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나라 건설방법에 대한 딴지걸기

하나님나라 건설방법에 대한 딴지걸기

[벳시 디보스(Betsy DeVos). 트럼프 내각 지명자 중 가장 논란이 많았던 인물로 지난 2월 초에 가까스로 인준 과정을 통과해 교육부 장관에 오른 여성이다. 현재 미 상원은 공화당 의원이 52명, 민주당 의원이 48명인데, 그녀의 인준에 대해 민주당 전원이 반대하고 여기에 이례적으로 공화당 의원 두 명이 동참하면서, 상원 인준 표결에서 찬성 50표와 반대 50표를 받게 됐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24시간의 마라톤 반대 연설에 들어갔고 표결은 다음 날로 연기돼, 결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면서 51 대 50으로 인준안이 통과됐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은 디보스 장관에 대해 자질이 부족하다며 인준에 반대해왔다. 디보스는 공립학교에 다닌 적이 없고 자녀를 공립학교에 보내본 적이 없어서 미국의 공교육을 책임져야 할 교육장관으로서 부적합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교육기관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어서 교육에 대한 현장 지식이 없다는 것 또한 반대를 받아온 이유다. 그녀는 학교 선택권을 강조하는 ‘바우처 제도’와 미국의 자립형 공립학교인 ‘차터 스쿨’을 옹호하면서 교육 민영화를 지지해왔다. 여기에 32만5천 명이 소속된 캘리포니아 교사연합회를 필두로, 각 주 현지 교사들이 디보스는 자격이 미달하며, 그녀는 가장 기본적 시민권인 공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들에게는 관심이 없고 오직 교육이 비즈니스가 되는가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며 비판했다. 비록 상원의 문턱은 넘었지만 교사와 학부모 등 각계에서 비판이 높아지고 있고, 진보주의자들이 포진한 미 언론은 이제 그녀의 신앙까지도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 언론은 어디까지 디보스 장관을 파고들어 비판할지, 앞으로 미 교육계를 4년 동안 맡아 지켜야하는 수장으로서의 리더십 회복이 관건이 되고 있다.]

디보스 장관은 교육부 장관으로 인선되기 전부터 미국사회에 잘 알려진 소위 “금수저” 출신이다. 다시 말해서, 그녀는 미국 공화당전국위원회 위원장이면서 수백억대의 부를 축적한 사업가로, 자선 사업가이면서 교육운동가다. 교육운동가지만 교육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적은 없다. 대신 그녀의 학부 전공인 경영학을 살려 주로 사업적 시각으로 교육에 접근해왔다. 언론은 그의 교육 사업가적인 측면이 트럼프 당선자가 추진하려는 교육 개혁과 많은 부분에서 일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와 디보스가 함께 추진할 교육 개혁을 키워드로 정리하자면, ‘학교의 기업화’와 ‘차등적 교육’이다. 두 사람 모두 부모의 ‘학교 선택권(School Choice)’을 중시하는데, 이를 잘 살펴보면 전형적인 ‘소비자 대 기업’ 관점으로 학생과 학교를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장 경험이 많은 미 교육계에서는 기업적 논리로 교육 개혁을 일으킬 디보스 장관의 향후 행보에 대해 당연한 우려를 하고 있다. 소비자인 학생이나 학부모가 찾는 학교는 경쟁력이나 브랜드가 있는 학교 특히 자산이 어느 정도 확보돼 있는 사립학교를 찾게 돼, 연방정부나 주정부 지원으로 꾸려나가는 공립학교가 도태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어떻게 그녀의 교육 개혁과 인선이 이루어질지 알 수 없다.

그런데 그녀 인선에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다름 아닌 진보주의자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언론들이 그녀의 경험이나 전문성을 넘어, 그녀의 종교적 배경을 교육정책과 동일시 여겨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교와 정치(Religion & Politics)’는 최근 “발전하는 하나님 나라: 칼빈주의, 칼빈대학, 그리고 뱃시 디보스(Advancing God’s Kingdom: Calvinism, Calvin College, and Betsy DeVos)”라는 글을 통해, 이점을 분명하게 지적해준다. 최근 기사들을 보면, 디보스에 대한 중요한 사안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그녀가 바로 개혁교회(CRC)의 교인이었고, 칼빈대학(Calvin College)에 다녔다는 점이다.

