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거, 미국가정 새 대안으로 부상

공동주거, 미국가정 새 대안으로 부상

[미국에서 전통적인 가정은 “핵가족”이었다. 그러나 이 전통적인 가정이 해체되고 다른 형태의 가정들이 증가하고 있다. 핵가족(nuclear family)이란 말이 처음 등장한 때는 1949년이다. 결혼한 남자와 여자, 그리고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후 핵가족은 미국의 전통적 가정을 의미하게 됐다. 아버지는 직장에 나가고 어머니는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가사를 돌본다는 게 핵가족의 일반적 개념이다. 핵가족은 미국사회에서 일종의 도덕적 불문율이었다. 부부와 어린이로 구성된 가정이 정상적 가정이고 여자 홀로 어린이를 키운다거나, 다른 형태의 가정은 비정상으로 간주됐던 것이다. 한마디로 핵가족 형태가 아닌 가정은 그 도덕적 기반까지 의심받던 게 미국사회의 분위기였다. 그러나 미국의 전통적 가정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2014년 ‘타임’지는 한마디로, 미국에서 핵가족은 더 이상 존재하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을 정도(There Is No Longer Any Such Thing as a Typical Family)로, 핵가족의 붕괴는 쟁점이 됐다. ‘크리스처니티투데이’는 핵가족이 사라지고 다양한 형태의 가정들 즉 싱글부모와 자녀, 캥거루족(부모 집에 얹혀사는 성인자녀), 동거 등등 중에서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공동주거’ 즉 코하우징(Cohousing)에 주목한다(Cohousing: The New American Family, How alternative forms of living are changing communities, challenging the church, and keeping millennials in the fold). 미국 사회에서 점점 늘고 있는 코하우징 운동의 원인과 이에 따른 교회의 도전과 준비, 구체적으로 말하면 밀레니엄 세대에게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코하우징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보도한다. ]

2000년부터 전통적 미국 가정 소멸 상황을 맞아 미 언론들은 본질적인 문제 지적을 회피했다. 핵가족 대신 자리 잡은 여러 형태의 가정들만을 소개했지, 왜 핵가족이 해체되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했다. 문제의 본질은 정체성(identity) 상실에 있었다. 정체성 상실은 다름 아닌 물질적 풍요의 부산물이다. 삶의 목적을 찾지 못하는 ‘풍요시대의 핵 인간’(nuclear man)이 보이고 있는 정신적 황폐가 미국 사회에 만연했고 그 결과 미국의 전통적 가치관이 소리 없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을 한 사람은 역사심리학자 로버트 립튼이다. 그에 따르면 풍요의 시대에 사는 현대인, 다른 말로 하면 ‘핵 인간’은 역사적 단절, 단편화된 이데올로기 등이 특징으로 핵 인간은 자신을 역사나 전통과는 상관이 없는 존재로 여겨 ‘지금 여기’(the here and now)만 중요시하는 세기말적 의식구조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인간에 있어 삶은 치열한 결단이 아닌 실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풍요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상실할 때 이는 정신적 공황을 불러와 그 결과 기존의 가치체계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운 형태의 창조적인 주거형태, 같이 살면서 핵가족이 공급해주지 못했던 의미와 필요를 구체적으로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 “코하우징”은 이제 미국 사회에서 주류가 됐다. 엘리스 알렉산더 전미코하우징협회 사무국장은 코하우징은 “공동 주거공간을 같이 나눠 사는 주거로 나눔과 공동체의식 그리고 지속성에 중점을 두는 형태”라고 정의한다. 연령에 따라, 코하우징을 선택하는 이유도 다르다. 부머들은 되도록이면 주거공간을 줄이고 홀로 산다는 고독감을 없애고, 어울려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코하우징 커뮤니티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밀레니엄들은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어린 자녀들을 돌보기 때문에 아이들을 맡아주고, 음식을 준비해주고 그리고 집 청소까지 해결될 수 있는 주거공간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알렉산더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130개 가정 이상이 같이 사는 160개 이상의 코하우징 커뮤니티들이 있다. 이 숫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또 다른 코하우징 단체(The Fellowship for Intentional Community)만해도, 미 전역에 1,556개 커뮤니티들이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단체들에 소속돼 있지 않는 가정들 즉 대저택을 공동구매하거나 다가구 세대를 임대해 같은 가구원들끼리 진지하고 깊은 연대감을 누리려는 사람들이 누락돼 있다. 기업들 역시 사람들의 요구, 즉 커뮤니티 지향적인 주거형태가 대세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주택전문회사들(WeLive, Common)은 신문광고(The New Yoker)에 “가구들이 구비돼 있고 무제한 커피와 화장지가 리필되며, 공동체에 소속돼 있다는 안정성을 줄 수 있는” 자신들의 다세대 주택에 이사 올 것을 권고하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코하우징에 몰리는가? 물론 경제적인 이유가 있다. 공동 주거공간을 서로 나누면서 비교적 낮은 주거비용을 부담하기에 장점이 있다. 소득은 일정하고 물가는 상승하기에, 많은 사람들 특히 밀레니엄들은 이제는 더 이상 해변가가 있는 도시들에서 집을 구입한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코하우징은 현재 각광받고 있는 공유 형태 사업들, 즉 우버, 사무실 임대(Co-office) 그리고 여행지 현지 주택 임대(Airbnb)와 같은 반열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유를 넘어선 더 큰 원인이 있다. 사람들은 왜 낯선 사람들과 같이 살면서 잦은 만남들을 갖고 부대끼면서 살려고 하는가? 바로 너무 외롭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관계의 단절로 인해 만성적 우울증이나 외로움을 느끼는 미국인들이 엄청나게 증가했다고, 관련 연구 결과는 이를 증명한다. SNS를 통한 사회적 미디어는 확대됐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불과 2명의 친구하고만 중요한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교회 역시 몇몇 교회들만이 이처럼 변한 세대 간의 요구나 필요들에 잘 적응하고 있으며, 아직까지도 많은 교회들은 전혀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별다른 도움을 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 중 ¼ 정도가 혼자 외롭게 살고 있고, 자녀 없이 살아가는 성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교회 사역들은 정상적으로 자녀를 둔 기혼 가정만을 모델 사역으로 상정해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결국 사회는 점점 더 비인간적인 경향으로 진행되는 현실에서, 다소의 교회들은 페이스북과 같은 SNS 계정을 만들어 사람들의 요구에 응하고는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동체 형성과 소속감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퓨리서치는 “주로 크리스천들이었던 나이 든 성인들 대신, 공동체 소속감이 약화된 젊은 성인들의 새로운 연대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한다. 한마디로, 밀레니엄들과 같이 기존 조직화된 종교에서 떨어져 나간 젊은이들은 코하우징과 같은 대안 형태로 진정한 공동체 형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결국 교회공동체에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주고 있다. 결국 우리는 예수의 제자들로서, 우리 자신에게 질문해야한다: 우리는 젊은이들이 동경하는 친절과 환대, 진실함, 그리고 상호의존적인 공동체를 만들고 있는가?

