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교육 커리큘럼

기독교 교육 커리큘럼

이 희 갑 목사 (아주사퍼시픽 대학교 교수)

커리큘럼이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커리큘럼이라는 말은 본래 라틴어 currere, “달린다”라는 말에서 나왔다. 흔히 이력서를 curriculum vitae(the course of one’s life or career)라고 하는데 이는 한 사람이 일자리를 얻기 위하여 준비한 자신의 교육적 기술적 역사를 기록해놓은 서류를 말한다. 교육현장에서의 커리큘럼이라 함은 학습자들이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교육과정, 학습자들의 경험, 관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계획하여 학습자들을 훈련, 필요한 지식, 내용, 기술을 습득하게 하는 종합적인 학습 계획(road map)을 말한다. 커리큘럼이 없는 것과 있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 후에 가데스 바니아에 도착 열두 정탐꾼을 보내 그들의 보고를 들은 후 이스라엘 민족들은 그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들어가지 않기로 결정한 사건을 기억해보자.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땅을 차지하는 일련의 계획을 커리큘럼이라 한다면 이후 40년간을 목적 없이 방황했던 시기가 바로 커리큘럼이 없는 시기요, 여호수아의 인도 하에 가나안에 들어가 31명의 왕들을 정복하고 48개 성읍을 이스라엘 민족들에게 분배해주는 일련의 과정이 바로 커리큘럼이 있던 시기였다. 커리큘럼이 있고 없고는 바로 이처럼 근본적인 실천의 차이를 만들게 된다. 왜 그런가?

커리큘럼은 왜 배워야 하고,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학습해야 하는가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을 결정한다. 그래서 교수 목표가 설정되고, 이의 달성을 위한 학습 내용과 활동이 구체적으로 선정되고 이러한 활동과 계획을 통하여 학습자가 교육 목표를 달성했는가를 평가하는 일련의 과정을 포함한다. 커리큘럼 이론의 선구자인 Ralph Tyler는 이미 1949년에 출간한 커리큘럼 고전에 해당하는 책 “Basic principles of curriculum and instruction”에서 커리큘럼 개발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네 가지 요소를 구체화하고 있는데 이는 오늘날에도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인들이다. 즉 커리큘럼을 개발할 때, 먼저 커리큘럼을 통해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해야 하며 둘째, 이러한 목표와 관련된 아이들의 학습경험이 무엇인지를 규명해야 하고 셋째, 이러한 학습경험을 어떻게 조직화할 것인가를 계획하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전반적 과정을 통하여 선정된 학습목표가 달성되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요소라고 하였다.

성경이 말하는 커리큘럼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시기 위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계셨다. 사람을 창조하시고 이 땅을 다스리게 하실 모든 스케줄을 가지고 계셨다. 성경 전체는 바로 하나님의 창조, 인간의 죄와 회복을 위한 하나님의 이야기(히스토리 History)를 그려가는 커리큘럼이다. 성경에서 가르쳐 주고 있는 커리큘럼이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지 살펴보자. 첫째, 하나님은 각자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따라야할 개인적 커리큘럼을 주셨다.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아담과 하와에게 이르신 명령,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창1:28)는 커리큘럼을 주셨듯이 우리 각자에게도 목적에 따른 개인적 방향과 내용을 주신 것이다. 바로 교회와 기독교 교육은 이런 개인적 커리큘럼을 어떻게 전개시켜 나아갈 것인가 지혜를 가르쳐야 할 것이다. 둘째, 개인적인 커리큘럼이 각자에게 존재하듯이, 믿음의 지체들이 함께 지향해야 할 공동체 커리큘럼이 있음을 또한 알아야 할 것이다. 하나님은 역사의 부분 부분마다 믿음의 공동체(구약의 이스라엘 민족, 그리고 신약에서 교회)가 수행하여야 할 커리큘럼을 제시하셨다.

예를 들면 모세 시대의 출애굽, 여호수아 시대의 가나안 정복, 에스라, 느헤미야 시대의 본토 귀환 등이다. 지금 이 시대의 공동체 커리큘럼은 무엇인가? 이는 흔히 말하는 시대정신에 대한 이해를 의미한다. 필자는 이미 시대를 통합하는 갈등의 조정 능력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셋째, 성경은 점진적인 커리큘럼을 강조하고 있다. 평이한 것에서 난해한 것으로, 단순한 것에서 출발하여 복잡한 것으로, 그리고 개인의 영적 성숙도를 고려하여 발달 순서에 입각하여 기획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히브리서 5:13-14은 이를 잘 설명해준다. “이는 젖을 먹는 자마다 어린 아이니 의의 말씀을 경험하지 못한 자요 단단한 음식은 장성한 자의 것이니 그들은 지각을 사용함으로 연단을 받아 선악을 분별하는 자들이니라”

