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그리스도의 보혈

여승훈 목사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 미국 프로야구 아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팀의 투수로 전설적인 기록을 남긴 랜디 존슨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그는 왼손잡이였는데 빠른공이 그의 주무기로 수많은 타자들을 삼진으로 잡았었다. 특히 베이스에 주자가 나가 있는 위기의 상황에서 다음 타자들을 삼진으로 아웃시키므로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는 장면은 가히 경이적이라 할 수 있었다.

모든 인생들은 크고 작은 위기의 상황과 부딪히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위기의 상황에서 허둥지둥 방황하다가 침몰하는 사람들이 적잖게 있다는 것을 보면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다윗왕이 이스라엘을 통치하던 때에 이방나라의 침략으로 인하여 국가적 위기에 놓여 있었던 적이 있다.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 다윗왕과 이스라엘 백성들이 함께 기도하는 장면이 시편 20편 말씀에 나타나 있다. 위기는 하나님의 백성들의 믿음을 측정하는데 아주 좋은 시금석이 된다. 믿음이 충만한 사람은 위기 앞에서 먼저 하나님 앞에 엎드려서 기도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위기 앞에서 기도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보면 사람들이 위기를 만나면 상황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고 사람을 찾아가는 등 기도 외에 방법으로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강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데는 타이밍이 있다. 물속에서 발버둥을 치고 있을 때는 구조대원들은 가만히 기다린다. 그리고 어느 정도 힘이 빠져가는 것이 확인이 되면 바로 그 타이밍에 구조를 한다. 동일한 원리가 위기 앞에 서 있는 하나님의 백성들에게도 적용이 된다. 위기 앞에서 이런 저런 방법들을 우선적으로 찾아가는 것은 일을 더욱 꼬이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의 방식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동안에는 하나님께서 가만히 기다리신다. 그리고 어느 정도 힘이 빠져서 이제는 하나님 밖에는 없다는 자세로 기도하며 나아갈 때 하나님께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따라서 위기 앞에서 제일 우선 되는 일은 나는 이 위기를 나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일종의 항복(surrender)을 선언하는 것이다. 기도의 출발은 내가 강한 의지로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이어서는 결코 안된다. 기도의 출발은 나의 의지와 힘으로는 할 수 없어서 하나님 앞에 항복한다는 고백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 항복 하므로 기도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과제가 있다. 국가적 위기 가운데서 다윗은 백성들과 함께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다. 제사의 핵심은 제사 자체보다는 제사를 드리는 자가 제사를 받으시는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가지는데 있다.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가 되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정성을 다하여 제사를 드린다 하여도 하나님은 받지 않으신다.

특히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제사를 통하여 다윗왕이 국가적 위기 앞에서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가지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위기 앞에서 지도자들이 초점 하여야할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지도자가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르지 못하면 그 대가는 고스란히 백성들에게로 돌아간다.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가지지 못한 지도자 한 사람 때문에 백성들이 고통을 당한다. 국가의 지도자이든 커뮤니티의 지도자이든 영적인 지도자이든 모든 지도자들의 리더십의 첫 번째 항목은 지도자 스스로가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가지는 것이다. 이것이 정립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이론과 경험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려고 하여도 결국에는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을 보면서 한국의 모든 교회들과 해외의 모든 한인 디아스포라 교인들이 해야 할 첫 번째 기도제목은 나라의 지도자가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가지도록 하는 일이다. 150만개 이상의 촛불이 청와대를 향하여 흔들어졌다. 그런데 진정으로 필요한 촛불 하나가 있다. 그것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촛불을 들고 나라의 지도자에게 나아가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원색적으로 전해줄 수 있는 촛불이다. 기독교 지도자분들께서 청와대를 다녀온 기사들을 뉴스를 통해서 보았다. 나라의 지도자와 나눈 주요 대화 내용도 읽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기독교 주변 이야기만 나누시다가 나온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기독교 주변 이야기가 아니라 기독교의 핵심인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진리 자체를 담대하게 나누어주는 일이다. 하나님께서 복음 전할 기회를 특별하게 주셨는데 그 기회를 날려 버리는 것 같아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 정치인은 정치 이야기를 하고 경제인은 경제 이야기를 하지만 기독교의 지도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어야 한다.

리더십이 왜 무너졌는가를 생각해 보라. 물론 정치력이 미약해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관점에서 보면 보다 근원적인 원인이 있음을 보게 된다. 그것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불통하기 때문이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불통하게 만드는 것은 인간의 죄 때문이다. 즉 죄 문제를 다루어주면 하나님과의 불통의 관계가 소통의 관계로 바뀌게 된다. 그러면 비정상적인 사고가 정상적인 사고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면 회복이 시작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인간의 죄를 다루기 위해서 유일하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공로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이 위기 가운데서 외칠 말과 전할 말과 나눌 말은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공로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복음을 진실로진실로 맛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공로를 반복하여 외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공로를 믿으라는 말보다 더 뛰어난 조언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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