뉴스위크지(Newsweek)의 알렉산더 나자리안(Alexander Nazaryan)에 따르면(BETSY DEVOS IS COMING FOR YOUR PUBLIC SCHOOLS), “미국의 교육부 장관으로서 디보스가 앞으로 펼칠 일들은 바로 ‘예수’의 대리인으로 살면서 이 세상을 새롭게 하도록 가르치는 것인데, 약 4천 명의 학생이 다니는 그녀의 출신 학교를 보면 그 사실이 드러난다”고 보도했다. 마더존스지(Mother Jones)의 크리스티나 리즈가(Kristina Rizga)의 글을 보면(BETSY DEVOS WANTS TO USE AMERICA'S SCHOOLS TO BUILD "GOD'S KINGDOM"), “서부 미시간 주의 네덜란드계 이민자 역사에 대한 분명한 공부 없이 디보스와 프린스 일가(그녀의 남편)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직접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CRC에 대한 전방위적인 경계의 목소리임을 알 수 있다. 디보스가 2001년에 했던 인터뷰의 내용이 반대세력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때 디보스는, “우리의 열망은 하나님의 나라를 발전시키는 것이다(Our desire is to advance God’s kingdom)”라고 언급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권 국가 출신의 이민자 및 난민들에게 입국제한을 엄격히 시행하는 반면, 기독교인들은 수용하겠다는 공권력을 실행시키며 온 나라가 술렁거리고 있다.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이 신정정치를 펼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오해는 한편으론 당연해 보인다. 2001년에 언급된 발언은 여러 곳에서 경고의 신호로 여겨지고 있는데, 뉴스위크는 그 문구를 기사의 부제로 사용했고, 마더존스도 글의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베시 디보스는 ‘하나님’의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미국의 학교를 이용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CRC나 칼빈대학에서 말하는 “하나님 나라의 대리인” 또는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발전시키라”라는 개념은 신정주의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광의적인 개념으로 따져보면 우선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자는 것은 섬김 중심적인 비전과 직업적 사명감을 가지라는 것이다. 칼빈대학의 학생들은 섬김을 위해 부름 받았다고 배우되 그 섬김의 형태는 다양하다는 것 또한 안다. 예를 들면 칼빈대학의 학생들은 인종의 화합을 위해 봉사하고 섬기는 자리에 주기적으로 참여한다. 왜냐하면 인종간의 화합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는 또 다른 방법은 무엇일까? 가난한 자들을 위한 사회적 정의와 돌봄이다. 미국의 플린트 시와 같이 깨끗한 수도시설이 이슈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미국의 모든 어린이들을 위한 향상된 교육환경 및 교육제도가 하나님 나라를 위한 개선사항이 될 수 있다. 각각의 문제에 대한 방법론을 두고 여러 다양하고 격렬한 논쟁이 펼쳐질 수는 있지만 이런 사안들을 종교적인 언어로 포장했다고 두려워할 필요도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여러 기독교의 교파들이 모두 사용하는 주기도문에 항상 나오듯이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라고 기도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나님의 나라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선 여러 다양한 의견들을 있겠지만 모든 기독교인이 매일 같은 주기도문으로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길 기도하는 것처럼 디보스의 발언은 유별난 것도 지나치게 종교적인 것도 아니다. 안타깝게도 최근에 보도된 뉴스기사들을 보면, 디보스의 정책을 CRC에 기반한 것으로 보는 것은 매우 좁은 시야로 종교적 전통을 부분적으로 이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짚고 갈 사안은 베시 디보스는 더 이상 CRC의 성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는 50년간 그 일원으로서 살아왔고 칼빈대학을 졸업하기는 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그녀는 초교파 복음주의 교회이자 대형교회인 마스힐성경교회(Mars Hill Bible Church)의 성도다. 다른 대형교회들과 마찬가지로 마스힐교회는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자유의지와 선택에 집중하는 교회들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비 칼빈주의적인 신학적 주장이 디보스의 정책과 입장을 이해하는데 더 일리가 있다. 디보스의 생각들을 살펴보면 그녀 또한 자유의지와 기업의 자유행위가 깊이 관련돼있음을 알 수 있다.

베시 디보스의 경우 1840년대의 네덜란드 이민자들에게서 종교적 영향을 찾는 것보다는 20세기 중반 미국에 등장한 복음주의 신학과 자유경제 시장체제 안에서 몸집이 커진 기업의 자유행위에서 찾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리고 디보스가 그녀의 칼빈주의 뿌리에서 취한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사회참여라는 가치일 것이다. 또한 칼빈주의가 아닌 보수적 복음주의 문화에서 취한 부분은 사회 참여의 방법론일 것이다. 즉, 경쟁과 기업의 자유 행위를 통한 사회 참여다. 결론으로, 진보주의적 언론인들은 그녀의 정치적 견해를 오로지 종교에만 기인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신앙인의 삶은 훨씬 더 복잡하다. 여러 신념과 전통에 기반한 다양한 관점과 행위가 관련돼 있으며 세속적 인생과 문화에도 꾸준히 영향을 받는다. 세속성과 종교성은 모두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며 생각보다 꽤 공통적인 영역이 있다. 언론들이 그들이 미지했던 문화와 종교에 대해 연구하는 성실함에는 긍정의 목소리를 내고 싶지만, 만약 더 정확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싶다면 대중들의 우려에 확신을 주는 방향에 치우쳐진 연구와 결론을 내려선 안 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근거들을 수집하고 싶은 유혹과 편리성에서 멀어지기 어렵긴 하다. 하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한 종교에 대해 편협한 시각을 가지는 것은, 나의 적을 절대 악으로 보는 것만큼 쉬운 일이다. 언론의 할 일은 독자들의 편견에 섣부른 동의와 확신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과 바른 통찰력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이것이 더 어려운 작업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미국이 2개 당파로 극심하게 분열돼 있는 시점에서 언론은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