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의 교육은 화해와 온전성 회복에 있습니다

샬롬의 교육은 화해와 온전성 회복에 있습니다

이 희 갑 목사 (아주사퍼시픽 대학교 교수)

교육목표가 왜 중요한가? Stephen Covey가 1989년에 지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전세계 250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로 그는 성공하는 사람들을 주의 깊게 관찰한 결과 그들은 몇 가지 성격특성(습관)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를 7가지로 요약하였는데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주도적이 되라, 2)목표를 마음에 두고 시작하라 3)중요한 것을 먼저 하라 4)상호 이기는 싸움을 하라 5)먼저 상대를 이해하고 그 다음에 이해 받으라 6)통합하라 7)더욱 자신을 개발하라.

필자가 모든 7가지의 습관을 동의하면서 무엇보다도 두 번째 습관, 즉 목표를 마음에 두고 일을 시작하라는 것이 제일 마음에 닿는다. 이는 교육학적으로 교육목적의 중요성에 해당한다. 교사가 가르칠 때 먼저 도착할 지점(목표)을 명확히 하라는 것이다. 1980년대부터 교육학에서는 Standards(교육 표준, 기준)에 의거한 교육이 지배하게 되었다. 학생들이 초등, 중등, 고등학교 과정 중 혹은 졸업 때까지 도달되어야 할 지식적, 정서적, 사회적 발달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교육과정과 내용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특히 미국에서는 각 주마다 이러한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각 주마다 서로 다른 기준을 한데 통합하여 영어와 수학에 대한 통합적인 기준을 마련한 것이 곧 Common Core State Standards라고 부르는데 현재 미국 50개주 중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42개 주에서 이 기준에 의거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러한 컴먼코어의 이론적 기반을 주었던 이론이 곧 ‘역방향 교수개발’(Backward Design)이라는 개념이다. 전통적으로 교사들은 가르쳐야 할 내용이나 주제에 대한 교육내용을 먼저 정하고 학습계획을 수립한 후 이를 평가한 후 아이들이 교육목표를 달성했는지를 점검하는 순서로 교육을 진행하여왔다. 그러나 역방향(Backward) 이론에 의하면 교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교육을 실시할 때 도달하는 목표나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을 설정하는 것이다. 그 이후에 이러한 목표가 잘 달성되었는지에 대한 평가를 계획하여야 하고, 맨 나중에 비로소 학습내용이나 주제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라는 것이다. 바로 필자가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가 바로 교육목적의 중요성을 설명하려 하기 위함이다. 코비의 두 번째 원칙이나, Standards, Backward design, Common Core 등 이 모든 것에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 바로 목표의 중요성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 가르쳐야 할 목표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교육하는 것은 자칫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격이 된다(마15:14). 왜 그런가? 모든 교육 내용이나 학습 교재 개발, 교육 방법 및 교수 활동, 평가 등 모든 것이 바로 목표에서 도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목적이 한 사람의 방향을 결정하듯, 교육의 목적은 전 교육과정을 안내한다. 교육에서의 목표는 그만큼 중요하다. 그렇다면 샬롬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 하나님은 우리에게 어떤 교육의 목적을 부여해 주셨는가?

샬롬의 교육 목적

기독교교육에서도 목표를 명료화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샬롬 교육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교육의 목적을 명확히 아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 이를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로, 교육의 목표는 창조주 하나님과 죄인들 간 화해를 이루는 데에 있다. 세상에서의 교육목적은 사회정의의 실현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교육을 통한 사회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교육을 통한 사회정의는 과연 실현될 수 있는 것인가?

