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에 관심을 기울일까? (1)

- 무엇에 관심을 기울일까? (1)

조진모 목사 (필라델비아한인연합교회)

재현을 위한 노력?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다. 개혁의 초석을 놓은 마르틴 루터의 사상을 따르는 교회들에게 매우 의미심장한 해이지만 대부분의 개신교회도 수년 전부터 올해를 뜻있게 보내기 위해 진지하게 준비하여왔다. 마치 세계 교회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듯하다. 그렇다면 ‘종교개혁 500주년’을 지내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에 관심을 기울여야할까? 세계적으로 힘을 잃어가는 현대 교회가 16세기의 종교개혁의 불길을 받아 다시 힘차게 일어나자는 목소리가 이미 들리고 있다. 어두운 밤과 같은 상황에서 작게 시작된 종교개혁은 교회 역사의 큰 줄기를 바꾸는 강력한 개혁운동으로 발전되었다. 현재 500주년을 기념하며 계획하는 대부분의 다양한 행사들은 과거의 개혁운동이 이 시대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확신과 기대 속에 답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노력에 관심을 가지고 동참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종교개혁의 원리를 분명하게 이해하고 적용하면 반드시 이 시대의 교회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할 것이란 성급한 결론은 피해야 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각성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만 마치 올해 안에 무엇인가 대단한 일이 반드시 일어날 것처럼 흥분되어 달려들지 말자는 것이다. 교회의 현실에 적용할 수 해결책을 과거의 교훈으로부터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역사의 교훈은 항상 우리에게 주어져 있었다. 우리가 눈을 돌리지 않았을 뿐이다. 진작 이런 움직임이 있었으면 훨씬 바람직하였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쪼록 다양한 행사를 통해 얻어낸 결과를 교회가 겸허하게 수용하고 곧 적용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근본적 원리 2가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다. 1907년, 한국교회는 ‘평양대부흥운동’을 경험하였다. 영적 황무지인 조선 땅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고 20여년 후에 일어난 영적 각성운동이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2007년 한국교회의 상황을 예상 밖의 모습이었다. 세계교회가 놀랄 정도로 괄목할만한 외적 성장이 중단되었고, 교회는 영적인 영향력마저 잃어버린 채 사회로부터 지속적인 공격과 비난을 받고 있었다. 각 교회와 교단의 지도자들은 마치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을 기다렸다는 듯이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실행하였다. 가장 관심을 쏟았던 것은 지난 운동을 재현하는 일이었다. 역사적 사실들을 객관적으로 파악한 결과로 얻은 부흥운동의 본질적 원리를 교회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2007년으로부터 10년이 흘렀다. 그간 한국교회는 영적 침체의 늪으로 더욱 깊게 빠져 들었다. 부흥운동이 재현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역사를 재현하려는 의지가 약하였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 당시 부흥운동의 재현은 기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두 가지 인데, 종교개혁 500주년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하나는 누가 부흥운동 또는 종교개혁운동을 주도하느냐 하는 것이다. 즉 운동의 주체에 대한 이해이다. “부흥운동은 성도들의 신앙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는가, 아니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은혜의 산물이었는가?” 이 질문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원리를 잘 이해하고 바로 적용하면 개혁이 가능한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께서 허락하셔야 가능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바로 분명한 답을 지녀야 한다.

다른 하나는, 평양대부흥운동의 핵심이 회개였다는 사실을 파악하였건만 공허한 간헐적 외침으로 그쳤다는 것이다. 재현의 가능성은 진정한 마음으로 회개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없었다. 그러므로 죄를 슬퍼하고 돌이켜 하나님께 돌아가는 마음의 변화가 필요했었다. 그러나 마음이 근본적으로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는, 부흥운동을 기대하였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다. 이 시대의 교회가 개혁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거론할 여지가 없다. 올해 한 해 동안 개혁의 원리가 우리 앞에 제시될 것이다. 만일 자각과 결단에 머무른다면, 자칫 행사를 위한 행사로 마치게 될 것이다. 우리 교회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개혁의 과정에서 요구되는 핵심적인 실천적 내용에 대하여 진지하게 반응하려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중요 관심 사항

