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개혁자들의 발자취를 따라서

종교개혁 500주년...개혁자들의 발자취를 따라서

프랑스, 스위스 탐방 여행팀은 런던을 더 살피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프랑스로 향했다. 유로스타를 이용하기 위해 터미널에 도착하자, 히드로 공항의 검색이 무색할 만큼 까다로운 검색을 거친 후에야 기차에 오를 수 있었다. 유로스타는 유럽대륙과 영국을 가로지르는 도보해협을 건너 2시간 만에 파리에 도착했다. 샹송이 흘러나오고 낭만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파리에 도착하자 가이드는 삼엄하게 주위를 경계하며 소지품 관리를 잘할 것을 강조, 또 강조했다. 또한 테러 후유증 때문인지 곳곳에 중무장한 군인들의 모습들도 눈에 들어왔다. 터미널을 벗어난 일행은 흘러내리는 빗줄기 속에 왠지 모를 무게를 느끼며 숙소에 도착했다.

프랑스의 문화 체험 이튿날도 빗줄기는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빗속에 비치는 에펠탑의 모습도 운치 있었고 나폴레옹이 건축을 시작했지만 결국 시신이 되어 겨우 통과한 것으로 유명한 파리의 개선문, 샹제리제 거리, 콩코드 광장, 루브르 박물관은 여전히 관광객들로 만원이었다. 고딕양식의 대표적 건축물로 꼽히고 있는 노틀담 성당은 가장 수직적이고 근엄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위협적으로 보이기도 했고 아름다운 장미의 창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이 성당은 세계 3대 성당중의 하나로 이 시테 섬에 세워졌고 이 섬을 중심으로 프랑스 파리라는 도시가 생성되게 됐다고 한다. 루브르 박물관은 비가 오는 날씨임에도 관객들이 줄을 이었다. ‘루브르의 안방마님’으로 별명이 붙은 레오날드 다빈치의 모나리자 앞에는 여전히 구름 같은 관람객이 몰려 있었고 프랑스 최대의 그림으로 꼽히는 성경을 배경으로 한 ‘가나의 혼인잔치’ 그림도 인기가 높았다. 이날 가이드를 맡은 김시보 씨는 현재 파리에서 활동 중인 화가로 박물관의 작품들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어 프랑스의 문화를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위그노(Huguenot)들의 활약 종교개혁을 이끈 개신교 신학자 존 칼빈은 프랑스 노용(Noyon)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그는 캐톨릭의 미움을 사서 프랑스를 떠나 스위스 제네바에 정착했고 그곳이 그의 종교개혁 활동무대가 되었다. 프랑스, 하면 우리는 위그노(Huguenot)를 떠올린다. 위그노는 프랑스 개신교 신자들을 말한다. 칼빈주의를 추종하던 위그노들은 캐톨릭 교회에 저항하며 ‘위그노 전쟁’을 벌였다. 특히 성 바돌로매 축일 대학살로 수많은 위그노지도자들과 수천 명의 신자들이 개신교 신앙 때문에 목숨을 잃은 나라가 프랑스다.

1598년 앙리 4세가 낭트칙령을 발표해 마침내 위그노들에게 신앙의 자유를 허용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루이 14세에 이르러 낭트칙령이 폐기되자 대규모 위그노들의 프랑스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칼빈은 부의 정당한 축적을 환영했다. 또 직업 소명설을 주장해 귀족이나 왕족이 될 수 없었던 도시 중산층의 환영을 받았다. 당연히 위그노들은 돈 많은 상공업자들이었다. 일찌감치 제철·염료·화학 등 하이테크 분야에서 재능을 나타냈던 사람들이었다. 낭트칙령이 폐기되자 프랑스의 경제기반을 떠받들고 있던 위그노들은 정치적, 신앙적 망명길에 올랐다. 이 위그노들이 독일로 건너가면서 기술후진국이었던 독일이 프랑스를 앞지르기 시작했고 스위스로 이주해간 위그노들은 시계 산업을 발전시켜 스위스를 세계 최대의 정밀공업국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설명을 들으며 스위스의 시계가 왜 유명한지 알 것 같았다. 영국의 찰스 2세는 위그노를 받아들이는 특별법을 만들어 이들을 환영하기도 했다. 그래서 위그노들이 증기기관과 면직공업을 발전시켜 산업혁명의 방아쇠를 당기게 했고,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드는데 위그노의 공헌이 크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지적이다.

