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한 교육내용론

적합한 교육내용론

이 희 갑 목사 (아주사퍼시픽 대학교 교수)

교육은 진리를 전달하는 것

최근 캘리포니아주 교육위원회가 성 소수자들(LGBT,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졌다. 이에 따르면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의 권익운동에 미친 인물들을 역사, 사회수업시간에 가르쳐야 한다. 예를 들면 이제는 우리 아이들이 동성애 운동의 대표적 인물인 하비 밀크를 사회적 위인으로 배우게 된다. 또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2-12학년) 교사들은 의무적으로 다양한 가족 구조를 가르쳐야 한다. 이런 내용들은 누가 어떤 기준에 의거하여 선정되는가?

사우스웨스트침례신학대학교 교수인 William Yount 박사는 그의 책 “Created to learn”에서 제자 모델(Disciplers’ model) 교육내용을 구성하는 기초는 성경과 개인 학습자의 요구(needs)라는 두 가지로 보았고, 이를 토대로 교육의 과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도록 이끌어주고, 자신의 정체성을 자유롭게 표출하도록 돕고, 또 사람들 상호간 돕는 공동체를 형성하도록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교육의 목적은 예수 안에서 자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자라남은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 그리고 공동체적 성장을 목표로 성숙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이고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성령님의 역사와 운동하심이라고 그는 설명하고 있다.

필자가 이를 소개한 이유는 교육의 근본적 문제인 교육내용을 어디서 어떻게 수렴해야 하는가? 그리고 누가 교육내용을 결정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해서이다. 교육은 진리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행위이다. 그 진리를 누가 어떻게 규정하는가? 진리는 상황과 조건에 변치 않는 사실을 말한다. 그런 진리를 교육내용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그 진리는 그 사람의 환경과 상황, 조건에 따라 다르다면 그건 진리가 아니다. 그러한 내용은 교과내용에 포함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왜 성경이 교육내용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 수단이 되어야 하는가? 왜냐하면 성경은 창조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진리의 말씀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변하고 문화는 달라지고, 문명은 시초와 종말이 있지만 창세부터 지금까지 성경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를 흔들리지 않는 진리의 터에서 우리를 잡아주는 기준이요, 다림줄이요, 알파와 오메가이기 때문이다.

말씀과 문화에 적합한 교육내용

하지만 여기에 고민이 있다. 진리는 변치 않는 영원불변의 내용을 말하는데, 그러나 문화는 왔다 가고, 시대도 처음과 끝이 있고 역사는 변화한다. 그러한 변치 않는 진리와 변하는 상황 속에서 기독교교육의 내용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교육내용을 어떻게 수렴하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 여기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했던 분이 나이지리아 선교사로 섬긴 후에 Fuller Seminary에서 문화간 의사소통을 가르쳐온 Charles Kraft 박사였다. 그가 2005년에 쓴 Appropriate Christianity(“적합한 기독교”라고 번역)라는 책에서 그는 복음은 주어진 사회적 상황과 말씀에 동시적으로 적합한 기독교적인 표현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독교 교육내용도 마찬가지다. 교육내용은 변치 않는 하나님 말씀에서 도출하되 이는 주어진 상황 하에 적합하게 재조명되어야 그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예수님의 교육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그는 학습자의 상황과 환경에 적합하게 교육내용을 연계시켰다. 공중에 나는 새, 들꽃, 새 술과 새 부대, 세금, 겨자씨, 양, 염소, 배, 그물, 어린 아이들, 데나리온 등은 모두 당시 학습자들이 익히 알고 있는 일상생활과 관련된 것들이었고 이들과 연계된 예수님의 가르침은 모든 학습자들이 쉽고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필자가 미국에 살게 된 이래로 안타깝게 생각한 것이 곧 미국에서 자라나는 한인 아이들에게 올바른 영적 정체성을 길러주는 학습교재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한인교회는 아이들의 교재를 한국에서 발행하는 교재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미국 아이들의 상황을 반영하는 교재(예를 들면 오렌지커리큘럼)를 사용한다. 그러나 미국에 사는 한인아이들은 그들 나름의 독특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필자가 생각하기에 세 가지 중요한 주제가 이 아이들에게 가르쳐져야 한다고 본다.

우선 아이들이 긍정적인 한인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하는 것(자기 자존감은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는데서 출발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그리고 미국 문화와 사회를 이해하여 이 사회 메인스트림으로 성장하여 미래의 지도자가 되도록 하는 것, 그리고 갈등의 포스트모던 시대의 특징을 잘 이해함으로 이를 하나님의 능력과 은혜로 이 세계를 말씀으로 아우르는 진정한 영적 지도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 바로 이 세 가지가 미국 한인교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교육내용이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나중에 커리큘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재차 언급할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교육내용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 필자가 보기에 이러한 교육은 곧 세 가지 단계를 거친다고 생각된다: (1)탈적합화(decontextualization) 단계 (2)적합화 (contextualization) 단계 (3)재적합화(recontextualization) 단계.

적합화 교육내용 단계

첫째 단계에서 교사는 학생들의 문화 환경과 배경에 적합한 교육과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아이들이 잘 알 수 없는 단어나 개념, 새로운 교과내용을 쉬운 말로 잘 설명해 줌으로 학생들이 가급적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많은 교육학자들이 이를 위한 효과적 방법에 대해 연구를 거듭해왔다. 예를 들면 러시아 교육심리학자인 Lev Vygotsky는 학생 각자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최적 발달의 범위(Zone of proximal development)라고 불렀는데 교사는 각 학생들의 이러한 이해의 범위를 파악하여 적합한 조치(그의 용어로는 Scaffolding)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와 동시대 사람이었던 스위스 아동심리학자였던 Jean Piaget는 아동 각자는 스스로 다른 이해의 틀(그의 용어로는 Schema)이 있으므로 아동의 상황과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것이 교사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하였다.

