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빈자 구제기관 옥스팸(Oxfam)이 최근 발표한 분석(Just 8 people now have the same wealth as the poorest 3.6 billion)에 따르면 단 8명의 슈퍼리치(super rich)가 전 인류 중 가난한 절반과 같은 양의 부를 소유하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옥스팸 분석을 좀 더 세밀하게 설명하면서, 극소수의 부자들에게 치우친 '부의 편중화'라는 불편한 진실이 지구촌에서 물질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These 8 Men Have As Much Money As Half The World).]
포브스가 뽑은 세계 최대 부자 명단에 오른 이 억만장자들 중 6명은 미국 사업가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설립자 빌 게이츠,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이자 CEO 워렌 버핏, 아마존 설립자이자 CEO 제프 베조스, 오라클 공동설립자 래리 엘리슨,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페이스북 설립자이자 CEO 마크 저커버그다. 멕시코의 거물 카를로스 슬림, 자라 등의 소매점 체인을 설립한 스페인의 아만시오 오르테가가 나머지 두 명이다. 그들의 순자산(자산에서 빚을 뺀)을 합치면 4,260억 달러에 달한다. 36억 명이 넘는 인류 중 가난한 절반의 이름은 이렇게 정확하게 댈 수 없지만, 그들 대부분은 개발도상국에 산다. 옥스팸 수치는 숫자로만 봐서는 알기 힘들 수 있는 경제적 불평등이 얼마나 심해졌는지를 선명히 드러낸다. 옥스팸은 2014년부터 불평등을 트래킹 해왔다. 불평등이 심해지며 세계 2차 대전 이후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에서 부자들과 다른 모든 사람들의 골이 깊어진 것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에 일조했다. 영국에서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투표 결과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심해지는 불평등을 내버려두면 우리 사회가 갈라질 것이다.” 옥스팸은 보고서에서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선거 운동을 언급하며 “인종차별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심해지고 있으며, 주류 정치에 대한 환멸이 퍼졌다”고 적었다.
2016년, 전 세계 1%에 속하는 부자들이 세계 부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고 옥스팸은 지적한다. 포브스 리스트에 오른 억만장자 1,810명(이중 89%가 남성)이 인류의 부의 70%에 해당하는 6조5천억 달러를 소유한다. 달리 표현하면 부자들은 두툼한 파이 조각을 가져가는 반면, 수십 억 명은 파이 절반의 부스러기를 놓고 싸우고 있는 것이다. 옥스팸은 포브스의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와 크레딧 스위스의 자산 정보를 사용해 분석했다. 이 자산 정보에 의하면 인류의 가난한 80%는 아프리카와 인도에 살고 있는 성인이다. 그들은 젊은 편이며, 미혼에 교육수준이 낮을 확률이 높다.
교육수준이 낮은 여성들은 재산이 아주 적을 가능성이 더욱 높다. 가난한 절반 중 아주 소수만이 미국에 산다. 자산 정보가 자산에서 빚을 뺀 순자산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즉 미국에 살고 있는 젊은 성인은 주택, 자동차, 학자금 등으로 대출이 많다면 서류상으론 아주 가난한 사람으로 분류된다는 뜻이다. 퓨전의 펠릭스 새먼 등 경제 관련 기고자들은 이 점을 두고 옥스팸의 보고서를 비판한다. 옥스팸의 정책과 연구 담당자 가와인 크립크는 정당한 비판이라고 허핑턴포스트에 말한다. 하지만 그건 부차적일 뿐, 이 보고서의 불편한 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크립크는 말한다.
부채를 아예 무시한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56명의 자산을 합쳤을 때 전 세계 하위 50%의 자산과 같아진다고 옥스팸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근본적인 경향은 똑같다. 경제적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부자들은 점점 더 빨리 부유해지고 있다. 나머지 인류들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크립크는 최고 부자 8명의 자산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작년 옥스팸 보고서에서는 억만장자 62명의 자산을 합쳐야 인류 하위 50%와 같았다. 올해 큰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까닭은 크레딧 스위스가 얻을 수 있었던 데이터의 질이 나아졌기 때문이다. 옥스팸이 올해와 같이 개선된 정보를 작년에 사용했다면 억만장자 9명의 자산만 합쳐도 인류의 하위 절반과 같았을 것이라고 크립크는 말한다(9위는 찰스 코크). 작년에 부의 불평등이 커진 것에는 주가 상승의 영향도 있었다. 주가 상승으로 시장에 투자한 부자들에게 돈이 더욱 많이 돌아갔다. 달러 강세도 기여했다. 경제적 불만의 증가 덕택에 트럼프에겐 정치적 운이 따랐다. 트럼프는 포브스 억만장자 명단에서 324위에 올라 ‘스타워즈’를 만든 조지 루카스와 같은 순위를 차지했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돈이 많은 내각을 임명했다. 최근 블룸버그의 추정에 따르면 내각 임명자들의 자산의 합은 약 120억 달러다. 브렉시트도, 트럼프의 정책 제안(감세, 규제완화, 무역협정 재협상)도 경제적 불평등 증가에 대한 해결책으로 간주되지 못한다.
최근 허프포스트의 조너선 콘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차기 정권의 첫 주요 정책은 수백만 명으로부터 건강보험을 빼앗고, 가장 부유한 미국인들에게 감세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는 소득 불평등을 더욱 더 악화시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결국 불평등의 증가는 도덕적 분노와 리얼리티 TV 스타의 당선 이상의 일을 낳는다. 불평등이 빈곤층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심혈관계 질병의 위험을 높이며, 자살률을 높이고 수명을 줄인다는 연구들이 많았다. 백인의 사망률과 헤로인 중독 증가를 불평등과 연결 짓는 연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