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우선주의 아닌 성경우선주의 미국으로!

미국우선주의 아닌 성경우선주의 미국으로!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드디어 미국 제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선거 기간 내내 최대 공약으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본격적으로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 시대의 서막을 “미국의 대학살은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끝났다”고 강조하며 시작했다. 그러나 취임식 당일 공개된 팍스뉴스의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3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하지 않는 답변은 절반이 넘는 54%에 이르렀다. 37% 지지율은 취임을 앞둔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취임식 행사장 주변에만 약 30여건의 집회가 있었고, 이튿날인 21일에는 여성단체의 대규모 집회도 미 전역에서 시행돼,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어진 과제는 단지 “미국을 위대하게 다시 만드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민자와 무슬림을 겨냥하고 있는 증오범죄들과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운동들에 이르기까지, 역사상 가장 분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는 미국사회를 다시 봉합시켜야 하는 것이다. 크리스처니티투데이는 취임식 기도자로 초대받은 성직자들 중 폴라 화이트(Paula White)에 초점을 맞추면서, 소위 ‘트럼프 이너 서클’로 불리우는 사람들만으로 조각되어지고 있는 행정부 구성으로 대변되는 것을 비판했다. 즉 ‘번영 복음’의 대변인격인 폴라 와이트 목사의 전면적인 부상이 마치 이미 부를 이룬 ‘가진 자들만의 잔치’로 가는 길을 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The Story Behind Trump’s Controversial Prayer Partner: What Paula White’s Washington moment implies for the prosperity gospel’s future).]

트럼프가 폴라 화이트를 알게 된 것은 많은 팬들이나 추종자들처럼 TV를 통해서다. 그래서 두 사람은 15년 동안 서로를 오가며 우정을 나누고, 이제는 바로 취임식 기도를 통해서 대통령에게 미국사회 종교적 보수 세력들을 안내하는 수석 영적 자문으로 화이트는 부상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막후에서 트럼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 선 것으로 알려졌고, 그 공로(?)로 미국을 대표하는 종교계 인사 6명 중 한 명이라는 당당한 명예를 얻게 됐다. 그만큼 그녀는 2015년 트럼프 타워에서 유명한 텔레에반젤리스트들과의 만남을 주선해 트럼프를 위한 기도팀을 만들었고, 자신의 친한 크리스천들에게 항상 트럼프가 “신앙의 사람”이라고 두둔했고, 지금까지 네트웍을 통한 교제와 종교 관련 자문을 해오고 있다.

CT와의 인터뷰에서, 화이트는 자신을 “중개인”이라 말하며, 트럼프를 위한 소위 복음주의 크리스천들로 구성된 종교자문위원회는 정말로 훌륭한 신앙의 사람들이 지혜와 경륜을 통해 사역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화이트의 전면적인 부상에 대해 많은 사람들 특히 복음주의 리더들은 염려에 염려를 더하고 있다. 그동안 그녀는 번영신앙 즉 질병이나 악 조건에서도 항상 건강하고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독교 신앙의 변형의 주창자 중 한 명으로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복음주의 진영에서는 취임식 기도를 통해 공식적으로 정치적으로 입문(?)한 그녀의 명성이 주류사회에 번영신앙을 가속도로 전할 수 있거나 또는 이미 주류사회에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게 됐다.

조지 팍스 대학의 오순절-카리스마틱 신학실천센터의 레아 페인(Leah Payne)은 “이미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조엘 오스틴, 크레포 달러, 폴라 화이트, T.D. 제이크스처럼 TV와 인터넷을 통해 전달하는 복음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번영신앙이 주류사회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며, “이제 화이트가 정치적 명성까지 거머쥐게 돼, 주류에 번영신학의 가르침들이 정상화될 수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텔레에반젤리스트들은 자신들의 TV나 인터넷 방송을 통해 오프라나 CNN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단 한번에 지구촌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대통령 취임식 같은 이벤트는 만들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화이트는 당당하게(?) 그 반열에 입성했고, 이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공식적인 임무를 맡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페인은 분석한다.

