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시는 하나님은 없다!

침묵하시는 하나님은 없다!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이 드디어 영상을 통해 재현된다. ‘택시 드라이버’,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등 허리우드 영화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거의 25년 동안 매달려 만든 영화 ‘침묵’이 성탄 연휴를 맞아 미 전역에서 개봉된다. US투데이는 “영화 '침묵'은 17세기 일본에서 선교활동을 벌인 두 명의 예수회 수사에 관한 영화로 이들이 당면한 심각한 위험과 박해 실태를 집중 조명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Martin Scorsese's 'Silence' trailer is here). 또 LA타임스는 “카톨릭 신자인 스콜세지 감독이 25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역작으로 오스카에 도전한다”고 보도(25 years in the making, Martin Scorsese's 'Silence' will get its Oscar moment)하면서 흥행 면에서도 대박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영화는 기독교가 금지됐던 17세기 일본에서 두 수사가 실종된 스승을 찾는 과정에서 당면하게 되는 신앙에 대한 시험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일본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페레이라 신부(리암 니슨)가 배교(신앙을 버림)했다는 소식이 교황청에 알려진다. 그의 제자인 로드리고와 가르페 등이 그의 실패를 만회하고 선교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일본으로 파견된다. 그들은 가톨릭을 박해하는 어떤 행위도 깊은 신앙으로 견뎌내고 순교자가 되는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그것은 스승인 페페이라 신부도 마찬가지였을 터. 그러나 스승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배교를 선택했다고 한다. 소박한 일본 하층민들 사이에서는 자생적으로 신앙이 이어지고 있었다. 실패한 줄 알았던 페레이라는 사실 일본인들에게 하나님을 제대로 알리고 있었다. 로드리고와 가르페는 이들의 종교를 이끌면서 선교활동의 희망을 본다.

그러나 이 신도들은 일본 영주의 박해를 피해 살아남은 신도들이었을 뿐이다. 전에도 배교했다가 다시 신도가 된 기치지로(구보즈카 요스케)라는 청년 때문에 영주는 새로운 서양 신부들이 들어온 사실을 알게 되고, 이들을 잡아들여 배교를 강요한다. 가톨릭 박해는 잔인하고, 야비했다. 그는 로드리고(앤드류 가필드)에게 성화를 밟고 배교할 것을 강요한다. 그리고 그가 거부할 때마다 그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나약한 신도들을 고문하고, 죽였다. 몸을 묶은 채 바다에 빠트려 익사시키고, 목을 베고, 구덩이에 거꾸로 매다는 등 치가 떨리도록 잔인하다. 자기의 선택이 늦어져 신도의 가여운 희생이 늘어나는 것을 보며 로드리고는 갈등한다. 자신이 신을 저버리기만 하면 저들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감히 신을 저버릴 순 없다. 자살 또한 교리에 어긋난다. 어느 것도 선택할 수 없는 로드리고는 열심히 기도를 드린다. 그러나 기도의 응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두 수사는 화형과 익사의 위협에서 자신들을 포함해 개종한 일본인 크리스천을 구하기 위해, 크리스천임을 부정하고 예수상을 파괴하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한다.

다시 말해서, 로드리고는 배교를 거부하지만 자신 때문에 고문 받는 신자들을 보며 정신적으로 극한에 몰린다. 결국 로드리고는 배교를 상징하는 후미에(성화를 발로 밟는 것)를 한다. 그때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이 땅에 왔다. 네 발의 아픔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는다. 5년 후 배교 신부가 된 로드리고 앞에 기치지로가 찾아와 고백성사를 부탁한다. 로드리고는 고백성사를 할 수 없는 신분이지만 기치지로에게 고백성사를 베풀고 평안히 돌려보낸다. 이후 이렇게 말한다. “그분은 결코 침묵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설령 그분이 침묵하고 계셨다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나의 삶이 그분에 대해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엔도 슈사쿠가 이 책을 저술하게 된 동기는 다음과 같다.

그는 37세에 폐결핵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긴다. 약 3년의 병상생활을 통해 그는 ‘하나님은 왜 인간의 고통에 침묵하시는가?’라는 의문을 품고서 깊이 고민을 한 후 소설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그것이 1966년, 그가 41세 되던 해에 출간한 소설 ‘침묵’이다. ‘침묵'에서 엔도가 형상화시켰던 기독교 신앙은 어머니가 자기 자식을 감싸 안아주시는 것처럼 약한 인간을 무한히 끌어 안아주시는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었다. 기독교가 박해 받던 시기에 무자비한 방법으로 신앙을 버리도록 강요를 받았던 사람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신앙을 버렸노라고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조차 버리지 않고 끌어안으시는 하나님, 어머니처럼 자애로운 하나님을 엔도는 '침묵'을 통해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결론으로, 1966년 소설 ‘침묵’ 출간된 후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 영상을 통해 다시 한번 인간의 고난에 대해 침묵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 특유의 영상과 리암 니슨과 같은 명배우들의 열연으로, 신앙인들의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그려질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될 또 하나의 사실은 이 소설이 하나님의 입장이 아닌, 신앙의 정절을 잃은 이들의 입장만을 깊이 공감했다는 사실이다. 영상을 통해 어떻게 그려질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그래도 영화 ‘미션’이나 멜 깁슨 감독의 ‘그리스도의 수난’만큼, 큰 키대와 화제를 몰고 올 것이라고, 미 언론은 집중 조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