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대통령선거 결과는 지구촌에 충격을 안겼다. 힐러리 후보가 근소한 차로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아웃사이더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입성하게 됐기 때문이다. 힐러리 후보는 투표율에서는 이겼지만, 후보인단 확보에서 트럼프에게 뒤져, 미국사회를 오랫동안 뒤덮었던 ‘유리 천정’을 깨지 못하고 낙마했다. 미 언론은 한마디로, 트럼프 당선 원인을 경기침체·이민자 문제 등 현실에 환멸 느끼는 고령자·백인·근로자의 저항이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진영은 바로 이러한 계층들을 상대로 ‘포플리즘(대중영합주의)’적 환상과 비전을 전달해,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부와 성공이 자신에게도 돌아올 것이라는 판타지를 가지고, 그의 백인성, 남성성을 혐오주의와 왜곡된 기독교중심주의와 결합시켜서 트럼프의 당선을 이뤄냈다. 그리고 이번 대선 결과뿐만 아니라 상하원에서도 공화당이 승리한 것은 또 다른 미국인들의 갈증 특히 백인 크리스천들의 오랜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라고 해석한다. 한마디로, 힐러리의 당선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를 연장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여길 정도로, 오바마 정권의 지난 8년 동안 미국사회를 완전히 진보적으로 탈색시켰기 때문이다.]
“절대 악보다는 차선의 악을 선택한다”는 심정으로 트럼프를 지지했던 복음주의 진영의 결단이, 이번 선거 결과에서 뚝심을 발휘했다. 실제로, 불과 선거일을 며칠 남기지 않고 터진 여성 희롱 녹취록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백인 남성들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ABC, CBS, NBC 등 미 방송사들의 공동 출구 조사를 뉴욕타임스가 분석한 결과 실제로 남성 유권자가 여성보다 트럼프에게 많은 표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Election 2016: Exit Polls). 그러나 그 차이는 크지 않았다. 반면 인종, 종교의 영향이 매우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경우 무려 81%가 트럼프에게 표를 준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 즉 유색인이거나 백인이라도 복음주의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을 합치면 그중 59%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해서, 클린턴 후보에 대한 반감이 강한 백인 기독교인의 표가 트럼프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러나 복음주의 진영에서는 이로 인해 백인 기독교인들의 압도적인 지지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탄력을 받고 있다. 그만큼 힐러리보다는 그나마 나은 후보라고 지지했지만, 트럼프가 운영하게 될 정국이 성경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선 직후, 트럼프는 벌써부터 대중에 영합했던 공약들을 변경하고 있을 정도로, 예측가능이 불가능하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고 복음주의 진영의 비판적인 리더들을 지적한다. 러시아의 반체제 혁명가 빅토르 세르주가 “사람들은 따를 만한 가치가 없을 때 무가치한 깃발을 따라 행군하기 시작한다”고 지적한 것처럼, 무가치한 깃발로 트럼프는 스스로 소외됐다고 생각한 상대적 박탈자들인 고령자, 백인, 근로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약자인 타인을 공격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법 이민자들, 무슬림들이 이들에게 심하게 말하면 “먹이감”이 된다. 트럼프를 지지한 사람들은 표면상이라도 자신의 삶을 통제할 권리를 주장하는 길은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트럼프운동” 또는 “트럼프는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시위는 이러한 “트럼프주의(Trumpism)” 확산에 대한 또 다른 시민저항운동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한편 트럼프는 선거전 과정에서 파격적인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했다. 그가 실제로 이같은 공약을 어느 정도 이행할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트럼프 당선자는 우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적극 제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업적 중의 하나가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인 오바마케어다. 미국의 민주당 정권은 전국민 의료복지를 최우선 과제 중의 하나로 추진했으나 어느 대통령도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를 실현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1기 정부 당시에 여당인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한 정국 구도를 이용해 오바마케어를 관철시켰다. 현재 이 제도는 3년째 시행되고 있다. 트럼프는 백악관에 입성하면 무엇보다 먼저 오바마케어 폐지에 착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 공화당은 실제로 하원에서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을 수차례 통과시켰었다. 공화당은 이번 11·8 선거를 통해 백악관과 상·하원의 다수당을 싹쓸이했기 때문에 오바마케어 폐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바마케어가 폐지되면 수백만 명이 건강보험을 잃게 된다. 트럼프 당선자가 오바마케어를 대체할 새로운 건강보험 제도를 도입할 때까지 현행 건강보험 제도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미 연방 대법원은 트럼프가 예고한 대로 보수색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9명의 대법관이 정원인 대법원은 앤터닌 스칼리아 대법관의 사망으로 보수 4명, 진보 4명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메릭 갈랜드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장은 공화당의 반대로 상원 인준 절차를 밟아보지도 못한 채 중도하차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재임기간 중 은퇴하는 대법관이 나오면 즉각 보수 성향의 대법관 후보를 4명까지 지명할 예정이다. 이번 대선 결과를 다시 한번 정리하면,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배경에는 백인 기독교인의 ‘몰표의 힘’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대다수 여론조사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백인 기독교인의 표심을 간과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디지털 시대에서 타격을 받고 소득이 줄어든 ‘바이블 벨트’(기독교 영향이 큰 남부 및 중서부 지역) 및 ‘러스트 벨트’(미시간, 오하이오, 위스콘신 등 경기가 쇠락한 동북부 일부 지역) 지역의 백인 기독교인들이 트럼프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더구나 클린턴 후보의 경우 미국 전체의 복음주의 기독교인 5명 중 2명을 차지하는 소수계 유권자의 지지를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칼빈칼리지의 케빈 덴 덜크 정치학 교수는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기독교인의 파워는 계속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후보에 대한 지지는 과거 어느 때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후보는 당선 이후 하나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는 “정말 겸손해야 할 순간이며,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한다”고 신앙적 소감을 밝혔다. 결론으로, 이번 대선 결과는 고레스를 사용하신 하나님의 주권(사44:28)을 다시 한번 심각하게 묵상하게 만든다. 고레스 왕은 바벨론제국을 무너뜨렸던 페르시아의 왕이다. 이 사람은 하나님을 섬기지도 않고, 하나님의 이름도 모르는, 하나님과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 이 고레스 왕을 사용하셨다.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고레스 왕에게 기름을 부어 주셨다. 그래서 좀 당황스럽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사랑했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하나님을 알지도 못하는 이방 나라의 왕 고레스를 사랑하고 축복했다는 것은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흥망성쇠가 있다. 한 나라가 일어서면 한 나라는 망하고, 한 문명이 일어서면 한 문명은 사라진다. 역사상 영원한 나라도 없고 영원한 문명도 없다. 역사의 흥망성쇠는 우연일까? 아니다. 냉철한 눈으로 역사를 살펴보면 역사의 배후에는 역사를 주관하는 하나님이 계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가 아니라, 트럼프를 통해서 펼쳐질 하나님의 섭리를 기대하는 것이 바로 우리 크리스천들의 기도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