결국 영적으로 덜 성숙한 자들은 아직 영적인 갓난아이이므로 이들에게는 기본 신앙의 지식을 가르치는데 주력하라는 말이다. 베드로후서 1:5-7에 역시 사도바울은 영적 성숙도를 고려한 커리큘럼을 설계할 것을 권면한다. “그러므로 너희가 힘써 너희 믿음에 덕을, 덕에 지식을, 지식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경건을, 경건에 형제 우애를, 형제 우애에 사랑을 더하라”(벧후1:5-7). 결국 믿음의 성장 속도와 단계에 맞는 커리큘럼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경은 각 사람에 처한 환경과 조건을 고려하여 각 사람에게 맞춤복이 되는 커리큘럼을 실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사도 바울은 디도에게 교회에서 교육을 시킬 때 각 사람에 맞는 특수한 설계를 하도록 권면하고 있는데 디도서 2:2-10을 기초로 몇 가지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늙은 남자는 절제, 경건, 신중, 믿음과 사랑과 인내함에 이르도록 교육할 것. 나이든 여자는 행실이 거룩하게, 모함하지 않도록, 술에 취하지 않도록, 선한 일을 많이 하도록 가르칠 것. 젊은 여자는 남편과 자녀를 사랑하도록, 신중하고 순전하며 집안일을 잘 하며 남편에게 복종할 것을 가르칠 것. 젊은 남자들은 신중할 것을 권면하고 선한 일에 모범을 보이도록 하며, 부패하지 않고 말에 흠이 없도록 가르칠 것. 종들에게는 상전에게 순종하고 훔치지 말고 참된 신실성이 나타나도록 교육할 것 등이다.

발달 단계에 맞는 교회 커리큘럼

지금까지의 설명을 종합하여 교회교육에서의 발달 수준에 맞는 커리큘럼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물론 각 교회나 교파가 지향하는 강조점이 다를 수 있고 교사의 수준과 교회 리더의 목회 철학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기본적인 윤곽은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William Yount는 Discipler’s model에서 기독교 교육의 바탕을 성경과 학습자의 요구라고 파악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 시대정신을 통찰하는 리더십을 포함하여 기독교 교육 커리큘럼의 내용은 성경, 학습자의 발달 과업(신체적, 인지적, 사회적, 도덕적, 영적 영역을 포함), 그리고 크리스천 리더십 등의 세 가지를 포함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토대로 각 발달단계별 커리큘럼을 논의해보자. 첫째, 영아부(0-2살)는 신뢰 형성의 시기이다. 아이가 최초로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이 바로 부모일 것이다. 발달심리학자인 에릭슨(Erik Erikson)은 아이들이 최초로 경험하는 발달과업이 바로 신뢰의 개념이라고 하였다. 프로이드(Sigmund Freud)가 이 시기를 구강기라고 개념화한 것을 토대로 이 시기의 아이들은 부모의 신뢰로운 수유과정을 통하여 미지의 세계를 긍정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한편 인지발달을 연구한 피아제(Jean Piaget)는 이 시기를 감각운동기라고 부르고 이 시기는 시각, 청각 등 감각의 조절과 운동능력의 획득을 통하여 세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을 알아가는 단계라고 하였다. 결국 이 시기 교육의 핵심은 부모들이다. 긍정적이고 아이들의 욕구를 시의 적절하게 채워주며 감각을 통한 아이들의 정서와 반응에 잘 대처함으로 영아들은 낯선 세상에 대한 신뢰 혹은 불신을 배우며 아직 감지하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감각을 익힌다. 부모님은 그래서 하나님을 경험하게 하는 몽학 선생인 것이다.

