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평가 어떻게 할 것인가?

교육평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희 갑 목사 (아주사퍼시픽 대학교 교수)

모로 서울에 가면 안되는 이유 우리 속담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을 해도 결과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인 것은 알겠는데, 이 말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첫째는 결과만능주의이다. 결과가 좋으면 과정이야 어떻든지 모든 과정이 미화되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선거에 출마한 공직자가 선거과정에 부정이 있다고 해도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사실, 시험을 준비하는 고3 수험생이 준비과정에 부정이 있다고 해도 시험성적만 좋으면 원하는 학교에 들어간다는 사실! 그래서 결과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사실이 진리인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현혹시켜왔던가? 그래서 과정이 아무리 좋아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였을 때 우리는 정당한 과정을 칭찬해 주기보다는 결과에 따라 사람을 얼마나 비난, 폄하해왔었는지 모른다. 둘째는 목적과 결과의 일관성의 부재라는 사실이다. 어떤 목적이 정해지면 이후의 모든 행동과 방향이 목적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목적을 달성하는 방안이 중간에 바뀌어지고 왜곡되어질 때, 얼마나 많은 혼란과 어려움이 수반되는가? 그래서 우리는 어떤 일이 끝날 때 제일 마지막에 하는 것은, 그래서 그 목적이 달성되었는가 하는 것을 평가하는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것은 목적과 평가가 어긋나는 경우를 말한다. 거꾸로 가는데 어떻게 목적을 성취할 수 있는가?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큰 경종을 울려주는 사건이 바로 목적의 부재이다. 그리고 목적에 맞는 평가의 결여이다. 교육의 목적과 평가는 동전의 양면처럼 늘 함께 가는 숙명적인 관계이다.

예전에 필자가 섬기던 교회에서 교사로 봉사하던 사람이 있었다. 갓 결혼한 후 교회에 나오기 시작하여 이제 자기의 아이들도 자기 반에서 주일학교를 가르치다가 이제는 그들도 대학교에 다니게 되었으니 햇수로도 약 20년을 넘게 교사로 봉사하게 되신 베테랑 선생님이셨다. 그분이 언젠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학부모님들은 자녀들의 영적 상황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그들은 아이들이 주일 성경공부에 문제없이 참여했는가, 다른 아이들과 잘 지냈는가를 질문할 뿐 정작 아이들의 하나님과의 관계, 영성의 발전이 이루어졌는지 질문하거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아요…”

왜 그럴까? 평가에 대한 개념이 희박해서 그렇다. 바쁘게 교육이 진행되면, 아이들을 정신없이 굴리면 교육이 잘 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교육 활동의 분주함이 교육의 효과를 담보하지 않는다. 교육의 효과는 학습자가 이를 이해하고 각자의 환경과 조건에 적용함으로 변화가 일어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무슨 말인가? 교육의 평가는 궁극적으로 학습자에 의하여 달려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요즘의 공교육에서 평가가 교사중심의 평가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중이다. 평가는 결국 학습자가 자신의 강, 약점이 무엇이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알아가는데 그 목적이 있다. 결국 평가는 학습자가 스스로 자기 주도형 학습자가 되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평가의 목적

