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교육모델의 네 가지 질문

샬롬 교육모델의 네 가지 질문

이 희 갑 목사 (아주사퍼시픽 대학교 교수)

샬롬의 교육학 모형 Shalom(שָלוֹם)이란 아담이 죄를 짓기 전에 누렸던 에덴동산에서의 아담과 하나님과의 관계, 온전한 화평과 기쁨의 관계를 말한다. 샬롬은 그러기에 평화와 평강이요, 정의요, 질서와 조화를 의미한다. 샬롬의 교육학은 바로 그런 목적을 지향하는 것이다! 우리가 죄인 되었을 때 잊고 살았던 우리의 고유한 신분을 회복하고 하나님이 주신 아이덴티티를 발견하는 교육! 필자는 이런 샬롬의 교육이념을 일찌기 C. S. Lewis가 지었던 나니아연대기(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에서 발견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아슬란은 예수님을, 마녀는 사탄을 상징한다. 마녀는 강압적으로 그 지역을 다스렸는데 자기의 말을 듣지 않으면 누구든 자기 집안 뜰로 끌고 와 주술로 동상을 만들어 버렸다. 아슬란이 에드몬드 대신에 죽게 되지만 부활한 뒤, 수잔과 루시를 등에 태우고 간 곳이 바로 수많은 동상들이 있는 마녀의 집 안뜰이었다. 거기에는 일전에 루시를 잘 대해주었던 Mr. Tumnus의 동상도 있었다. 그저 죽은 채 서 있는 동상! 그런데 아슬란이 각 동상들에게 숨을 불어 넣자마자 죽은 동상들이 깨어나게 된다. 이 장면을 C. S. Lewis는 이렇게 감동적으로 표현한다.

“아슬란은 모든 동상들에게 생명이 되돌아오게 하였다. 마녀의 안뜰은 더 이상 박물관이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동물원이 된 것 같았다. 모든 산 생물들이 춤을 추며 아슬란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죽음처럼 하얗게 가득 차 있던 동상들이 형형색색 아름다운 색깔의 각종 생명체로 뒤범벅이 되어 기쁨의 도가니로 변했다…” 필자는 이 부분을 읽고 바로 샬롬의 교육학을 생각했다. 본래 존귀한 우리들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가치와 아이덴티티를 버리고 죄성으로 가득 차 하나님과 관계를 멀리하고 자연을 파괴하고 이기적 욕망과 탐욕으로 가득 차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는 샬롬의 사상과 이념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위한 교육학적 접근은 과연 가능한 일인가? 필자는 가능할 것으로 믿으며 또 이것이 최후의 물러설 수 없는 교육의 보루임을 확신하고 있다. 이점에서 샬롬을 향한 교육은 바로 치유 지향적이고 화해지향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샬롬의 교육학 요소

최근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Parker Palmer가 쓴 “가르치는 용기”(The courage to teach)라는 책은 몇 가지 의미심장한 시사점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교육의 문제를 철학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실천적인 측면에서 서술했고, 무엇보다도 교사들의 자기성실성과 자기정체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 올바른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네 가지 근원적인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네 가지 질문이란, 왜 가르치는가(교육의 목적), 무엇을 가르치는가(교육의 내용), 어떻게 가르치는가(교육의 방법), 그리고 가르치는 자는 누구인가(교사론)라는 질문이다. 샬롬 교육학은 바로 이러한 네 가지 질문을 성경을 토대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기반하여 정리하고 이를 구체화시킨 것이다. 앞으로 향후 10회에 걸쳐서 이런 샬롬 교육학에 대해 자세히 논의하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네 가지 질문의 개요와 주요 포인트를 짚어보도록 한다.

첫 번째, 교육의 목적은 학습자들이 자기 정체성을 자각하고 하나님과, 사람들 그리고 자연과의 화해를 추구하는데 있다. 그래서 교육은 우리 각자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소중한 사람임을 알고, 하나님이 각자에게 주신 은사와 달란트, 그리고 지적, 사회적, 영적 능력을 최대로 개발하여 이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기에 교육은 하나님의 가치와 목적을 이 땅에 실현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며 변화를 이끌어내는 유효한 방법이다.

이전에 필자는 Albert Wolters의 두 가지 개념, 구조(Structure 하나님의 창조의 원리/피조물에 내재된 하나님의 선한 창조의 목적)와 방향(Direction, 하나님 중심의 방향인가 사람의 중심인가)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비록 죄가 모든 피조세계를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을지라도 하나님의 선한 창조의 목적(구조)까지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다만 우리가 할 일은 죄로 인하여 어그러진 방향의 문제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일이라 설명한 적이 있다. 결국 죄가 침투한 이래 하나님을 거역하는 왜곡된 방향으로 되어져 가는 것을 돌려 창조질서를 회복, 구현하는 방향설정이 재정립되어야 하며 교육의 목적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샬롬의 교육은 그 목적이 화해와 회복에 있는 것이다.

둘째,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교육의 내용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물질적인 세계를 창조하셨을 뿐 아니라 사회질서 및 기관들도 창조하셨다. 문화를 창조하셨고 모든 사람은 문화적 수단을 통하여 교육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존재이다. 예수님 역시 유대사람으로 태어나 유대인들을 교육시켰을 때 유대인의 전통과 문화, 그들의 생활양식을 통하여 가르치셨고 그래서 그의 가르침은 큰 효과가 있게 되었다. 씨 뿌리는 비유, 고기 잡는 비유, 달란트의 비유, 로마화폐를 통한 가르침,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들에 피는 백합화, 공중에 나는 새…이 모든 것들이 당시 유대사회와 관계있는 주제요, 사회생활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것들이었다. 이를 통해 예수님은 그의 가르침이 쉽게 학습자들이 쉽게 내용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게 하셨다.