둘째, 기쁜 두 살을 경험하게 하자. 아이들은 그들 스스로 보는 관점의 차이가 대략 두 살부터 생긴다. 아이들이 아장아장 걷게 될 때부터 그들은 보다 독립적으로 환경을 탐색하고 이와 상호작용하기 시작한다. 자율성과 자기의식이 서서히 싹트기 시작할 때이다. 이때부터 간단한 말을 배우고 언어로 소통하는 법을 서서히 배우기 시작한다. “안해!” “몰라” 라는 표현을 하게 되고 제법 자기의 고집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 부모들은 이 시기를 미운 두 살이라고 부른다. 반면에 미국부모들은 이런 현상을 “예쁜 세 살’이라고 부른다. 관점의 차이이다. 아이들이 부정적으로 제법 자기를 나타내는 것을 반드시 삐딱한 관점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이때에 자아개념이 발달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것을 보호하고 나와 관련되는 것을 남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는 마음이 서서히 발달하게 된다. 나아가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 시기이므로 설령 아이들이 잘못된 말을 한다고 해서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에릭슨은 이때를 자율성과 수치심이 형성되는 단계라고 보았다. 이때는 아이들이 언어의 발달뿐만 아니고 행동의 발달도 함께 해나가는 시기이다. 음악과 놀이, 게임과 율동을 통하여 자신을 표현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필자는 대략 2-4살 시기를 기쁜 아동들(joyful paidion)의 시기로 부른다. 셋째, 유아기는 아이들의 언어 발달은 급속도로 증가하는 시기로 4살 때 쯤 되면 어휘 수가 1500단어, 6살 때는 언어로 기본적인 글을 구성하는 단계에 이른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언어로 자기의 주장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이를 통하여 학교에서의 학습동기가 매우 강한 시기이다. 이 시기는 다양한 언어활동과 신체적 놀이를 통하여 상황을 주도하려 하고 책임을 지려는 경향이 발달하는 시기이다. 그러나 직관적, 감각적 판단력이 논리적 설명에 앞서므로 표현에 있어 오류가능성이 존재한다. 부모나 교사가 비록 아이들이 오류가 있더라도 기다려주고 일을 완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죄의식이 발전하는 시기라고 에릭슨은 주장한다.

그래서 필자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시기를 Little preacher의 시기라고 부른다. 언어적 주도성을 통하여 아이들이 하나님을 마음대로 표현하고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를 통하여 자신감 있는 생활습관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한 발달과업이다. 넷째, 초등학교 고학년에 들어가면 근면성의 시기이다. 에릭슨은 이 시기는 학교공부를 열심히 참여하며 학습동기를 높이는 시기라고 보았다. 피아제에 의하면 이 시기는 자기중심적 경향이 약화되어 문제에 대한 다각적, 논리적 접근이 가능해지는 시기이다. 그러기에 남을 배려하고 타인에 대한 관점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자각해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때는 성품훈련에 주력해야 하는 결정적 시기이다.

필자가 이 시기를 Character leader라고 부른 이유이다.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고 나의 이기적 관점보다는 다른 사람, 혹은 공동체의 관점을 먼저 고려하고 생각하는 기독교적 윤리와 도덕성을 체득하는 시기로 삼아야 한다. 다섯째, 중등학교 시기는 피아제에 따르면 아이들의 형식적 조작기 단계로 접어드는 시기이다. 논리적 사고를 통하여 보이지 않는 가설 및 추상적 문제에 대한 논리적 해결이 가능한 시기이다. 도덕적 철학적 사고가 일어나며 정치적 쟁점에 대한 개인의 관점이 형성되는 시기이다. 성경에 대한 재해석이 가능하며 성경말씀에 대한 욕구와 탐구욕이 왕성한 시기이다. 따라서 이 시기는 보다 체계적인 성경공부 프로그램을 통해 이 시기의 학생들이 성경을 보다 완전하게 이해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설정하여야 한다. 필자는 이 시기의 목표를 Bible scholar 라고 명명한다. 마지막으로 고등학교 시기는 아이덴티티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고민과 통찰이 일어나는 시기이다. 내가 누구인가?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장차 무슨 일을 하여야 하는가? 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여야 하는 시기이다. 다양한 활동과 프로그램, 리트릿, 방문, 현장 답사 등을 통해 하나님이 각자에게 말씀하신 나를 올바로 찾아가도록 교회 프로그램이 기획되어야 한다.

커리큘럼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서 그 속에서 배우는 것도 있지만 배우지 못하는 것도 있다. 즉 의도하지 않은 배움의 결과를 흔히 교육학자들은 히든 커리큘럼(hidden curriculum)이라고 부른다. 이는 비록 명시적, 공식적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교사와의 관계, 독특한 분위기, 혹은 자신만의 깊은 통찰을 통해 의도하지 않은 교육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우리는 교육커리큘럼을 잘 기획 실행하여야 할 것이다.

생명길로 인도하는 커리큘럼을 실시합시다

신명기에서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이렇게 당부하고 있다. “곧 내가 오늘 네게 명령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고 그 모든 길로 행하며 그의 명령과 규례와 법도를 지키라 하는 것이라. 그리하면 네가 생존하며 번성할 것이요, 또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가 가서 차지할 땅에서 네게 복을 주실 것임이니라”(신30:16). 결국 생명과 축복의 길을 걸어갈 것인가 아니면 저주와 사망의 길로 걸어갈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는 부모 세대에 그치지 않고 자녀 후손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바로 커리큘럼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 후손들이 어떤 인생길을 걸어가도록 할 것인가? 이를 위하여 교회는 그리고 기독교 교육은 얼마나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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