한국처럼 교육열이 으뜸인 나라도 없을 것이다. 예를 들면 2013년도 고교졸업생이 약 63만명인데 대학입학 수는 53만명으로 나타나 약 84%의 학생들이 대학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정의로운 국가라고 말할 수 있는가? 몇년전 조사에서 한국인들 10명중 7명이 한국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하고 있었다. 2011년 OECD 31개 나라 중 한국의 사회정의 지수는 OECD평균(6.67)에도 못 미치는 5.89로 25위로 나타난다. 이 불일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한국이 정의로운 나라인지의 문제와 교육을 통한 사회정의 실현의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다. 오히려 많은 교육 사회학자들은 교육이 사회정의 실현과 거의 관계없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 주제는 많은 논쟁을 야기 시켜온 주제이기도하여 필자가 굳이 여기에 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사회정의를 부르짖는 사람들의 기본 전제는 사회의 불평등성, 불공정성을 주목하고 이를 위한 교육의 정의를 말하지만 정작 자본주의하에서 학교교육은 정의를 실현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하면, 1970년대 교육학계를 지배해왔던 재생산이론(reproduction theory)은 이러한 경제적 문화적 불평등이 교육을 통하여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극대화시키고 있다고 주목하였고 교육의 이러한 역기능은 급기야 학교는 불필요한 기관이라는 인식으로 발전하였다. Reimer의 책 “학교는 죽었다”(School is dead), 혹은 Ivan Illich가 쓴 “탈학교의 사회”(Deschooling society)라는 책을 보라. 그런데 그들의 간과한 것이 있다. 매우 정밀한 현상 분석은 예리했을 지라도 왜 사회가 불공평한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흔히 물에 잠겨있는 빙산의 비유에서 우리는 육안으로 보는 물에 떠 있는 부분만을 보고 전체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잠겨 있어서 보이지 않는 부분들, 바로 그 영역을 보는 것이 지혜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온전한 방법임을 알아야 한다.

바로 잠겨 있어서 쉽게 보이지 않는 영역, 그 영역이 죄의 영역이라고 성경은 단언하고 있다. 이러한 죄 문제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교육의 방향은 설정될 수 없다. 그래서 교육은 우리의 죄성을 자각하고 인간의 죄 때문에 하나님의 아름다운 창조질서가 혼돈에 빠졌음을 인식함으로 이를 통해 하나님과의 화해를 이루어나가는 것을 그 첫 번째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인간의 범죄로 말미암아 하나님으로부터의 피조세계 특히 인간의 소외, 인간간 반목과 질시, 지배하고 불화하면서 화목의 교제를 깨뜨리고 막힌 담이라는 장애를 형성하게 된다. 화해란 무엇인가? 우리가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독생자 예수를 이 땅에 보내시어 죄의 대가를 그분이 대신 지게 함으로 우리를 용서하시고 새로운 길을 예비하셨다.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된 이 화해는 인간과 하나님간의 관계 뿐 아니라 우주적 규모로 영적 세력을 포함한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을 하나님과 화해하게 했다(골1:20).

교육은 이러한 화해를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선포하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하고 이점에서 교육은 화해의 직책(고후5:18)을 맡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그러므로 기독교 교육은 본질상 치유 지향적(therapeutic)이며 구속적인(redemptive) 성격을 지닌다. 교육이 구속적이라는 의미를 Henry Nouwen은 그의 책 ‘창조적 목회’(Creative ministry)에서 세 가지로 표현하고 있다. 우선 교육은 교사-학생간 서로를 일깨워 주는(evocative) 상호관계를 수립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교육은 교사와 학습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신뢰적 관계를 통해 자신의 강, 약점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통찰하는 과정이어야 하고 바로 이럴 때 자신감 있는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둘째, 그러기에 교육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배움을 주고 교제하는 관계(bilateral relationship) 라는 것이다. 진리를 함께 탐구하고 함께 의미 있는 학습과정을 위해 노력하며 서로 토론과 질문을 교류하면서 함께 세워가는 과정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육은 미래의 목표달성을 위한 이벤트로서의 준비가 아니라 매일의 삶속에서 자기를 실현하는(actualizing) 과정이라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미래지향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현재의 고통을 인내하라고 가르쳐 오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기에 학교로부터의 졸업은 감옥으로부터 해방과 자유를 의미하였고 (아이들의 졸업식을 생각해 보라), 학교 교육은 기억하기 싫은 트라우마처럼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화해를 위한 교육은 자신의 현재를 통찰하고 하나님 안에서 가장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경험을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과 목적을 발견함으로 각자의 소명을 확인하게 한다. 그래서 샬롬의 교육학은 누구나가 예수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고 모두가 (교사 뿐 아니라 학생들도) 하나님의 새로운 구속의 길을 수행하는 중심 매개체로 기능하는 사명을 갖는다. 죄로 가득 찬, 그래서 깨어지고, 소외되고 불평등한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구속 역사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남은 자로서의 사명을 끝까지 수행하는 사회 변혁자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학생들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사와 달란트가 최대한 개발되도록 적절한 환경과 교육이 제공됨으로 모두가 다 하나님의 구속 사역의 주체가 되어야 하며, 교사는 그런 매개자로서 학생에게 비전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해야 한다.

