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기독교교육을 위한 비평적 사회학 이야기 (7)

한인 기독교교육을 위한 비평적 사회학 이야기 (7)

정 신 애 박사 (시카고 트리니티크리스천칼리지 교수)

지난 이야기들에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깨어지고 불의하고 불건전한 부분들 중 먼저 “물질 만능주의(Mammonism)”에 대해 생각해 보았고, 또한 물질만능주의가 가져온 악영향의 하나로도 여겨지며, 그 자체로도 심각한 사회악으로 대두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Corruption)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오늘 이야기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깨어지고 불의하고 불건전한 부분들 중에서 “인종차별(Racism/Racial Discrimination)”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인종차별” 이라는 것은 어떤 한 인종이 자신들의 인종이 더 우월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실제로 다른 인종의 사람들을 열등한 존재로 여기면서 여러 삶의 영역과 측면에서 차별을 가하는 의식과 행위를 말합니다. 이러한 인종차별이 행해지는 양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분명하게 보이는 하나의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이는 바로 차별을 가하는 해당 인종은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강자”라는 것입니다. 이는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약자인 인종의 사람들이 강자인 사람들을 차별한다는 것은 일단 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차별이라는 것을 행사할 힘이 없으며, 설사 무엇인가 비슷한 의식과 행동을 한다고 해도 영향력과 효력이 전혀 없으니까요.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미국사회와 다른 여러 공동체들에서 발현되는 모든 인종차별은 결국 해당 사회에서 어느 한 인종이 독점하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권력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권력을 소유한 사람들이 다른 인종의 사람들보다 자신들이 우월한 존재라는 천박한 편견과 그 권력이 영원토록 자신들만의 것이어야 한다는 아집으로 다른 인종의 사람들을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차별하고 인격적으로 멸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이지요. 전통적으로 미국 사회에서 강자의 입장에서 차별을 행사해온 인종은 잘 아시다시피 유럽계에서 최초로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백인들과 그 후손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주된 차별대상은 역시 잘 알려진 대로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과 그 후손들입니다. 법적으로 이미 평등한 존재로 확정되고 그 존엄성이 명백히 인정된(너무나 당연한 일이 어째서 수많은 희생과 눈물로 쟁취했어야만 하는 일이 되었는지도 마음 아픈 일이거니와) 지금도 미국의 백인들은 여전히 흑인들을 노예로 부리며 인간 이하로 여기고 취급해왔던 과거의 잔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흑인들을 향해 인종차별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가시적인 평등이 보장되었고, 정말로 이해하기 힘든 “Segregation”법 등은 폐지되었지만, 아직도 백인들은 자신들이 흑인들보다 우월한 존재라 여기며 그들 눈에 하등한 존재인 흑인들과 섞이는 것을 용납하기 힘들어 합니다. 요즈음은 눈에 보이는 직설적 방식이 아닌(물론 남부지역에는 아직도 그렇지만), 보다 교묘해진 방식으로, 보다 은밀해진 방식으로 백인들은 흑인들을 차별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바운더리에 그들이 침범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그런데 백인들이 차별하는 인종이 사실 흑인들 뿐만은 아닙니다. 미국에 다양한 인종들이 이민, 유학, 취업 등으로 유입되면서, 우리 한인들을 비롯한 아시아계 사람들도, 멕시코 등 남아메리카 사람들도, 그리고 인도 및 중동계 사람들도 모두 백인들이 차별하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차별을 당하다 못해 가장 심하게 억압당하고 말살 당한 그래서 현재 “Reservation” 지역들에서 격리되어 살아가는 아메리칸 인디언 원주민들 역시 백인들이 차별하는 대상입니다(이 땅에서 차별을 가장 극심하게 경험해 온 인존이 이들이 아닐까 합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백인들은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인종들을 열등하게 바라보고 당연히 차별 받아 마땅한 존재들로 여겨왔으며, 실제로 자신들이 가진 갖가지 힘과 권력으로 그러한 차별을 행해 왔으며 또한 정당화 해왔던 것입니다. 이러한 차별의식은, 소위 백인우월주의는, 이미 백인들에게 매우 뿌리 깊게 박혀 있으며, 쉽사리 수정되어지기 힘들어 보여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요즘에는 모든 다른 인종들의 소위 “백인화”를 격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흑인 및 다른 인종의 무리들 중에서 자신들과 비슷해지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권력을 조금 나누어주고 마치 그들도 힘과 권력을 가진 상류층 백인들의 바운더리에 들었다는 묘한 특권의식을 심어주면서, 인종차별을 교묘하게 심화시키는 듯 보여집니다.

안타까운 것은 백인들에게 차별을 받으면서도 그 바운더리에 들어 주류가 되고자 열망하는 타 인종 사람들 또한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또한 백인들이 사회 문화 교육적 측면에서 그와 같은 가치와 메시지를 이 사회에 편만하게 전해왔기 때문이겠지요. 트럼프 당선은 어쩌면 이러한 은밀한 백인우월주의가 다시금 드러나는 백인우월주의의 표현은 아닌가 싶습니다. 또 하나 더욱 안타까운 일은 백인들에게 차별을 당해온 인종그룹들이 백인들의 방식을 고스란히 학습하여 그대로 서로서로 상호 차별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힘과 권력이 분산되어 있고 힘과 권력에 의한 의미 있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차별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인종차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인종갈등으로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인 흑인 갈등, 흑인 히스패닉 갈등, 한인 히스패닉 갈등 등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는데 사실, 이는 때로 경제적 계급차이에 의한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듯도 보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알게 모르게 자신들이 백인들 다음쯤은 된다고 생각하는지, 다른 인종들에 대해 묘한 우월 의식을 갖고 있으며 이를 행사하고자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이야기가 백인들의 잘못을 성토하려는 듯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는 명확한 사실의 기술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두고 싶습니다. 인종차별과 관련된 우리 이야기의 전체적 목적은 한인 기독교교육이 관여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의 깨어지고 아픈, 왜곡되고 불의한,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일, 즉 인종차별에 대한 객관적인 사회 비평적 묘사와 그에 대한 기독교교육의 관여의 가능성과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이며, 오늘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음 이야기에서 그 기독교 교육적 관여에 대해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이들의 시작이 종교적 차별과 박해를 견디기 힘들어서 종교의 자유를 찾아 아메리카 대륙으로 온 청교도 기독교인들이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면서도 마음이 많이 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다음 이야기에서 기독교 교육적 관여에 대해 다룰 때 보다 자세히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sinaichung@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