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의 교육방법론 (1): Do you understand?

샬롬의 교육방법론 (1): Do you understand?

이 희 갑 목사 (아주사퍼시픽 대학교 교수)

하브루타 교육을 아십니까? 매년 발표되는 노벨상 수상자명단에서는 끊임없이 유대인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유대인들은 세계인구의 0.25%에 불과하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30%에 이르고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략 입학생들 중에 유대인들은 매년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하버드대학 재학생들의 30%는 유대인들이다. 세계 각계각층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유대인들, 과연 비결이 무엇일까? 필자가 보기에는 바로 교육의 힘이다. 어려서부터 질문하고 대화하며 논쟁하는 유대인들의 교육방식, 이를 하브루타(hevruta)라고 부른다. 탈무드 논쟁에서 유래된 하브루타는 서로 짝을 지어 학생들이 토론하고 논쟁하는 교육이다. 그래서 유대인 학교 도서실은 절간처럼 조용한 곳이 아니라 서로 논쟁하고 토론하는 마치 상가처럼 시끄러운 장소이기도 하다.

하브루타는 질문이 핵심이다. 아이들에게 지시나 요구, 설명을 통하여 가르치기보다는 질문을 통하여 스스로 해결안을 찾아내게 한다. 우리의 교육은 선생님의 일방적인 말씀과 지시를 통해 조용히 암기하고 기억하는 수동적인 교육이 대세인데 비하여 유대인의 교육은 아이의 호기심을 계속 살려서 스스로 궁금한 것을 탐색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부모나 선생님은 모범답안을 주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 학습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질문을 통해 아이들을 자극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래서 유대인 부모들은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에게 하는 질문이 “오늘은 선생님에게 어떤 질문을 했니?”라고 물어본단다.

사실 하브루타는 어머니가 아이를 임신할 때부터 시작된다. 태아에게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와 대화한다. 이러한 과정은 아이가 자라면서 아버지에 의해 계속된다. 가정에서 식사를 하면서 또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질문을 하고 아이들은 계속 대답하며 깨닫게 한다. 가정, 학교, 회당에서 이런 형태의 교육이 계속 지속된다. 학부모님들에게 제안한다. 절대 아이들의 숙제를 대신 해주시지 마시라. 우리의 부모님들은 아이를 너무 사랑하셔서 아이들의 모든 것을 기꺼이 대신할 마음의 각오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다. 아이들 대신 책을 읽고, 대신 프로젝트를 하고, 사회봉사 활동도 대신 해주고, 선생님들과 미팅에서 아이들의 대변자가 되어준다. 아이들 성적 결과가 낮게 나오면 정작 당사자들보다도 부모님들이 더 전전 긍긍하게 된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부모님을 호출하게 되면 그때부터 아이들을 초죽음을 만들어 놓게 되는 것이 우리의 부모이다. 그렇게 하지 마시기를 당부 드린다. 부모님이 대신 해주는 것은 단기적으로 아이들을 돕게 될 줄 모르나, 결코 아이들을 장기적으로 성공으로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셨으면 한다. 오히려 단기적으로 아이들이 실패의 경험을 통하여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이것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큰 이익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시기를 바란다. “아이들은 어떻게 성공하는가”(How children succeed)라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의 저자 Paul Tough는 아이들의 성공에 대한 많은 연구를 한 결과 아이들의 성공은 학업성적, 지적 능력이 아니라 태도, 가치관, 삶에 대한 자세 등의 비인지적(non-cognitive)요소에 기인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 그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실패를 통한 학습의 경험이 아이들의 미래에 유익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발견하고 부모님들에게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좀 더 도전하도록 가르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필자 역시 그의 논조에 충분히 공감한다. 그래서 부모님들에게 아이들을 볼 때 애달픈 순간이 와도 꾹 참고 아이들의 질문에 정답을 가르쳐주지 말기를 부탁드린다. 부모님이 매번 정답을 가르쳐주면 아이들은 타율적으로 변화할 뿐 아니라 진정한 자기발전의 기회를 상실해 버리고 만다. 오늘날 가장 우대받는 교사의 상이 무엇인가? 바로 교육내용을 잘게 쪼개서 아이들이 잘 씹을 수 있도록 그들의 입 속에 넣어주는 교사들이 우수한 교사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천만에! 이런 교사들 때문에 아이들이 자립심을 가지지 못하고 조금만 어려움이 오면 삶이 어려우니 어쩌니, 인생이 힘들어서 못살겠다는 둥 포기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이들을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우지 말라. 실패를 경험할지라도 과감하게 도전하고 인동초처럼 온갖 풍상에도 살아남는 진정한 승자로 키워내야만 한다.

학생들이 이해하는 교육

필자가 하브루타교육에 대해 장황하게 언급한 이유는 바로 예수님의 교육방식이 바로 이런 종류의 과정을 택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교육방법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질문과 대화, 탐구의 과정을 사용하다는 것이다. 절대로 정답을 학습자들의 입에 넣어주는 방법을 택하지 않으셨다. 그 대신 주님은 질문, 이야기, 우화, 비유 등을 통하여 가르치고자 하는 본질적인 내용을 학습자가 스스로 찾게 하셨다. 그래서 주님의 가르침은 일정한 수준의 불확실성과 애매모호함이 내재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의 말씀은 아무나 이해할 수 없었지만(이 말씀은 어렵도다 누가 들을 수 있느냐, 요6:60) 그 속에 함축되어 있는 진리를 발견한 소수의 사람들은 천국의 보화를 발견하고 당시 유대 지도자들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래서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귀 있는 자는 들으라!” 그래서 예수님의 가르침에 많은 무리들이 놀랐고(마7:28), 도전을 받았던 것이 아닌가?