Teaching과 Learning의 차이를 아는가? 전자는 교사가 어떻게 지식/내용을 논리적으로 효과적으로 잘 가르치는가를 말함이고 후자는 학습자가 어떻게 그 내용을 잘 이해하는가를 말함이다. 오늘의 교육의 문제는 teaching=learning이라고 생각하는데 있다. 교사는 잘 가르쳤다고 생각했는데 학습자는 배운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혹은 엉뚱한 것을 기억하지는 않는가? 바로 학습자의 요구나 상황을 파악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잘못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두 번째 적합화 단계가 중요하다. 첫 번째 단계는 있는 단어/개념/내용을 사실 그대로 쉽게 설명해주는 단계이지만 이 단계에서는 가르친 내용을 학습자의 상황과 환경에 맞게 적합화 시키는 단계이다. 주님은 바로 이런 점에서 적합화 교육자의 모델을 보여주신다. 일선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칠 때, 차별화 교육(differentiated instruction)이라는 전략을 사용한다.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서는 특별한 학습자 니즈가 있는 아이들이 있다. 예를 들면 영어를 잘 모르는 아이들(English language learners),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이들, 혹은 영재교육 아이들을 위하여 이들을 위한 차별화 교육을 하여야 할 경우 통상 세 가지 측면에서 차별화 교육(내용/과정/평가)을 진행한다.

학습내용의 차별화란 교사가 가르치는 내용을 학습자의 다양한 학습 경험, 성향에 따라 학습내용을 다양화, 차별화함을 말한다. 학습자의 흥미, 학습 성향, 예를 들면 시각적 학습자에게는 비디오, 그래픽 자료를, 청각적 학습자에게는 오디오자료를, 그리고 활동지향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활동, 게임, 팀웍, 소그룹에 참여함으로 아이들이 각자의 필요점에 따라 효과적인 학습이 될 수 있게 한다.

과정의 차별화란 학습자들이 어떻게 학습자료 및 정보에 접근하는가, 혹은 학습내용을 마스터하기 하기 위해 어떤 활동에 참여하는가에 대한 차별화 전략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학습 센터를 운영하기도 하고, 개인적 어젠다를 선정, 이를 계속 발전시키기도 한다. 학습자의 조건과 환경에 따라 학습시간을 조절할 수도 있고 팀활동을 통해 서로의 학습을 독려할 수도 있다.

평가의 차별화는 학습자가 배운 내용을 궁극적으로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대한 말하자면 학습결과 혹은 점수매김의 차별화를 말한다. 평가는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하여 할 수 있겠지만 학습자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영어를 잘 못하는 아이들과 영재교육 아이들의 평가항목과 채점기준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또 평가는 단지 간단한 내용을 암기하는 평가보다는 아이들의 고차원적 사고방식을 촉진하고 배운 내용을 적용하는 평가가 더욱 값진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점에서 교육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교육목적이 잘 달성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결국 이는 평가를 어떻게 하는가의 문제와 관련된다. 교육은 배운 바를 실제 상황에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 문제가 해결됨으로 내가, 우리 조직이, 학교가, 사회가 나아지고 행복해지고 있는 것을 증거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필자가 이야기한 재적합화 단계의 중요성이 있다. 배운 내용은 반드시 학습자의 상황에 적용되어야 하고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교육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적합화 교육과정론에서 중요하게 언급해야 할 요소가 바로 교사이다. 교사는 문화 중재자 및 변혁자가 되어야 한다. 각 개인 혹은 한국이라는 문화와 성경에서 말하는 기독교적 가치를 연계시키고 이를 각자의 삶속에서 변혁을 인도하는 모델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교사의 임무이다. 주님이 바로 그런 분 아니셨던가? 유대인으로 태어나 결코 유대인의 상식과 범주에 안주하지 아니하시고 “둘로 하나를 만드사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시고… 자기 안에서 한 새 사람을 지어 화평하게 하신”(엡2:14) 분이 아니셨던가?

예수님: The Master Teacher 세 단계의 적합화 과정을 통하여 주님은 학습자들에게 효과적으로 가르치셨다. 누가복음 10장에서 주님이 이웃에 대한 개념을 한 율법사에게 어떻게 가르치셨는가 보라! 탈적합화 단계로 주님은 율법의 예를 들어 어떻게 하여야 영생을 얻는가, 이웃이란 무엇을 말하는가를 평범한 가르침을 통해 설명하셨다. 적합화 단계에서 주님은 유대인들에 의하여 내려온 개념이 잘못되었음을 그들이 이해하기 쉽게 유대인들과 사마리아 사람들 간 갈등의 관계를 이야기(선한 사마리아 비유)를 통해 설명하셨다. 다시 말하면 이웃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유대인의 전통과 문화, 역사적 배경을 통해 설명하신 것이다. 그리고 질문하신다.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를 만난 이웃이 되겠느냐? 깊은 통찰과 이해를 통하여 그 율법사는 이웃의 개념을 깨닫게 될 때 주님은 세 번째 단계로 넘어가신다. “너도 이와 같이 하라” 즉 재적합화 단계이다. 참으로 효과적인 교수방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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