1. 역사에 대한 관심 고취

역사는 과거에 일어났던 의미 있는 사건을 가리킨다. 성경을 예를 들어보자. 역사서라고 불리는 몇 권의 책에 국한되지 않고, 성경은 거의 모두 과거의 사건과 인물에 대한 역사서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역사 속에 일어난 일을 통해 영적 교훈을 받기 원하신다. 하나님께서 과거에 어떤 일을 어떻게 하셨는지에 대한 기록을 통해 독자들은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가까이 만나게 된다. 교회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2천년 동안 하나님께서 주의 교회를 어떻게 인도하셨는지에 대한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성경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능력과 지혜로 열심히 일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나아가서 성경과 교회사는 동일하게 하나님의 주관하시는 일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하나님에 대한 신앙과 불신앙의 태도가 과연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이해함으로서,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16세기 종교개혁은 하나님께서 주관하신 일이다. 루터를 포함한 신실한 종교 개혁자들은 자신이 아닌 하나님께서 교회개혁의 주체이심을 잊지 않았다. 향후 개혁의 역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던 초창기 개혁자들의 자세는 더욱 그리하였다. 그들은 성경을 통해 하나님께서 역사의 주관자이심을 확신하였다. 성경 시대와 교회 시대를 구분하지 않으시고 세상의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개혁의 현장에 주인공으로 모신 것이다.

2. 상황을 바라보는 안목

16세기에 종교개혁이 필요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교회가 자신의 모습과 자리를 지키지 못하였다는 반증이다. 우리가 한 마음으로 이 시대 교회의 종교개혁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도 하나님께서 교회의 주체가 되시어 교회를 새롭게 하시기를 바라는 염원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16세기 종교 개혁자들은 교회개혁의 필요성에 대하여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로마가톨릭교회의 오류를 성경의 진리로부터 찾아내어 지적하였다. 그들은 성경을 자신들의 판단과 행동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그들이 짙은 어둠에 잠긴 중세교회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녔던 상황을 바라보는 안목은 결국 하나님의 관점에서 매사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물론 개혁자들의 신학적 성향에 따라 강조점에 차이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개혁을 주도하지만 하나님의 일에 쓰임을 받는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매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그들은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방법을 깨달을 수 있었다.

3. 진지한 반성

16세기 종교개혁도 마찬가지였다. 초기 개혁자들과 중기 또는 후기 개혁자들의 강조점이 사뭇 달랐다. 초기 개혁자들은 성경에 비추어 중세 가톨릭교회의 오류가 무엇인지를 지적하는 일에 집중하였다. 중기와 후기 개혁자들은 성경이 말하는 올바른 교회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였다. 비록 이들의 강조점이 달랐지만 대부분의 개혁자들은 더 이상 교회가 이런 모습으로 존속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결국 교회가 지닌 오류를 지적하는 일이나 진리의 체계를 세우는 일은 성경이 지시하고 가르치는 교회의 모습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였다. 그들은 창조 이후 구약시대를 걸쳐 오순절 사건과 함께 시작된 초대교회로부터 시작된 신약교회를 보존하시는 하나님의 대리자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들이 교회를 순수하게 지키기 위해 부패를 제거하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문제를 문제로만 보려하지 않았다. 그들은 교회를 바라보시며 아파하실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진지한 반성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4. 구원 역사에 대한 이해와 기대감

하나님께서 역사를 주관하신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그가 역사의 목적을 설정하시고 모든 과정을 책임지신다는 것이다. 16세기 종교개혁은 특정시대에 큰 영향력을 끼친 종교운동이다. 중세의 암흑기를 마감하는 시기에 성경에 입각한 교회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몸부림이 있었다. 그렇지만 엄격한 의미에서 16세기 종교개혁은 하나님의 구속역사의 한 부분에 속한 사건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성경은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구원역사를 기록한 하나님의 말씀이다. 인간의 눈에는 하나님께서 언약백성을 포기하시어 모든 소망이 끊어진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내버려두신 것과 같은 일이 반복되어 기록되어있다. 그러나 성경의 중심적인 가르침은 무엇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약에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모든 상황에 개입하시고 그들에게 살 길을 주신다.

성경이 가르치는 역사, 하나님이 이끄시는 구원역사는 직선적인 것이다. 한번 일어난 일이 결코 동일하게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동일하신 분이시다. 16세기의 상황과 21세기의 상황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교회가 지닌 표면적인 문제도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지금이나 500년 전이나 교회를 통하여 구원역사를 이루어 가시는 주체는 동일하신 하나님 한분이시다. 의미 있는 역사는 그 자체가 우리에게 교훈이 된다. 그 구원역사는 우리의 머리와 가슴, 그리고 손과 발을 동시에 힘차게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covenantcho@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