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곤 목사 (참사랑교회)
어느 강사가 강의 도중 지갑에서 100불짜리 지폐를 보여주며 말합니다. "이 100불을 갖고 싶은 사람 손 들어보세요."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의아해 하면서도 모두 손을 듭니다. 그러자 강사는 그 100불을 주먹에 꽉 쥐고 구기더니 다시 말합니다. "여기 구겨진 이 100불을 갖고 싶은 사람 손 들어보세요." 이번에도 모두 손을 듭니다. 강사가 구겨진 100불을 바닥에 던집니다. 100불짜리 지폐는 구겨지고 먼지까지 묻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말합니다. "구겨지고 버려진 이 100불을 갖고 싶은 사람 손 들어보세요." 역시 모두 손을 듭니다. 그걸 본 강사는 "제가 여기 100불짜리 지폐를 마구 구기고 바닥에 던져 더럽게 했더라도 여러분이 생각하는 100불의 가치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이 '나'라는 존재의 가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나’라는 존재가 인생의 역경을 겪으면서 구겨지고 더러워졌더라도 ‘나’의 가치는 전과 다르지 않게 소중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도 세상을 살다 보면 때론 실패할 수도, 때론 좌절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평가절하하고, 절망하고, 우울증에 대인기피증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100불짜리 지폐가 구겨졌고 더러워졌을지라도 그 100불엔 100불의 가치가 그대로 남아있듯이, “나”라는 존재는 어떤 상황에서든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가치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외적 상황에 따라 내적 가치를 잃어버리는 자가 아니라,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내적 가치를 끝까지 잘 지켜내야 합니다. 하나님을 향한 신앙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들은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택함을 받아 하나님의 백성,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우리 믿는 자들의 “내적 가치”입니다. 이 믿는 자들의 정체성은 우리가 가난할 때나 부할 때나,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전혀 달라지지 않습니다. 아니 달라지지 않아야 합니다. 어떤 외적 환경이 우리의 내적 가치인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바꾸어 놓지는 못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문제없는 인생이 없고, 문제를 좋아하는 사람은 더욱더 없습니다. 문제는 고통과 상처를 줍니다. 문제는 우리를 피곤하게 하고 낙심케 합니다. 문제가 올 때 우리는 벼랑 끝에 선 느낌을 갖게 되고 나도 모르게 신음하게 됩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렇게 문제 때문에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의 기적을 체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홍해가 가로 막히는 문제가 있기에 홍해가 갈라지는 즉 없던 길이 생기는 역사가 나타납니다. 여리고성이 버티고 있는 문제가 있기에 여리고성이 무너지는 즉 막힌 길이 뚫리는 역사를 체험합니다. 가나 혼인잔치에 포도주가 모자라는 문제가 발생했기에 물로 포도주를 만드시는 예수님의 기적을 경험합니다.
하나님은, 예수님은, 성령님은 이렇게 우리의 문제를 기적의 재료로 사용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생에서 문제를 무조건 없애 달라고 기도하지 말아야 합니다. 문제없는 인생은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문제 때문에 기적을 체험하게 해 달라고, 문제 때문에 더욱 잘 되고, 문제 때문에 더욱 지혜로운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간구해야 합니다. 그때 주님은 나에게 문제를 풀 수 있는 지혜도 주시고, 문제를 풀 수 있는 좋은 만남도 갖게 해주시는 등등, 나의 문제를 재료삼아 기적을 창조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인생이, 문제들로 아무리 구겨지고 더러워지고 환란과 역경 속에 있을지라도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세상이 뭐라 하든, 상황이 어찌됐든 관계없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믿는 자들은 내적 가치, 즉 “나는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녀다, 나는 하나님이 귀히 여기시는 당신의 백성이다”라는 정체성을 잘 지켜 나가고, “하나님은 살아계시다, 그 하나님이 오늘도 역사하신다, 그 역사가 오늘 나에게도 일어난다”는 분명한 믿음의 확신만 있다면, 오늘 나에게도 기적은 일어납니다. 기적은 앉은뱅이가 걷고 눈먼 자가 보게 되는 것과 더불어 우리들의 인생의 문제가 주님 안에서 해결되고 우리들의 꿈과 비전이 성령 안에서 이루지는 역사입니다. 역사가 무엇입니까? 창조주 두나미스의 여호와 하나님, 부활하신 그리스도 예수, 성령께서 내 인생 안에 들어오셔서 일으키시는 사건을 역사라고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녀들이라는 내적 가치를 마귀에게 빼앗기지 않고, 사단의 시험과 세상의 유혹에 동화되거나 변질되지 않고, 믿는 자로서의 정체성을 선한 싸움 다 싸우고 달려갈 길 마칠 때까지 변치 않게 잘 지켜낸다면, 오늘 나에게도 기적과 역사는 분명히 일어납니다.
자신의 가치는 다른 어떤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이 정하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든지 우리 믿는 자의 내적 가치와 정체성을 매일 매일의 일상 속에서 잘 지켜 나가셔서, 그리스도의 향내를 풍겨내는 하나님 나라 건설 역군들이 되시기를 이 가을에 축복합니다. 하늘나라의 상급이 소망입니다. pastor.e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