교육 평가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assessment라는 단어는 원래 라틴어 단어인 assidere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는데 그 뜻은 ‘옆에 앉아서 도와주는’(to sit beside)라는 의미이다. 우리는 평가라고 하면 매우 두렵고 떨리며 부정적인 생각을 갖기 십상인데 원래 평가의 의도는 배운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옆에 함께 앉아 물어보고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에서 유래된 것이다. 따라서 교육현장에서 평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교육 결과에 대한 의사결정일 것이다. 정해진 교육이 목표를 달성했는지, 교육내용을 학생들이 잘 이수하여 목표를 잘 도달했는지를 알아보고 만약 잘 안되었다면 왜 그랬는지를 자료를 토대로 살펴보고 필요한 교육내용을 재조정하거나 고칠 수 있게 되어 차후에는 좀 더 효과적인 교육이 실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또한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교육 결과에 따라 보상을 받고, 잘했으면 다음 과정에 진학하거나 좋은 결과(학점 등)를 받게 되는 것이 또한 교육평가의 목적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교육평가의 결과를 보고 무엇이 잘 되었는지 미흡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어 자기 발전과 동기에 대한 자각을 할 수 있게 된다. 통상 이러한 교육의 평가는 가르치는 과목의 마지막 부분, 즉 모든 내용의 기간이 끝난 후 치러지는 평가의 결과에 따라 주어지는 분석이다. 따라서 예전의 평가는 이러한 교육과정 이후의 교사들이 주도하여 그 결과를 보고/분석하는 것이 주요 이슈였다면 지금의 평가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강약을 파악하여 약점을 채워가는 전략과 방안을 수립, 실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평가의 목적은 학생을 판단, 통제하는 것이 아니고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이 될 수 있도록 평가를 통해서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떻게 향상시켜야 되는지를 정확히 앎으로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인 사람이 되도록 하는데 평가의 목적이 있다.

그래서 평가를 행하는 과정은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학습의 평가(assessment of learning), 학습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 그리고 학습으로서의 평가(assessment as learning)다. 학습의 평가는 모든 학습이 마친 후에 의도된 학습목표가 모두 달성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설계된 평가이다. 주로 단원평가, 총괄평가(summative assessment)라는 이름으로 이 결과에 따라 학습자들은 등급이나 성적을 얻게 된다. 교사는 학생들의 학업성적을 분기별 혹은 매년 평가하여 이를 보고할 책임이 있으며 가장 객관적인 시각에서 학생들의 강, 약점을 분석 최종 기록해야만 한다. 학습을 위한 평가는 학생들이 주어진 학습 시간에 배우는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교사가 계속 확인하고 평가의 과정으로 통상 진단평가(diagnostic assessment) 혹은 과정평가(formative assessment)라고 불린다.

마지막으로 학습으로서의 평가는 학생 스스로가 혹은 동료와 함께 평가의 결과를 분석하여 자신의 강, 약점을 파악한 후 스스로의 학습목표와 실행 계획을 수립하여 한층 더 심화 발전시키는 일련의 전략을 의미한다. 이를 자기평가(self assessment) 혹은 동료평가(peer assessment)라 부른다. 평가를 어떻게 행하는가? 어떤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효과적인 학습 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이미 1960년대 산업 및 기업교육에서 교육 평가에 대한 큰 획을 그었던 Don Kirkpatrick 의 이론을 다시 한번 언급하고자 한다. 그는 교육 평가에는 네 가지 단계가 있다고 보았다.

첫째 단계는 반응평가(reaction evaluation)로 주어진 학습과정이 끝난 후 교사는 학습자들에게 그들의 과정에 대한 반응을 평가한다. 전반적으로 과정에 만족했는지, 주어진 자료나 강사, 교육 환경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를 평가한다. 전반적 만족도에 대한 반응 평가는 교육내용에 대한 평가는 아니지만 반응도 평가는 과정 이후 빨리 과정 만족도를 평가하는데 유익한 도구이다. 특히 교회에서 학부모 세미나,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진행된 워크샵, 초청 강사 세션 등을 평가하는데 쓰여질 수 있다.

그러나 반응평가는 학습내용에 대한 평가는 아니어서 교육목적 달성 여부에 대한 의미있는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두 번째 단계인 학습평가(learning evaluation)가 중요하다. 교육과정이 끝난 후 학생들에게 정해진 교육목표가 얼마나 달성되었는지 달성되지 못했다면 왜 그런지를 적게 한다. 통상 1-5점 척도의 설문문항을 만들어 1점은 전혀 달성되지 못했고 5점은 충분히 달성되었음의 기준으로 응답하게 한다.