18세기 초 미국에 온 위그노들은 탄약기술을 보급시켜 서부개척시대를 열어가는 데 기여했다고 한다. 그 위그노들의 개신교 신앙을 봉쇄한 프랑스는 결국 가난한 전제국가로 전락해 루이 16세에 이르러서는 사치의 상징으로 알려졌던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와 루이 16세는 결국 콩코드 광장에서 비참하게 참수되는 프랑스 대혁명의 희생자가 됐고 그 사치스러웠던 왕정은 그렇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존 칼빈을 따라 스위스 제네바로 그런 위그노의 역사를 되새기며 우리는 프랑스 파리를 거쳐 존 칼빈의 활동무대였던 스위스 제네바에 도착했다.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의 노력으로 개신교의 중심이 된 제네바는 ‘개신교의 로마’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제네바는 UN의 유럽본부, 국제적십자사 등 22개의 국제기구와 250여개의 비정부 기구가 있는 도시로서 세계 최초의 꽃시계, 제네바의 상징인 레만 호수와 140미터까지 솟아오르는 레만호수 분수로 유명하다고 가이드는 상세히 들려주었다. ‘장로교의 아버지’ ‘제네바의 지도자’로 불리는 칼빈은 생피에르 교회에서 목회했다. 27세에 개신교 신학의 골격이요 기초라 할 수 있는 ‘기독교강요’ 초판을 완성했으니 그는 천재 중의 천재요, 경건한 신학자요 목회자였다. 생피에르 교회는 13세기에 캐톨릭교회 성당으로 건축됐으나 종교개혁을 거치면서 개혁교회가 됐고 흔히 장로교 1호 교회당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존 낙스가 설교하던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세인트 자일스 교회당을 1호 교회당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이 복합된 형태로 건축된 이 예배당엔 노후에 건강이 좋지 않아 앉아서 설교하던 칼빈의 의자 하나만 잘 보존돼 있다. 캐톨릭의 성상 숭배 등을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에 예배당 안에는 아무 것도 걸려 있거나 붙어 있지 않은 텅 빈 벽면이 특이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칼빈의 의자도 회중석 앞자리에 작은 팻말 하나가 붙어진 채로만 놓여 있었다. 생피에르 예배당 길 건너에는 칼빈이 세운 칼빈아카데미가 시작된 작은 건물이 있고 칼빈의 생가도 가까운 곳에 보존돼 있었다. 그의 생가를 알리는 표시판도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고 절제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칼빈아카데미에서 존 낙스가 가르침을 받았고 그 아카데미는 후에 제네바 대학교가 돼 그 대학 내에 있는 바스티용 공원에는 칼빈을 비롯한 네 명의 개혁자들 부조가 건립돼 있다. 칼빈 탄생 400주년에 건립된 종교개혁기념비라고 할 수 있다. 4명의 개혁자들은 왼쪽부터 칼빈에게 영향을 미친 파렐, 칼빈, 그리고 칼빈의 후계자 베자와 존 낙스가 조각돼 있다. 벽에는 당시 종교개혁의 슬로건인 ‘Post Tenebras Lux(어둠 뒤에 빛이 있으라)’라는 라틴어가 새겨져 있었다. 이렇듯 칼빈은 업적은 위대했지만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남기지 말라는 유언에 따라 그는 제네바 공동묘지에 이름 없이 묻혀 있다.

위기 마운틴 정상에서 주일예배 제네바를 거쳐 취리히로 가는 도중에 알프스의 수천 개 산봉우리 중 하나인 위기 마운틴으로 올라갔다. 톱니를 이용한 산악열차 케이블카를 통해 올라가며 알프스 산맥을 경험하고 산기슭에 자리한 아름다운 마을들도 볼 수 있었다. 이날 주일예배는 알프스 산맥 위기 마운틴 정상에 위치한 Kulm 호텔에서 조명환 목사 인도로 기도 이건세 장로, 말씀 황기호 목사, 축도 류용호 목사가 맡아 드렸으며 예배를 마친 일행은 알프스 산맥을 뒤로하고 취리히로 발길을 옮겼다. <이성자 기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