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대우개선과 연대감, 소통강화로 개혁

교사 대우개선과 연대감, 소통강화로 개혁

[인도의 15세 미만 인구는 3억 명에 이른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보다 어린이가 많다. 인도의 IT기술 붐과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거대 경제국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미래의 노동력인 그 아이들 덕분에 인도는 급속히 발전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인도의 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그와는 다른 미래가 점쳐진다. 현재 인도의 초등학교 5학년생 중 약 절반은 2학년 책도 읽지 못한다. 그래서 인도의 교육 시스템은 “탈선된 열차”와 같다고 사람들은 부른다. 그만큼 오롯이 바로잡기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라자스탄 주 교육장관 나레시 강그와르(Naresh Gangwar)는 붕괴된 교욱 시스템을 바로 잡았다. 바로 열린 정책 즉 공립학교 교사들의 대우 개선과 SNS를 통한 소통을 통한 연대감 증진으로,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교육 체제 전반을 정상궤도로 다시 올려놨다(MEET THE MAN FIXING INDIA’S BROKEN EDUCATION SYSTEM).]

인도 북부 라자스탄 주의 초등학생은 약 800만 명이다. 그래서 그 주의 교육장관 나레시 강그와르가 전면적인 개혁에 나섰다. 커뮤니케이션과 기술을 전공한 그는 2013년 취임 이래 공립 초등학교 학생 등록을 150만 명이나 늘렸다. 라자스탄은 인도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주다. 서쪽에는 파키스탄과 국경을 접하며, 남서쪽에 구자라트 주, 남동쪽에 마디아프라데시 주, 동쪽에 우타르프라데시 주, 북동쪽에 하리아나 주, 그리고 북쪽에는 펀자브 주와 맞닿아 있으며 주도는 자이푸르다. 아라발리 산맥이 북동-남서 방향으로 뻗어 있으며, 서부에는 타르 사막이, 동부에는 두 개의 국립 호랑이 보호구역과 케올라데오 국립공원이 있다.

이곳은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직물부터 유명한 요리까지 자랑거리가 많다. 그러나 인도에서 7번째로 부유한 라자스탄 주의 교육 수준은 형편없었다. 2011년 문자해독률은 인도에서 가장 낮았다.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 8년 동안 교사 임금이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이런 수년 간의 방치로 공립 교육에 좌절한 많은 학부모가 사립 교육으로 눈을 돌렸다. 현재 라자스탄 주의 학생 중 거의 절반이 사립학교에 다닌다. 그중 다수는 학비가 싸지만 교육 수준도 형편없다.

이런 열악한 교육 상황을 뜯어고치기 위해 강그와르 장관은 가장 먼저 교사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교사 수십 명을 사무실로 직접 초청해 오랫동안 무시됐던 그들의 요구 사항을 경청했다. 그동안 교사들은 임금 동결과 함께 승진 기회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 교사들은 괜찮은 급여를 받으며 재배치에 응하면 보상도 받는다.

강그와르 장관은 교사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더 힘든 과제에 도전했다. 교사들을 재배치하고 도시 편중 현상을 해결하는 문제였다. 지난 10년 동안 라자스탄 주 시골에는 작은 공립학교가 많이 생겼다. 그러나 10만여 개의 학교는 거의 교사 1명으로 유지됐다. 시골 학교 대다수는 학생도 적고 교사를 채용할 여력도 없었다. 그래서 강그와르 장관은 학생 100명 미만의 학교를 통합해 교장과 교사를 재배치했다. 인도의 교사들은 재발령을 원할 때는 의원들에게 뇌물을 주는 게 관례였다(흔히 ‘상담’이라고 부른다). 강그와르 장관은 그런 관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기술에 정통한 그는 온라인 포털을 만들어 교사들이 원하는 학교에 지원하고 그들의 실적과 여건에 따라 적정한 학교에 배치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인도의 배움재단 설립자이자 강그와르 장관의 양성평등 고문인 우르바시 사니는 “교사들이 나를 찾아와 교사의 품위와 자존감을 되찾았다며 기뻐했다”고 전했다.

강그와르 장관이 목표 달성을 위해 교사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돋보였다. 그는 장황한 정책 공문의 회람보다 SNS를 통해 교육부 관리, 교장, 교사와 자유롭게 끊임없이 의견을 나눈다. “그런 수단을 활용하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실제로 중요한 메시지를 기탄없이 주고받을 수 있다.” 라자스탄 주의 주도 자이푸르 외곽에 있는 초등학교를 나와 비포장도로를 한참 내려가면 또 다른 초등학교가 나온다. “학교가 너무 많아 우리가 하나를 놓친 것 같다”고 강그와르 장관은 말했다. 그는 거의 모든 학교를 통합했지만 그 학교 하나하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 학교의 통폐합 적합성을 조사해보라고 직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지시했다. 교사 훈련과 교과서 배포를 위해 라자스탄 주의 곳곳에 나가 있는 직원들이 그에게 SNS 메시지로 조사 결과를 보고할 것이다.

사니 고문은 “2년 전만해도 출근도 잘 안하던 교장들이 지금은 모두 적극 나서 열심히 일하고 SNS를 통해 세세한 진척 상황까지 보고한다”고 말했다. 무엇이 달라졌기에 그럴까? 사니 고문은 그들 스스로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처럼 교육자들의 자긍심을 세워주고 의욕을 북돋운 것이 라자스탄 주의 교육 환경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강그와르 장관만 그렇게 일하는 건 아니다. 세계 곳곳의 다른 교육 혁신가들도 그런 방식을 잘 활용하고 있을지 모른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최신 보고서 ‘수백만 명이 배운다: 개도국의 고품질 교육 운동(Millions Learning: Scaling Up Quality Education in Developing Countries)’에는 라자스탄 주 교육 관계자들의 학습 장려 운동이 개도국 전체로 널리 확산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라자스탄 주의 교육 개혁 성공은 교사들을 지원하고 연대감을 강화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소통을 강화하는 등의 주요 원칙이 어떤 효과를 냈는지 잘 보여준다. 그곳의 교육 관계자들은 강그와르 장관이 최대한 오래 그 직책을 유지하기 바란다. 다른 부문도 마찬가지지만 교육에도 일관된 정책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라자스탄 주에선 공립학교 10학년의 학력고사 합격률이 14% 높아졌다. 영국 전체만큼 공립학교 학생이 많은 라자스탄 주로선 대단한 성취다. 강그와르 장관의 노력은 공립학교 개혁이 학생의 학력 개선과 평등성 제고에 핵심적인 동력이 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40년 전부터 효과적인 교육과정 확립을 위해 노력해온 비정부기구 보드의 책임자 요겐드라는 “우린 지난 25년 동안 지방정부와 손잡고 교육 개선에 힘썼다”고 말했다. 강그와르 장관은 보드를 포함해 인도의 왕성한 비영리단체와 협력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요겐드라는 “지난 2년 동안의 개혁 실적이 그 이전의 모든 해를 합친 성과보다 더 컸다”고 말했다. 라자스탄 주의 지도자인 람 찬드라 초우드리는 학교 통합으로 임명된 새 교장을 칭찬하며 “보석 전문가만이 보석을 알아본다”고 말했다. “마침내 우리 학교에도 보석 전문가가 생겼다. 우리 구역엔 보석이 많다. 학교가 계속 좋아지면 앞으로 우린 수많은 보석을 캘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