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종교개혁, 완성시켜 나가자!

미완의 종교개혁, 완성시켜 나가자!

499년 전 있었던 종교개혁은 단순히 기독교의 역사를 바꾼 것이 아니라 인류 문명과 세계의 역사를 돌려놓는 거대한 변화의 시작이었다. 당시 부패하고 오만한 로마 카톨릭의 실상은 성직자로 있던 같은 동역자들에게마저 심한 혐오감을 주었고 결국 자성의 목소리가 아닌 척결과 개혁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물론 개혁자들을 기억하고 개혁의 의미를 찾으려 하는 것은 종교개혁의 전통아래 있는 교회들로서는 당연하다. 그러나 진실로 개혁자의 후예로 자처한다면 16C 개혁의 본질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니 그것은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종교개혁의 슬로건 중 하나인 “Sola Scriptura(오직 성경)”는 실은 개혁의 근본이요 전부이다. 그러나 그들은 시대상황의 한계에 부딪혀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종교개혁을 “미완의 개혁”이라고 부른다. 해마다 종교개혁주일이 되면, 교회공동체에는 '제2의 종교개혁' 같은 구호만 많을 뿐 종교개혁의 유산과 개신교성(protestant)에 대한 성찰과 실천은 턱없이 부족하다. 아예 종교개혁주일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주한 행사나 다른 설교로 대체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진다. 개혁교회의 전통에서, 종교개혁주일이라는 교회력을 준수하고 여기에 맞추어 나가야 한다.

“종교개혁기념일”은 마르틴 루터가 95개조항의 반박문을 비텐베르크교회 정문에 붙였던 1517년 10월 31일을 기념해서 생긴 날이며, 이 날을 즈음해 종교개혁주일로 지키고 있다. 그러나 미국 교회나 한국 교회에서 종교개혁주일은 달력 속에나 존재하는 기일이 돼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500년 가깝게 시간이 경과하면서 교계의 총체적 분위기는 당시의 탈성경, 초월성경의 분위기를 능가하고 있다. 종교화되고, 화석화, 의식화되고 세속화됐다. 세상을 이해해야 한다는 미명하에 세속화의 극치를 이루고 의식과 형식은 세상을 뺨치고 경건의 진정한 능력과 초자연적 삶의 가능성은 어디에도 없다. 무성한 말만 허공을 맴돈다. 그것은 미완의 개혁이었다. 이 시대 크리스천들이 진정으로 개혁의 영웅들을 기억한다면 통절한 심정으로 온전히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떤 대가와 수고와 희생을 지불하고서라도 주님이 세우려 하셨던 주님의 교회를 회복해야 한다.

사실 개신교의 탄생은 종교개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 점에서 개신교회가 오늘날 무엇보다도 의미 있게 되새기고 기념해야 할 날이 종교개혁주일이다. 성장이 정체된 현실에서, 교회에 나갔으나 이제는 교회를 떠난 “넌스(Nones)”들의 증가에서, 그리고 복음을 전한 서방교회들이 줄줄이 폐허가 되어가는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예지력을 갖고 날마다 개혁돼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종교는 사회문화에 밀려 변방문화가 돼버렸으며 사회를 선도하기 보다는 뒤따라가기 바쁜 시대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개혁의 원래 목적 즉 루터나 칼빈 등 종교개혁가들이 내세운 원리들을 되새김하는 것은 교회의 건강과 개혁을 위해서는 당연하다. 종교개혁의 의의는 성경이 제시하는 원래의 그리스도의 교회로 돌아가자는 운동이었다. 종교개혁 운동은 로마 카톨릭 교회가 형식화된 율법주의와 외식적 생활에 빠져 있을 때 거기에서부터 성경의 교훈에로 회복하는 것을 의미하며,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서 떠났을 때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회복운동이다. 종교개혁은 로마 카톨릭의 성례전적인 제도(Sacramental system)와 교회적 율법주의(Ecclesiastical legalism)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기독교로 돌아가자는 운동이다. 즉 종교개혁은 성경적인 기독교로 돌아가자는 운동이었다. 우리들은 종교개혁의 좋은 전통을 유산으로 이어 받았다.

종교개혁의 모토는 ‘오직 성경으로’(Sola Scriptura), ‘오직 은혜로’(Sola Gratia), ‘오직 믿음으로’(Sola Fide), ‘만인 제사장직’(Universal Priesthood of Believers)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서 모든 모토를 다 언급할 수 없지만 ‘오직 성격으로’라는 모토에서 우리의 모습을 점검해보자.

‘오직 성경으로’는 말씀으로 돌아가 성경 말씀에 최대의 권위를 부여하자는 운동이었다. 중세 카톨릭 교회가 성경에 전통을 첨가해 결과적으로 성경의 권위를 추락시킬 때 종교개혁자들은 성경만을 고집하게 된 것이다. 성경의 권위보다 교회의 권위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던 중세에 성경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절대권위를 부여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오직 성경으로’의 원리가 현재 우리에게 적용되고 있는가? 성경이 우리의 신앙과 생활의 기준 역할을 하고 있는가? 성경의 교훈이 당회 운영에, 노회 모임에, 총회의 회무 진행에 기준 역할을 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우리는 주관적 경험보다 객관적인 성경 말씀을 더 신뢰하는가?

종교개혁 정신은 교회가 성경의 교훈에 입각해 계속적으로 개혁해 나가는 것임을 명심하자. 결국 크리스천들이 살고 있는 현실에 최선을 다할 때, 개혁의 정확한 방향을 파악할 능력과 자격이 갖춰진다. 개혁이란 이렇듯 충실한 사람들의 신실하고 진실한 삶에서 시작된다. 어쩌다 반짝하는 아이디어나 주변의 여론을 이용해서는 절대로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자신이 맡고 있는 일과 상황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야말로 정확한 개혁의 주체가 된다. 우리가 있는 곳은 늘 개혁과 변혁이 필요한 공간이며 우리는 그것의 주체가 돼야 함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개혁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개혁을 위해서 애쓰고 노력하는 것이 아닌, 현재 자신이 있는 곳,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오직 하나님만을 바라보고 최선을 다했던 마틴 루터의 모습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롬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