은 드레어의 책이 출간되기 이전부터 “베네딕트 옵션’을 두고 보수주의 우익, 그것도 부유한 백인들이 벌이는 일종의 분리주의나 도피성 운동이 아니냐는 어조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후, 현재와 같은 정치적, 문화적 상황에서 크리스천들이 전략적으로 후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드레어의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그것도 마치 6세기에 로마의 멸망을 목도하고 수도원 생활만이 대안이라고 외쳤던 베네딕트 성인(St. Benedict of Nursia)을 따라서, 크리스천들만의 공동체 생활을 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크리스처니티투데이는 이처럼 논란이 불거질 것을 예상해 지난 3월호 커버스토리로 드레어의 주장(The Benedict Option's Vision for a Christian Village: How to conserve and strengthen the American church)을 싣고, 복음주의 진영에서 사역하는 각계각층 리더십들의 의견을 물었다. 또한 지난 3월 23일에는 뉴욕 유니온리그 클럽에서, 정치와 종교 관련 전문 언론매체 3사(First Things, Plough, and The American Conservative) 주최로, 드레어를 초청해 카톨릭, 동방정교회 그리고 복음주의 진영 인사들이 모여 직접 듣고 묻는 자리까지도 만들어졌다(Hundreds gathered in New York City to discuss Rod Dreher’s new book, 'The Benedict Option,' and to consider his call for 'strategic retreat'). 그만큼 따끈따끈할 정도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쟁점이기에 일반 언론이나 정치와 종교관련 매체들에 연일 등장하는 뜨거운 감자다. 드레어가 말하는 크리스천의 전략적 후퇴인 ‘베네딕트 옵션’은 저명한 철학자인 알레스데어 매킨타이어(Alisdair MacIntyre)의 역작 “덕의 상실(After Virtue)”의 마지막 문장에서부터 시작된다.

매킨타이어는 다원주의 시대에 추구해야 할 공동선과 가치문제를 언급한 도덕철학자로, 현재사회에서 결국 모두가 추구할 수 있는 공동선을 인정하고 구하지 않는다면, 가치의 문제에 대해서 침묵하는 다원주의는 결국 인류가 어렵게 얻어낸 자유의 토대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해서 베넥딕트 성인이 추구했던 방법 즉 수도원과 공동체적 영성훈련을 통해 덕을 지키고 함양해야한다고 말한다.

드레어는 “만약에 우리가 생존하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반드시 사상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우리 신앙의 뿌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극단적으로라도, 우리는 어떠한 타협도 없고 얼마가 소요되든지 간에 우리가 교회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문화 전쟁들에서 더 이상 샌드백처럼 얻어터지지만 말고 노아의 방주를 대신 건설해 홍수 후를 대비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길 수도 없는 정치적 전투들에 에너지나 자원들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경우나 상황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 버틸 수 있는 일종의 저항 운동과 같은 네트웍이나 기관들 그리고 공동체들을 건설하자는 것이 그 실천 영역이 된다. 그래서 기독교적 신앙과 희망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습관들과 실천들을 배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세상 영역에서 후퇴하는 것이다.

결국 세상 문화와의 전쟁에서 버틸 수 있거나 승리할 수 있는 유력한 무기가 없다면, 수도원과 같은 엄격한 규율로 통제되는 기독교 공동체 생활을 통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을 구비하자는 것이 바로 “베네딕트 옵션”이다. 복음주의 진영에서의 반응은 동 옵션은 새로운 시도가 아닌 오래된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드레어가 언급하는 “베네딕트 규율” 준수는 우리 모두가 사막으로 나아가 수도사가 되라는 것이 아니다. 대신 올곧은 것들만으로 사랑할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훈련시키는 중요성과 함께 고대교회의 영적 훈련들과 수행들을 포용해 마지막 시대에 생존이 아닌 승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베네딕트 옵션”은 후퇴가 아닌 문화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미국 침례교회 설립자 로저 윌리엄스는 프로비던스(Providence) 자치구를 세웠고, 윌리엄 펜은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 자치구를 세웠다. 이들 자치구는 모든 종교의 자유를 무한히 보장한 구역으로 오늘날 미국의 모형이 됐다. 여기서 드레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 사회가 던져주는 소외와 분단을 역전시키기 위한 공통된 실천들과 제도들이 있는 공동체를 설립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베네딕트 옵션”은 잠재적 위험성 즉 일부 크리스천들은 오늘날 크리스천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세상에 대해서 전적으로 수비적인 자세로 나아가게 만들 수 있게 된다. 상상해보라! 영원할 것만 같았던 로마제국의 몰락, 중세시대에 밀어닥친 암흑시대, 그리고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경험한 사람들이 드레어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수용해, 어쩔 수 없는 운명주의로 빠져들어 세상을 피해 그저 수도원으로 도피하는 장기적인 문화적 수동주의를 양산할 수 있다.

인류 역사상 세상은 항상 흔들려왔다. ‘나쁘거나’ ‘좋았거나’ 라고 표현하기보다는 흔들려왔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이처럼 흔들리는 세상에서 크리스천의 기본자세는 항상 수도원적인 것이 아니라 선교적인 것이었다(The fundamental posture of the Christian should be missionary, not monastic). 물론 드레어는 문화적 도전이란 맥락에서 수동성을 강조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버틸 수 있고 더 나아가 승리할 수 있는 근간을 다지고 또 다지자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 인간들이 서로를 위하며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자는 그의 주장에서 부족한 것은 바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모순들이나 상황들을 직면하면서 나아갈 수 있는 담대함이다. 마찬가지로, 성경에서의 교회공동체의 이미지는 야만인들에게 둘러싸인 요새가 아니라 바로 선교적인 크리스천들이 열정적으로 지옥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사도행전에서 선교는, 절대로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나아가는 것이었다. 결국 기독교적 선교는 영적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지, 영적 요새 안에서 생존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과연 “베네딕트 옵션”은 어떻게 그 향방이 결정될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