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목적은 샬롬입니다

교육의 목적은 샬롬입니다

이 희 갑 목사 (아주사퍼시픽 대학교 교수)

지금까지 5회에 걸쳐 샬롬의 교육학 서론을 기술하였다. 서론에서는 교회 교육의 현상을 분석하고 교회 교육이 새롭게 변화되어야 함을 지적하였다. 그러면 교육이 어떻게, 어떤 목적과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하는가? 이번 호부터는 샬롬 교육학 본론에 대하여 논의하기로 한다.

오늘의 공교육은 평안하신가요?

사회가 더욱 미궁에 빠지고 있다는 사실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 청교도들에 의하여 기독교적 가치에 근거하여 설립하였던 이 나라가 1960년대 미국의 공립학교에서 기도시간, 성경공부시간, 예배시간을 없앤 이후 미국의 영적, 도덕적 가치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후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성경에 손을 얹고 의원들이 취임선서를 하는 모습에서 바가바드기타(힌두교경전), 코란(이슬람경전), 수트라(불교경전)에 손을 얹고 미국 연방의회 의원 취임 선서하는 모습은 이미 새로운 것이 아닌 게 되어 버렸다. 지금까지 약 5000만 명을 낙태시키고, 미국장로교에서는 동성애자들을 목사로 안수할 수 있다고 결의하지 않았던가?

지난해 12월 초에 발생한 캘리포니아 주 샌버나디노 시 발달장애인 복지시설인 Inland Regional Center에서 발생한 총기사건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벌인 테러사건이었는데, 필자가 이 사건을 두고 심각하게 생각한 것은 학교교육의 한계라는 문제였다. 범인 중 2명중 하나인 타시판 말렉은 파키스탄에서 들어온 이민자였지만, 사이드 파룩은 미국에서 태어난 토박이로서 당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2007년 버지니아 공대 총기사건(32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다침) 역시 당시 그 학교에 재학 중이었던 한국계 미국인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이었다. 다시 말하면, 미국에서 대학교육까지 정규교육을 이수한 사람이 어떻게 동료 시민들을 향하여 총을 쏘게 되었는가? 결국 이것은 학교교육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닌가? 학교는 원래 개인의 잠재되어 있는 재능을 개발해줌으로 사회공동체의 선을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 그의 존재 목적이다. 과연 그런가? 필자가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한 고등학교를 방문할 때 그것은 학교가 아니라 교도소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비행기를 타기 전 안전검사대에 모든 짐을 내려놓고 각 개인들도 만세를 부르는 자세로 항공보안대(Transportation Security Administration)의 검색을 받는 것과 같은 모양으로 학교 교실에 입실하였던 것이다. 밖에서 비상대기하고 있는 경찰차와 총을 찬 채로 필자를 응시하였던 경찰관의 표정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물론 이것이 비단 학교만의 잘못으로 치부할 수 없을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8,000번 이상의 살인을, 100,000번 이상의 잔혹행위를 TV에서 보고 있다고 한다. 2011년 자료는 미국 학교에서 29,900개의 갱 조직에 782,500명의 학생들이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런 환경에서 과연 우리의 자녀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인가? 교육학자인 Garbarino는 학교가 바로 이러한 사회적 독성(toxic society)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으며, 오히려 학교라는 관료적, 독선적 조직행태 속에서 사회적 독성이 더 확장되고 있다고 보았다. 하기는 학교가 그 기능을 상실하고 있으며 학교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어제오늘 나온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배우는 지식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80%는 학교 이외에서 배운다는 조사가 발표되기도 했고, 일찍이 Bowles와 Gintis는 자본주의 하에서 학교는 지배계급의 가치와 의식을 주입시키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비난하였다. 1971년에 Everett Reimer는 ‘학교는 죽었다’(School is dead)라는 책을 발간했고, 같은 해 카톨릭 신부인 Ivan Illich은 ‘탈학교의 사회’(Deschooling society)라는 책을 출간하여 학교를 대체할 4가지 새로운 기능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는 학교를 폐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예전에 얘기한 대로 학교 역시 하나님이 창조한 귀중한 기관이며 하나님이 허락하신 목적을 성실히 수행하도록 그 방향을 회복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다.

