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교도소까지 급진화 됐다!

유럽, 교도소까지 급진화 됐다!

[최근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 유럽의 지하디 단체들은 범죄 네트워크와 밀착돼 있다. 지난 10월 11일 영국 킹스칼리지의 “국제 급진화·정치폭력 연구센터(ISCR”)가 발표한 보고서 ‘과거의 범죄자, 미래의 테러범(Criminal Past, Terrorist Future)’은 잡범에서 골수 지하디로 진화한 유럽인 79명의 행적을 추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범죄 집단과 이슬람 급진주의 단체는 같은 교도소에서 조직원을 끌어들여 폭력 사용과 법집행·단속을 따돌린 경험을 쌓은 재소자들의 기술과 환경을 전수 받도록 한다(ISIS IN EUROPE: ‘COMPLETE CONNECT’ BETWEEN JIHADI AND CRIMINAL CIRCLES ACROSS CONTINENT).]

보고서의 공동 작성자인 피터 노이만 ISCR 소장은 “그 두 집단이 서로 완전히 연결됐다”고 말했다. “IS의 메시지는 갱단과 거의 같다. 대부분은 총과 모험에 초점이 맞춰진다. 10-15년 전엔 알카에다가 이슬람의 교리를 내세워 무장 투쟁을 정당화하면서 대원들을 모집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동 보고서의 추적 대상이 된 지하디 79명은 영국인 16명, 독일인 15명, 벨기에와 프랑스인 각각 13명, 네덜란드와 덴마크인 각각 11명으로 급진 이슬람주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유럽국 출신으로 구성됐다. 그중 45명(57%)은 사상이 급진화되기 전에 경범죄부터 폭력범죄 등에 연루돼 한 달에서 최대 10년 이상까지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적이 있었다. 교도소 생활이 지하디가 되기로 결심한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뜻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서 밝혀진 극단주의 음모 중 40%는 마약 밀매, 절도, 강도, 지폐 위조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 ISCR은 그중 실제로 교도소에서 사상이 급진화한 지하디를 12명(27%)으로 추정했다. 교도소 내 급진화의 주 원인은 재소자가 지하디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취약한 재소자들은 새로운 급진 사상과 가치를 잘 받아들인다. 일부 재소자는 범죄를 저지른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고 종교 즉 급진 이슬람주의로 눈을 돌리고 스스로 명예롭다고 생각하는 이념에 심취한다. 폭력적인 본성의 대체 발산 수단인 셈이다.

노이만 소장은 “그 두 집단이 가장 친밀하게 교류할 수 있는 장소인 교도소는 급진 사상에 물들기 쉬운 분노한 젊은이를 포섭하기에 이상적인 극단주의 인큐베이터가 됐다”고 설명했다. “수감자 중에서 조직원을 모집하려는 시도가 실제로 목격됐다. 그런 장소로 교도소가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실제로 최근 유럽에서 발생한 대형 테러 용의자 상당수가 교도소에서 급진화 됐다. 프랑스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던 신부를 살해한 19세 IS 추종 테러범 아델 케르미슈가 정신적 스승을 교도소에서 만났다고 밝혔는가 하면, 지난해 1월 파리에서 유대인 식품점에서 테러를 저질렀던 아메디 쿨리발리 역시 교도소에서 급진화 됐다고 밝혔다. 파리 테러범 중 유일한 생존자인 살라 압데슬람도 잡범으로 수감된 교도소에서 파리 테러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를 만났다. ISCR은 또 IS가 범죄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조직이라는 인식이 교도소 내에서 번진다고 분석했다. 노이만 소장은 “IS는 더 이상 단순히 종교적 단체가 아니라 잔인성과 폭력, 힘 등을 상징하는 조직으로 거듭났다”며 “이는 대부분 강력범죄 전과자들이 갈구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교도소가 지하디 이념을 전파하는 이상적인 장소를 제공하는 한편, 그들의 범죄 전력은 ‘외로운 늑대’가 국내 지하디가 되는 필수적인 기술과 도구를 제공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대부분 범죄자는 단속과 체포를 피하고, 무기를 입수하고 사용하며, 폭력을 행사하고, 위조된 문서를 얻고, 필요한 계획을 세우고 물자를 조달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과자들은 경찰과 쫓고 쫓기는 상황을 견뎌낼 능력이 더 크며 범죄 전력 없이 급진화 된 지하디보다 폭력을 더 쉽게 행사하는 경향을 띤다. 따라서 그들의 급진화에 필요한 기간은 몇 달이면 충분하다. 노이만 소장은 근년 들어 유럽에서 발생한 일련의 테러를 저지른 범인들을 가리키며 “그들은 경찰의 주목을 끌지 않고 범죄 환경에서 이동하고 행동하는 방법을 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럽의 테러 공격은 전부 전과자들이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다. 위조문서를 사용했고, 범죄세계에 몸 담은 사람들로부터 은신처를 확보했으며, 무기를 구입했다. 그런 연락처를 알고 있었기에 그들은 테러 공격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었다.” 보고서에서 추적 대상이 된 지하디의 평균 연령은 25세였다. 대부분 신앙이 깊지 않은 잡범이었고 흡연이나 음주, 또는 마약을 했다. 그들은 급진화 과정을 거쳐 지하디가 되더라도 이런 습관을 잘 버리지 않기 때문에 대테러 담당자들에게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다. 노이만 소장은 “보통은 누군가 급진화 된 것을 알아볼 수 있는 표시가 금연이나 금주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 조사에 따르면 요즘은 급진화 되더라도 흡연과 음주, 마약을 계속한다. 그래서 표시가 잘 나지 않아 경찰이나 정보기관이 급진화 여부를 파악하기 힘들다.” ISCR의 보고서는 공격이 감행되기 전에 지하디와 지하 범죄세계의 연결을 밝혀내기 위해선 유럽 각국 담당기관들 사이의 협력과 법집행·정보기관들의 정보 공유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 보고서에 제시된 사이드 쿠아치의 사례를 보자. 지난해 1월 프랑스의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엡도의 사무실에서 총기를 난사해 직원 10명과 경찰 2명을 사살한 범인 중 한 명이다. 쿠아치는 짝퉁 나이키 운동화를 판매하는 지하 조직을 운영해 그 수익금으로 총기를 구입했다. 프랑스 세관은 샤를리 엡도 테러가 발생하기 2년 전 그의 짝퉁 조직을 적발했지만 프랑스 정보기관의 지원 거부로 그의 음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만큼 공조가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유럽연합(EU) 법집행 기구인 유로폴의 로빈 웨인라이트 국장은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급진주의자와 전과자의 상관관계를 찾기 위해 교차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있다고 밝혔다. “IS가 제기하는 국제 테러리즘의 형태를 보면 아주 중요한 사실이 드러난다. IS 테러리스트와 범죄 활동의 연결이 이전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이 큰 문제다. 그들 중 다수가 전과자다. 잡범이었더라도 그들 대다수는 어떤 식으로든 범죄와 관련이 있었다. 각국의 수사관들이 놓칠 수 있는 그런 관련성을 우리는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공조는 유럽 각국 사이나 EU 차원에서 생각만큼 잘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협력이 이뤄진다면 지난해 1월 파리 테러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났던 바타클랑 공연장 공격이나 지난 3월 벨기에 브뤼셀의 말비크 전철역 테러 같은 것을 사전에 막기가 더 쉬워질 것이다. 노이만 소장은 “경찰과 대테러 전담 기관의 사고방식이 달라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테러와 범죄를 별개로 본다. 하지만 지금 교도소 내의 급진화를 보면 그 두 가지를 하나로 연결된 문제로 파악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