둘째, 주님의 가르침은 과정중심이었다. 학습의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중요성을 두셨고 늘 중간중간에 학습자가 그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이렇게 물으셨다. “내가 말한 바를 이해했느냐?” 주님의 교육은 바로 질문을 통한 학습자의 이해를 촉구하시는 과정인 것이다. 성경을 보면 주님이 가르친 후에 “이해했느냐?”라고 물으신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다(마15:51, 마15:16, 마16:8, 막4:13, 막7:18, 막8:17, 요3:10, 요8:43, 요10:6 등). 그러고 보면 주님의 교육 목적은 학습자가 이해하도록 하는데 있었다.

“이해”(그리스 단어로 γινώσκω)라는 말이 성경에는 어떤 뜻으로 쓰였을까? 이해라는 말은 단순하게 수학공식이나 기본정보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성/특징을 파악하여 통전적인 시각을 가지고 이를 자기 상황에 적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해는 두 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째, 사물의 특징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자신의 상황에 맞게 통찰하고 둘째, 이를 실행에 옮겨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것까지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포함한다. 그래서 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이 이해하는 것이지 교사가 이해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교사가 잘 가르쳤다고 자신감 넘치게 이야기하지만 학습자가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그 교육은 실패한 것이다. 여기에서 세 번째 중요한 평가의 포인트가 있다.

주님은 총괄평가(Summative evaluation)보다는 형성평가(Formative evaluation)에 더 중요성을 강조하셨다는 것이다. 교육학에서는 학습자에 대한 평가를 여러 가지 용어로 표현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이 학습 도중에 행하는 학생들이 가르친 바를 잘 이해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평가와 학습을 마치고 학생들에게 학습의 결과를 점수 매기는 평가, 두 가지로 구분한다. 통상 전자를 형성평가라고 하고 후자를 총괄평가라고 부른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총괄평가에 더 많이 강조점을 두어온 것이 사실이다. 수능시험, ACT, SAT, 기말시험, 혹은 대부분 정부에서 시행하는 학습성취도 평가는 대부분 이 범주에 해당된다. 교사들은 이 시험성적의 결과에 따라 상장도 주고, 점수도 매기게 되므로, 학부모들도 자녀들의 이러한 성적의 결과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주님은 이런 최종결과보다는 학습 도중의 평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셨던 것 같다. 질문, 비유, 이야기를 통해 학습의 과정 중간중간에 주님은 질문을 하신다. 내가 한 말을 이해했느냐? 이 비유의 본 뜻이 무엇인 줄 이해했느냐? 사실 학습자가 이해하지 못했다고 F학점을 주는 것은 아니다.

형성평가의 목적은 점수를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학습자가 교육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느냐를 중간 점검하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학습자가 이해하지 못했다면 교사는 다시 설명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강조하지 않고 총괄평가라는 교육의 결과만을 너무 집착하는 데서 오늘의 교육 문제의 핵심이 있지 않을까? 우리는 과정을 무시하고 시험 성적의 결과로만 학생을 평가, 판단하는데 너무 익숙해왔다. 그 때문에 온갖 부정이 들어왔고 어떤 짓을 하던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이 편만해진 것 아닐까? 그러나 주님은 달랐다. 과정이 결과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셨기에, 제자들이 처음 이해를 하지 못했으면, 두 번째, 세 번째 기회를 주시며 그들을 계속 훈련시키셨다. 주님의 형성평가는 제자들이 총괄평가에 합격했으리라 믿는 순간까지 계속되셨으며 그런 후에야 모든 과업을 제자들에게 맡기시고 승천하셨던 것이다.

Understanding by design

요즘 미국 공교육에서 등장한 컴먼코어(Common Core State Standards) 커리큘럼의 이론적 토대가 된 것이 Wiggins와 MaTighe의 Understanding by Design이라는 개념이다. 이는 Backward Design이라는 개념과 밀접히 연계되어 있는데 결국 교육의 목적은 학습자에게 단순한 지식이나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먼저 학습의 목표, 기준(Standards)을 선정하고, 둘째 단계에서 학습자들이 이 목표나 기준에 도달했을 때 어떻게 이를 평가할 것인가를 전략을 수립한 후에 마지막으로 교사가 이를 가르칠 학습 전략이나 내용을 선정하고 계획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로 여기에서 “이해”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해한다는 것을 컴먼코어에서는 여섯 가지로 설명한다(설명, 해석, 적용, 관점, 공감, 자기지식). 이해하면 어떤 복잡한 사건이나 개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학생들이 어떻게 이해했는지 자신의 말로 해석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해했으면 이를 학습자가 현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로 이해했다면 사안에 대한 자기만의 고유한 관점(perspective)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해했다면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사안에 대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해했다면 자기 자신에 대해 더 확실히 알 수 있어야 한다.

필자가 전율하게 된 것은 이러한 지금 강조되는 교육이론이나 접근 방법이 실은 주님이 이미 사용하셨다는 사실이다. “이해’를 위한 여섯 가지 설명도 마찬가지이다. 주님은 니고데모에게 거듭남의 의미를 설명하도록 하였고(요3:10), 씨 뿌리는 비유를 통해 말씀을 어떻게 수용하는 가를 가르치셨으며(막10:10-20), 제자들에게 형제와 부모에 대한 새 개념을 적용하도록 하셨고(마12:46-50), 세 번 부인한 베드로에게 찾아오셔서 회복과 함께 새로운 비전에 대한 관점을 갖도록 했으며(요21:15-18),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율법사에게 이웃의 의미를 깨닫게 했으며(눅10:37), 만선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베드로가 깨닫게 하셨다(눅5:8). hlee04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