샬롬: 교육의 목적

바로 여기서 필자가 계속 강조한 샬롬의 교육학의 기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왜 교육의 목적이 샬롬(shalom)이어야 하는가? 샬롬은 모든 것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대로 완전한 하모니를 이루는 관계를 말한다. 즉 횡적으로는 창조주 하나님과 피조물인 인간과의 사랑과 순종의 관계, 종적으로는 사람간, 사람과 자연 간의 섬김과 협동의 관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관계는 죄가 이 땅으로 들어온 이래 완전하고 평화로운 관계가 금이 갔고 죄의 여파는 모든 종적, 횡적 관계를 철저히 파괴시키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야 말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죄로 말미암아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는 수단으로 교육이라는 방법을 택하셨고, 이는 주님이 날마다 성전에 앉아 가르치셨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다시 말하면 교육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명령하신 회복의 사역(reconciliatory ministry)이고 치유의 사역(therapeutic ministry) 인 것이다. 그러면 샬롬의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 것인가? 이는 죄가 이 땅에 들어온 이래 어떻게 창조의 질서를 파괴시켰는가를 추적하면 그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죄는 인간의 자아정체성을 파괴시켰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것으로 어떤 피조물에게도 주어지지 않는 영광이 사람에게만 주어졌고 이는 천사들이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존재로 지음을 받은 것인데, 죄가 들어온 이래 이러한 자기 존엄성은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자기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리니 사람이 동물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그래서 조상을 경험해야 한다고 동물원에 스스로를 가두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을 돈으로 팔고 사는 파렴치한 경우도 생겼고(human trafficking이라고 들어 보았는가?), 온갖 정신적 질병이 들어오게 되어 우울증, 정신질환으로 고생하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생령으로 창조된 인간이 영원한 생명에 이르지 못하고 죽음을 경험해야 했고, 불신자들은 지옥의 운명을 맞이해야만 하였다. 그뿐인가? 죄는 관계를 파괴시키고 공동체를 유린하였다. 죄가 들어온 이래 사람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멀어지게 되었고 사람들 간의 관계도,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도 무너지게 되었다. 서로 존중받는 사람들 관계가 서로를 수단시하고 의심하고 경쟁하고 심지어는 죽이는 일이 생겨나게 되었다. 2013년 한국 흥사단 조사에 의하면 고교생 10명중 4명이 만약 10억원이 생긴다면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응답하였다고 한다. 내가 출세하기 위해서는 내 친구를 짓밟고 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은 바로 이러한 죄성이 가득한 사회분위기에서 나온다. 결국 사람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사람을 지배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죄는 샬롬의 개념을 파괴시켰으며 따라서 교육이 회복의 사역이고 치유의 사역이라면 곧 교육의 목적은 샬롬이 되는 것이다.

샬롬의 교육학이 지향하는 방향

그러면 샬롬을 위한 교육의 방향은 어떻게 실행되어야 하는가? 앞으로 구체적 방안과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번 호에서는 두 가지 방향(개인적 수준과 공동체 수준에서)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첫째, 개인적 수준에서는 교육을 통하여 자기 아이덴티티를 확립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녀들에게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이미지로 창조된 존재이며 따라서 인간은 고유의 존엄성을 가지며 이는 어떤 경우/조건에서 바꿀 수 없는 절대불변의 숭고한 가치임을 교육시켜야 한다. 지체부자유 소녀이든, 흙수저로 태어난 어린이든, 영어를 잘못하는 할머니든, 심장병으로 병원에 누워있는 학생이든 모두가 그러하다. 내가 그러한 존재이기에 다른 사람 역시 똑같이 소중하게 대우받아야만 한다. 그러기에 왕따(bullying)는 범죄행위이며, 남을 속이는 것은 용납할 수 없음을 교육시켜야 한다. 또한 사회적, 영적 가치(예를 들면 자기훈련과 통제, 용기, 인내, 친절, 협동, 진실 등)와 태도를 아이들에게 분명히 가르쳐 주어야 한다.

최근 지능의 개념이 확장되어 Zohar와 Marshall은 영적 지능을 교육시켜야 함을 주장하였는데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최고의 수준으로 유지함, 비전과 가치를 통한 삶을 통찰하게 함, 때로는 고통의 경험과 이를 극복함으로 자신을 성장시킴, 통전적인 세계관을 확보할 것, 다양성을 감사하게 할 것, ‘왜’라고 질문하고 근본적인 문제에 답하도록 훈련할 것, 남을 이해하고 함께 아파하는 경험을 쌓을 것.

둘째, 공동체적 수준에서는 교육을 통하여 서로 친절하고, 서로 섬기며 정의감 있는 공동체로 발전시켜야 된다. 학교 혹은 교회 어디든지 가르치는 장소는 서로를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샬롬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배움이 일어나는 공간은 윤리적, 도덕적 기준이 지배하는 장소여야 하며, 아이들이 곧 신체적 조건, 언어와 피부색에 관계없이 서로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곳이어야 한다. 필자가 예전에 켄터키 어느 학교에서 가르칠 때였다. 필자가 잘 아는 미국인 교수 한명이 딸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인디아에 사는 어떤 흑인 여자아이를 입양하였다. 그러나 백인이 다수인 켄터키 사람들은 흑인 아이를 사랑으로 용납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했다. 어느 날 이 아이가 울면서 집에 왔는데 그 이유를 묻자 이 아이가 이렇게 대답하더란다. “친구가 그랬어요, 나는 너와 같이 흑인이 아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샬롬의 교육은 인간성을 짓밟는 그 어떤 시도에 단호하게 반대한다. 그러기에 샬롬의 교육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마음과 행동이 일치되는 교육, 말과 언행이 합일하는 교육, 그래서 형제애로 충만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교육이다. 그래서 성령의 열매가 눈으로 보여야 한다.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 자비와 양성, 충성과 온유 그리고 절제가 실천되어야 한다.

샬롬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교육

이러한 개인 및 공동체 수준의 접근을 통하여 샬롬 교육학의 최종 단계는 바로 교육을 통하여 궁극적으로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다. 불의를 미워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고 잘못된 것에 대하여 과감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를 가르치는 교육,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행동으로 구체화하여 열매를 맺게 하는 교육이 바로 샬롬의 교육이다. 따라서 샬롬은 정의(justice)이며 하나님이 원하시는 관계가 구김 없이 펼쳐지는 선의 공동체를 추구한다.

필자는 이제 샬롬의 교육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형태를 띠어야 하는지를 앞으로 논의할 것이다. 교회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교육이 이루어지는 어떤 현장에서라도 샬롬의 가치와 비전이 활발하게 이루어짐으로 아이들 각자가 영적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가지고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며 정의를 실현하는 공동체를 창출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hlee0414@gmail.com <계속>