필자가 보기에 효과적인 교사에게 필히 강조되는 능력이 바로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어렵고 복잡하게 가르치는 사람이 뛰어난 교육자라고 각인되어 왔다. 천만에! 능력 있는 사람은 쉽게 가르치되 정곡을 찌른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보라! 누구도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한 내용이지 않는가? 그 비결이 무엇일까? 교육내용을 학습자가 잘 알도록 그들의 상황에서 전개하셨기 때문이다. 교육학에서는 이를 “상황화 교육(contextualized education)”이라고 부른다.

교육은 진공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 아니고 그 당시 사회와 문화적인 상황 하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이다. 그래서 교육내용은 그 상황에 적합하게 재구조화되어서 학습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이를 유효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에 있는 한인이민교회 교회학교 (성인이든, 아이들이든) 에서는 미국 교회에서 쓰는 교재 아니면 한국 교회에서 쓰는 교재를 대부분 이용한다. 아이들이 이러한 교재 내용에 쉽게 몰입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이민교회의 상황은 한국교회 혹은 미국교회의 상황과는 매우 다름에도 적합한 교재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상황에 맞지 않은 교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미 상황화 교육의 3단계를 발표한바 있다. 이는 비상황화(decontextualization), 상황화(contextualization), 그리고 재상황화(recontextualization) 교육의 단계인데 추후 설명하기로 한다.

세 번째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것은 교육방법론에 해당한다. 주님은 어떻게 가르쳤는가? 지난 회에서 필자는 주님이 질문과 대화를 통해 가르치되 절대로 답을 가르쳐주지 않고 학습자 스스로 찾도록 하는 교육방법을 사용하셨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를 교육학에서는 학습자 중심, 구성주의, 탐구 중심의 방법 등의 용어로 사용한다. 필자가 보기에 주님은 학습자의 능력과 학습상황에 따라 세 가지의 전략을 사용하셨을 것이라고 믿는다.

즉 주님은 Inquiry-based method(탐구중심 방법: 학습자의 추론능력이 발달되지 못하여 교사가 적극적으로 토론을 이끌어가는 경우), 발견주의 방법(discovery method: 어떤 새로운 개념이나 원칙을 토론을 통해 새롭게 이해하거나 새로운 통찰력을 얻는 것), 그리고 문제해결 방법(problem-solving method, 학습자가 일정한 수준의 학습능력이 있을 경우 학습자로 하여금 문제를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도록 권면하는 것) 등의 세 가지 유형을 적절하게 사용하셨다. 그래서 주님의 교육방법은 언제나 새로운 아하~ 깨달음의 순간이 있었으며 앎의 기쁨과 통찰에 의한 만족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르치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샬롬 교육학은 교사는 선교적 리더임을 선포하고 있다. 원래 선교적 리더(missional leader)라는 개념은 Roxburgh와 Romanuk가 2006년에 출간된 책, The Missional Leader: Equipping your church to reach a changing world에서 교회가 앞으로 새롭게 감당해야 할 리더십으로 주창된 개념이다. 그러나 필자는 바로 이러한 선교적 리더라는 개념이 바로 기독교교육 모든 교사들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자질이라고 생각된다. 문화와 가치관, 언어와 환경이 다른 우리 자녀들을 이제는 선교적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기에 교사가 교육자로서 사명을 잘 감당하는 것 외에도 몇 가지 별도의 역할이 있다. 그것은 죄로 물든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진리의 가치를 높이 들고 학습자를 하나님께 인도하는 피스메이커(peacemaker)로의 역할이며, 우리의 시민권이 하늘에 있으며 내세와 영생의 소망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에센셜 아웃사이더(essential outsider)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Wolters가 지적했듯이 학습자들이 계속 하나님에게로 나아가도록 방향을 안내하는 디렉션 가이드(direction guide)로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2007년에 나온 영화, Freedom Writers 역시 캘리포니아나 롱비치에 있는 Woodrow Wilson High School에서 가르친 Erin Gruwell 선생님의 평범한, 그러나 학생들의 삶을 바꾸어 놓은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필자가 보았던 감동적인 장면은 영화 중에 미겔이라는 학생이 그 선생님 앞에서 일기를 읽어주는 장면인데 그 마지막을 이렇게 기록한다. 그 감동을 직접 느껴보기 위해 원문을 읽어보자. “Its hits me, Mrs. Gruwell, my crazy English teacher from last year, is the only person who made me think of hope…I walk into the room and feel as through all the problems in life are not so important anymore. I am home.”

샬롬의 교육학을 실천하자

샬롬이 지향하는 바는 주님이 오시기 전 약 700년경 선지자 이사야를 통해 아름답게 표현이 되고 있다. “그때에 이리가 어린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아이에게 끌리며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려지고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사11:6-8).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세계는 이 세상에 실천될 수 없는 것인가? 필자는 가능하다고 본다. 샬롬의 원칙이 이 세상에 드리워지는 한, 이는 반드시 실천되어야 할 우리의 과업이다. 어떻게? 바로 샬롬 교육학을 통하여 이는 가능하다. 다음호부터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모색한다. hlee0414@gmail.com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