“환대”는 바로 교회가 최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전도의 가장 강력한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 좀더 구체적으로 난민들이나 불법 이민자들 그리고 노숙자나 감옥에 있는 재소자들에게 환대는 진정한 기독교적 사랑과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실천이자 기독교가 무엇인지를 알릴 수 있는 도구”라고 노스캐롤라이나 두함에 있는 국제적 크리스천 공동체인 룻바(Rutba) 코하우징 멤버인 윌슨은 말한다.

그만큼 환대는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이지, 결코 프로그램화하거나 전략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환대는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통해 설교하는 것보다 오히려 따뜻한 한 잔의 커피나 스파게티 한 접시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래서 오늘날 교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성경적인 첨단기술은 바로 대형 스크린이나 확성기가 아닌 바로 따뜻한 음식과 물이 담긴 접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밀레니엄들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 즉 환경 훼손,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인종간 극심해지는 갈등 등을 보고 자라난 세대다. 동시에 최고는 아니지만 살아가기 위해 미 전역을 돌면서 직장을 구하면서, 자신들의 뿌리 없음과 정체성 위기를 극복해보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교회는 그들의 진정한 이웃이 돼줘야 한다.

핵가족이 제공하지 못했던 나눔과 상호의존적인 연대감을 통해 코하우징은 밀레니엄들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한마디로, 서로 간에 좋은 이웃으로 서로의 짐을 덜어주면서 하나가 돼 사회적 문제점들을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밀레니엄들에게 다가서려는 교회들은 코하우징 운동에서 그 접촉점을 찾을 수 있다. 풀러신학교 연구, “성장하는 교회들 중에서 젊은 세대의 비율이 높은 교회”는 그 공통점을 짚어냈다: “교회들은 바로 교회가 자리 잡은 도시에서 되도록이면 이웃이 되려고 노력했다. 좋은 이웃이 되려는 창조적인 사역들과 헌신은 젊은 세대들이 교회로 오게 하는 구심점이 됐다.” 결론으로, 밀레니엄 세대들은 이전 세대들과는 달리 덜 종교적일 수 있다. 그러나 교회공동체가 진정한 이웃이자 생명을 서로 나누는 공동체로서 거듭난다면, 밀레니엄들은 분명히 그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 환대와 연민이라는 어쩌면 비효율적인 자세로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하나님 나라의 백성됨을 알리는 것이 코하우징 물결을 가장 잘 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