주님이 제자들을 양성하셨던 과정을 생각해 보라! 주님의 교육의 목적은 주님의 승천 이후에 세상을 변화시킬 주님과 같은 제자를 양성하는데 있었다(눅6:40). 왜 그런 목적이 중요했을까? 주님은 3년후 그가 승천하시고 난 후 그를 대신해서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제자들을 양성함을 목표로 삼았던 것이다. 그리고 학문 없는 범인들(행4:13) 이었던 제자들은 완벽하게 주님이 세우신 목표를 달성하였다. 그러기에 화해의 과정은 하나님 사역에 동참하는 새로운 역사 창조의 과정이다.

그래서 화해를 위한 교육은 교실에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샬롬 공동체를 만드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교육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제공하신 원칙이며 개인 및 사회변화의 무기이기도 하다. 샬롬의 이상이 가장 극적으로 형상화되고 있는 것이 이사야 11장에서 나타난 평화의 나라이다. “이리가 어린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젖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젖 뗀 어린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는”(사11:6-8) 평화가 공존하는 세계이다. 서로가 달라도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모습,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함께 성장하는 사회가 바로 샬롬이 지향하는 목표이다. 이런 목표를 교육에서 지향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할까? Parker Palmer는 샬롬이 교육현장에서 실현되기 위한 요소로 10가지를 꼽고 있다. 1)낮선 사람이 함께 공동의 장소에서 만나고 있는가? 2)낮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긍정적으로 대처하고 있는가? 3)부족한 자원들을 서로 공유함으로 풍요로움이 창출되고 있는가? 4)갈등이 적절하게 드러나고 해결되고 있는가? 5)서로 다른 삶의 경험이 나누어지고 긍정적으로 창출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가? 6)사람들이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는가? 7)상호간 책임의식과 협조체제가 잘 발휘되고 있는가? 8)실행 프로그램이 모든 구성원들에게 잘 이해되며 책임성있게 진행되고 있는가? 9)비전이 잘 구사되고 있으며 이를 실행하고 있는가? 10) 모든 구성원들이 자기 맡은 일을 잘 실행하고 있으며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는가?

인생의 목적은 거룩

존재의 목적을 찾는 것이 인생에 있어 가장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내 생명을 다해 바칠 수 있는 의미 있는 목적을 발견하기를 원한다.” 우리는 일찍이 인생의 목표를 행복이라고 배워왔다. 자본주의하에서 우리는 행복이 물질적인, 경제적인 가치에 따라 좌우됨을 경험해왔고 또 그렇게 교육을 실행해왔다. 곧 그러한 목적이 교육을 이끌어왔던 것이다. 행복을 위한 교육이기에 아이들에게는 시험성적이 곧 행복지수이고 IVY리그 학교 졸업이 행복을 좌우하는 것이라고 가르쳐온 것 아닌가? 그래서 그 결과가 무엇인가? 극심한 경쟁과 갈등, 입시위주의 기형적 커리큘럼, 그래서 우리 모든 학생들을 패배자로 만들어 버렸다.

교육목적이 잘못되니 교육의 방법, 결과 역시 잘못된 곳으로 가고 말았다.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므로 교육의 목적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천만에! 필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 아니라 거룩이라고! 이제 기독교교육은 새로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화해와 평화의 이상이 실현되는 사회, 개인적 삶을 더욱 거룩한 삶으로 만들고 더불어 사는 삶을 만들며 제도적 영역에서도 신앙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매카니즘을 만들어 내어야 한다. 이제 샬롬의 교육이 실천되어야 한다. hlee04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