듀크 대학 교수이자 번영신학 전문가인 케이트 볼러(Kate Bowler, A History of the American Prosperity Gospel를 썼다)는, 또한, 언론 매체를 통해, “바로 이 순간은 지난 수 십년동안 번영복음운동이 정치적 역량을 다져와 그 절정에 달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으로, 이제는 새롭게 정치적 영역으로까지 나아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번영신학 비판의 선두 주자인 웨스트민스터신학교의 마이클 호톤(Michael Horton) 교수는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트럼프 취임식과 행정부 구성에 있어서 화이트의 역할이 미국 복음주의에 심각한 피해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제리 팔웰이나 빌리 그래함이 폴라 화이트를 두둔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통이 이제는 자식들까지 이어졌다”며, 제리 팔웰 Jr.는 가장 먼저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프랭클린 그래함은 취임식에 초대받았다는 사실을 비판한다. 그러면서 호톤 교수는 “화이트나 오스틴은 번영신학의 이단적 측면들을 충분히 누그러뜨릴 수 있는 인물들”이라고 경계한다. 그러나 “실수를 하지 말아야한다, 왜냐하면 독이 가득 찬 가르침들이 이미 미국사회에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번영신학의 득세를 말해준다.

오순절주의 진영에서 ‘믿음의 말씀(World of Faith)’로 상징되는 긍정적인 사고와 형통을 강조하는 번영신앙은 보통 “원하는 것을 부르고 그것을 요구하라”는 문장으로 요약된다. 호튼 교수는 바로 이러한 종교적 접근이 바로 “미국인들에게 있는 DNA의 한 부분”이라고 본다. “미국인들은 그나마 선한 사람들로 정확한 자료와 비전 그리고 테크놀로지를 가지고 있어, 우리가 원하는 무엇이든지 얻을 수 있다”고 현대적 미국인들의 세계관을 호튼 교수는 지적한다(정치매거진 ‘뉴리퍼블릭’에서도 이미 작년 12월 “Donald Trump’s Capitalist Christianity Has Old Roots: It's a very American tradition”라는 글을 통해 1848년부터 시작된 자본주의적 기독교의 흐름이 어떻게 트럼프에게까지 이어졌는지를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그래서 “World of Faith 리더들이 ‘번영복음’을 선포했을 때, 이미 많은 추종자들이 따르게 됐다”고 미국인들에 있는 DNA에 부합되게 복음을 교묘하게 변형한 번영신학을 비판한다.

이러한 비판을 두고, 화이트는 자신이 번영신앙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나는 하나님을 산타크로스와 같다고 믿지 않는다.” 그녀는 그러나 이번 달에 이미 구설수에 올랐던 '씨앗 헌금' 강조를 했다. 즉 그녀를 따르는 추종자들에게 한 달이나 일주일 그리고 하루 수입에서 “씨앗”과 같은 헌금을 해 2017년을 시작하면 하나님께서 형통하게 하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미 유명 TV부흥사들 중에서 2016년 순위로 12위를 기록한 화이트는 이러한 헌금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007년 의회 재정위원회는 화이트를 포함한 ‘번영 신앙' TV 복음전도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비록 명백한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중단되기는 했지만, 화이트 목사 등의 ‘번영신앙 전파자'들에 대한 교계의 시선은 싸늘해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제 정치적인 명성까지 덧입은 화이트 목사는 자신의 신학적, 성경적 정당성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번영신학의 정당성 논쟁을 뒤로 하고 이번 취임식에 초청된 종교계 인사들을 보면, 이제 4년 동안 미국을 책임질 트럼프주의(Trumpism)의 윤곽을 그래도 그려볼 수 있다.

결론으로, 프린스턴대학교의 케빈 크루즈(Kevin M. Kruse) 역사학 교수의 경고를 들어보자. 크루즈 교수는 "그래엄과 화이트 목사 둘은 기독교 민족주의와 기독교 자본주의 사상을 포용하는 트럼프의 이데올로기를 상징적으로 대변해주는 사람들"이라고 해석하면서, 이제 번영신학이라는 “실용주의적 영성(?)”이 복음주의 신학의 상징으로 미국사회에서 더욱 더 수용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