그런데 교육의 목표는 지식의 습득과 이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고 이를 행하고 적용하는데 있다. 그래서 3단계 교육 평가가 필요한데 이를 적용도 평가(application evaluation)라고 불렀다. 교육이 실시된 이후 통상 3-6개월 이후 설문서 혹은 인터뷰를 통해 배운 내용이 학습자의 현 상황의 문제해결에 얼마나 적용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교회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도 세미나를 진행하였으면 이후에 학생들이 가정에서 학교에서 기도를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를 부모, 친구, 관련된 사람을 만나 인터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4단계라고 불리는 영향력 평가(impact evaluation)를 실시한다. 배운 내용을 적용시킴으로 자신의 삶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타인과 공동체, 그리고 해당 조직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쳤는지를 평가한다. 평가 자료를 잘 분석하면 학습자 혹은 필요한 단위 조직의 모든 현상을 잘 알 수 있게 한다. 문제는 수많은 자료가 홍수처럼 떠돌아다니는데도 우리는 이러한 자료를 취합, 분석하는데 너무 안일하게 대처해 왔다는 데 있다.

최종 평가에서 합격하도록 잘 가르치자

성경에서도 평가의 엄중함을 많이 언급하고 있다. 릭 워런 목사님의 책, “Purpose driven life”에서는 인생이 곧 시험(life on earth is a test, p. 42)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나님은 우리의 성품, 믿음, 순종, 사랑, 성실성, 충성을 계속 평가하고 계시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서 독자 이삭을 바치라고 그의 믿음을 평가하셨고 야곱에게 그가 사랑하는 라헬을 위하여 7년 더 일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셨다. 총괄 평가의 예도 많이 언급된다. 노아의 홍수 사건, 바벨탑 사건, 그리고 최후의 심판 등은 모두 하나님의 죄인을 향한 엄중한 마지막 평가이셨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우리에게 1차 평가에서 실패했더라도 계속 기회를 주신다. 그것이 바로 과정 평가의 중요성이다.

예수님도 제자들을 가르치신 후 평가를 해서 비록 실패했더라도 계속 기회를 주셨던 것을 기억하자. 교회에서 아이들이 평가에 합격하지 못했더라도 계속 기회를 주자. 그러면 언젠가 성공할 것이다. 한 번의 평가 결과로 아이들을 판단하는 것은 제일 나쁜 일이다. 평가는 학생들을 잘 이해하는 정보를 줄 뿐, 그들을 판단하는 기준이 절대 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평가는 학습자 스스로가 자기 성장의 기회로 평가 자료를 이용할 때 가장 큰 가치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회에서의 아이들의 영성발달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Barna(2003)는 교회에서 영성 목적을 십계명(출 20장), 산상수훈(마5-7장), 성령의 열매(갈5장)에 기초하여 아이들의 영성의 목적과 내용을 아래와 같이 나열한다.

하나님께만 예배하는가,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가, 부모님을 존경하는가, 성적 순결을 지키고 있는가, 다른 사람의 물건에 손대지 않는가, 항상 진실하고 거짓을 말하지 않는가, 겸손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 정의를 실현하고 있는가, 용서하고 있는가, 항상 주님께 헌신하는가, 가십을 피하고 있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가, 늘 친절한가, 기도하는가, 자기 통제의 미덕을 실천하는가, 하나님을 신뢰하고 걱정하지 않는가 등… 이러한 항목을 학생들이 적용하도록 하자. 자기 조건과 환경에 적합한 적용 계획을 스스로 만들도록 하고 이를 스스로 평가하도록 할 때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평가의 중요성

Marzano의 연구에 의하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제일 중요한 요인이 교사이다. 교사의 가르치는 방법, 전략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장 효과적인 교사와 비효과적인 교사들이 학생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차이는 38포인트(percentile point)의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교사의 어떤 자질, 스킬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까? 바로 평가의 기법과 활용이라는 면이다. 그만큼 교사의 평가와 관련된 지식, 스킬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평가에 대한 기법과 활용, 효과적인 교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배우고 사용해야 하는 필수불가결한 능력이다. hlee04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